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일기 12. 화산 국립공원(4) 푸울로아 암각화

- 푸울로아 암각화(Pu'uloa Petroglyphs)

2025-01-14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Hōlei Sea Arch'를 구경하고 나서 다시 '체인 오브 크레이터스 로드'를 타고 올라가다 '푸울로아 암각화(巖刻畫) 트레일'을 걸었다. 암각화란  바위나 절벽 또는 동굴 내 벽면 등에 사물이나 기호를 깎거나, 쪼거나, 새기거나, 칠하는 등의 기법으로 그린 그림이다. 하와이어로 '키이 포하쿠'(ki'i pōhaku, 돌에 새겨진 이미지)라고 한다. 

<푸울로아 암각화(Pu'uloa Petroglyphs) >

파란 점선이 푸울로아 암각화(Pu'uloa Petroglyphs) Trail 

푸울로아 암각화(Pu'uloa Petroglyphs) 트레일은 왕복 2.25km의 거리로 약 1~1.5시간 걸리는 짧고 쉬운 코스다. 하지만 이  길은 고르지 않고, 불안정하며, 때론 날카롭기까지 한 용암 길이다. 등산화를 신고 가는 것이 좋다.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도 없으므로 모자는 필수다. 

▲ 푸울로아 암각화(Pu'uloa Petroglyphs) 밭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파호에호에(pāhoehoe) 용암이다. 하단 오른쪽 사진에서  '아후'(ahu, 돌무더기)가 멀리 보인다. 이 '아후'로 트레일 위치를 표시하여 방문객은 안전하게 트레일을 즐길 수 있다. 새로 만들거나 주변의 돌을 올려놓아 변형하는 것은 금지다. 

약 550년 전  '카네 누이 오 하모'(Kāne Nui O Hamo) 화산이 폭발했다. 이 때 흘러온 용암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돔형 언덕이 '푸울로아'(Pu'uloa)다. 주로 표면이 매끄러운 파호에호에 용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푸우(Pu'u)는 '언덕', 로아(Loa) 는 '긴'이란 뜻이므로 말 그대로 '긴 언덕'이란 의미다. 하지만 '긴 언덕'은 기본 의미이고 숨겨진 의미는 '긴 생명(장수)의 언덕'이라고 한다. 그 의미에서 느껴지듯 이 언덕은 그냥 언덕이 아니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이곳을 매우 신성한 장소로 여겨, 500년 이상 종교적 의미를 갖는 의식을 치러왔다. 

▲ 푸울로아 암각화(Pu'uloa Petroglyphs)밭은 데크 길을 따라 볼 수 있다. 암각화의 온전한 보존을 위해서다.  

빅아일랜드에서 가장 많은 암각화가 발견된 지역이 바로 '푸울로아'다. 섬세한 암각화는 긁힘, 마찰 등이 생기면 침식 과정이 악화하여 쉽게 손상된다. 이 때문에 나무 산책로에서만 봐야 한다. 가까이 보고 싶어서 바위로 내려가는 것은 금지다. 

산책로 사이사이 곳곳에 23,000개 이상의 암각화가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제각각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새겨져 있다. 500년 동안 그렇게 자주 흘렀던 용암은 어찌 이 지대를 비켜나 암각화를 보존해 주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 푸울로아 암각화(Pu'uloa Petroglyphs)

돌에 새겨진 문양의 대부분(84%)은 큐플레(cupule, 움푹 들어간 곳)이다. 구멍에는 신생아의 탯줄 일부를 놓아 아이의 장수와 풍요로운 삶을 기원했다고 한다. 이 외에 원, 반원, 동심원, 기하학적 디자인, 인간을 표현한 디자인, 알 수 없는 다양한 문양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 주로 돌로 된 손도끼로 바위를 깎거나 새겨서 만들었다고 한다.

하와이 암각화를 해석하는 사람들은 문양이 단순한 의미는 아니라고 한다. 더 깊은 목적을 담은 메시지라고 주장한다. 하와이섬 주변 여행을 기록하고, 인간의 장수와 행복을 이야기하고,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기록하고, 경계와 길을 표시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푸울로아는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 내에서 용암에 생성된 암각화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아니다. 해안의 여러 곳에서, 킬라우에아 화산의 경사면을 따라, 각각 고유한 어떤 목적으로 새겨진 여러 문양의 암각화가 발견되고 있다. 

그 당시 거칠고 척박한 땅에서 삶을 꾸린 원주민들은 인간의 노력만으론 살아가기 힘들었다. 때론 신에게, 때론 자연에, 종족의 가혹한 운명을 맡겨야 했다. 생존과 행복의 간절한 갈구는 의식을 부르고, 의식은 증거를 남겼다. 그 증거가 어떤 의미인지 현대인들은 정확히 모른다. 다만 암각화를 보면서 숙연한 마음에 절로 두 손을 맞잡게 되니, 시공을 초월한 갈망이 잠시 전달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다음 편에 계속.....

참고  사이트 : 위키백과
참고 사이트  : 하와이 화산공원 홈페이지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하성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