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식물 중 나물은 얼마나 될까?
많은 식물 중 나물은 얼마나 될까?
봄비가 잠든 대지를 깨울 때 온갖 식물들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언 땅을 뚫고 새싹이 밀고 나온다. 이러한 것들은 자연의 순리일 것이고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봄나물이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날에는 봄나물의 대표 격인 쑥, 씀바귀, 달래, 냉이 등등 다양한 봄나물은 곡식에 버금가는 먹을거리였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먹을 것이 떨어지는 춘궁기에 산이나 들에 수없이 자라나 허기를 달래주던 고마운 것이 봄나물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릿고개가 그것이다. 이때가 되면 누구누구 할 것 없이 배고픔을 참고 살아야 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옛날에는 여자들은 시집을 가기 전에 나물의 요리법을 배우는 게 중요한 신부수업 중 하나였다고 한다. 나물의 요리법을 아는 것이 생존과 연결되기 때문이었을 것이고 부모는 이러한 것들을 익혀서 시집을 보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고 도리였다. 그래서 봄이 되면 산으로 들로 나가 나물을 뜯곤 했다.
우리의 지구상에는 수천 종의 식물들이 살고 있다는데 이렇게 많은 식물 중 약 90여 종이 나물이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나물에 관한 모든 것을 익히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물의 모양이나 특성을 살려서 나물의 이름을 소재로 한 나물타령을 만들어 부르게 하였던 것은 자연스럽게 나물의 이름을 익히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나물을 소재로 그 나물에 조리법을 노래로 만들어 부르기도 하였다.
한 예를 든다면 시금치나물일 경우 끓인 물에 살짝 데쳐 차가운 물 헹궈내고/ 꼭꼭 짜서 마늘과 파 소금간장 간을 하네.....,이렇게 하여 조리법을 익히기도 하였다고 한다. 각기 다른 나물들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노래가 3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노랫말들을 보면 아주 해학적으로 만들어졌음도 참 재미있다. 나물타령을 몇 개 소개해 본다.
한푼 두푼 돈 나물 / 매끈매끈 기름나물/어영 꾸부렁 활 나물 / 동동 말아 고비나물/줄까말까 달래나물 / 칭칭 감아 감 돌레/집어 뜯어 꽃다지 / 쑥쑥 뽑아 나생이/사흘 굶어 말랭이 / 시집살이 씀바귀 / 입 맞추어 쪽 나물/꼬불꼬불 고사리 / 이산저산 넘나물/ 오자오자 옻나무/ 따끔따끔 가시나무 등...
이외에도 많은 노랫말들이 있다. 이런 해학적인 노랫말을 만들어 재미있게 부를 수는 없을까요? 우리의 선대들은 어려운 삶 속에서도 이렇게 슬기롭게 살아가면서 그러한 것들이 자식들에게는 교육이기도 하였다.
배고픔을 이기려고 부잣집에서 식량을 빌려 오고 가을이 되면 1할을 더해서 갚고 나면 다음 해의 봄이 되면 다시 보릿고개가 오는 것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야만 했다. 그 서러운 생활을 해보지 않는 사람들은 그 아픔을 모를 것이다.
이제 배가 부르니 엉뚱한 생각이나 하고 지난날의 아픔은 까마득하게 잊고 살고 있다. 잘못하면 다시 그런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절약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