귀농귀촌 말처럼 쉽지 않아
해남에 내려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0일이 지났습니다. 부여 살이 때와 마찬가지로 숱하게 집을 보고, 땅을 보러 다니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농가주택도 저렴한 게 오륙천을 달라는데 털어내고, 수리를 한다면 적어도 그만큼의 비용이 필요해서 실망하는 게 일상입니다.
현산면 백포마을(공재가 살았던)에 마음에 드는 집이 있는데 가격도 착합니다. 매매물건으로 나와 있는데 누구랑 계약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마을 분들을 만나도 어느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는 이가 없습니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그 까닭을 알고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해남 윤씨가 아니면 팔지 않는다니까요.
펜션 ‘풀내음’ 안의 카페는 조건이 너무 열악해서 포기했습니다. 최근에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서 계약을 할까 했는데 폐가를 구입해서 수리한 다음에 되파는 분의 집입니다. 2년 전에 2,500만 원에 구입해서 수리한 집을 1억 2천만 원을 달라고 합니다. 그래도 마을이 예쁘고, 바닷가까지 300미터밖에 떨어져있지 않으며 휴게음식점의 인허가에 문제가 없어서 마음이 내켰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건 부부가 산다는데 아무래도 살림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들보는 겉으로 드러났는데 서까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살아보기 동료들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벽을 두드려 보았느냐고 묻습니다. 폐가를 구입해서 리모델링한 집을 되파는 경우에 겉만 번지르르하고, 안에 마감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답니다.
두 번째 방문해서 사방의 벽을 두드려 보았습니다. 벽이 꽉 찬 느낌이 아니라 통통 울립니다. 그래서 단열재를 넣었다고 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스티로폼을 넣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는 단열재가 아닌 것입니다.
전이나 답은 귀농귀촌하려는 사람이 구입할 수도 없고, 구입을 하면 농지취득자격이 나오는 3년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집을 지을 수 없어서 농막에 살면서 농사만 지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 뒤에야 형질을 변경해서 집을 지을 수가 있답니다. 또 휴게음식점 허가를 받으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지역인지 확인이 필요하고, 그런 지역이어도 정화조가 있어야 한다는데 그게 없는 곳도 많습니다. 물론 설치를 하면 되겠지만 그게 다 비용을 필요로 하지요.
귀농귀촌하려는 사람들을 바보로 아는지 이런 걸 알만한 부동산에서는 아무 문제없다면서 턱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합니다. 중개수수료도 정해진 요율의 네댓 배를 달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1억 안팎의 집을 중개하면서 1천만 원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관련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연관이 있는 단체의 담당자들도 여럿 만났지만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고양시로 돌아가 도서관에 상주하면서 글 작업이나 열심히 할까? 아니면 땅끝 마을 송호 해수욕장 근처의 카페 숭늉을 임대해서 1년 더 살아볼까?
카페 숭늉은 바닷가에 있지만 앞과 옆에 김 공장이 있어서 시야가 꽉 막힙니다. 또 김을 가공할 땐 해조류가 말라가는 악취와 소음이 심하다고 합니다. 농가주택을 수리한 곳으로 민박용 방 두 개와 작은 테이블이 하나 들어갈 카페가 있습니다. 그곳의 임대료로 보증금 1천만 원에 월 25만 원을 달라고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 좋을지 의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성근 : 객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