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대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이 필요한 10가지 이유
- 12.3 내란 사태를 계기로 교육 대전환을!
지난 20대 대선(2022) 당시 윤석열 지지율이 무려 48%를 넘었다는 사실은 생각 있는 사람들에겐 더할 수 없는 충격이자 절망이었습니다. 이는 민주주의 위기를 반증하는 현상으로 지난 윤석열 정권 2년 반을 겪으면서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 마디로 유권자 절반 가까이가 극우와 보수를 분별하지 못했습니다. 똥과 된장이 색깔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성분입니다. 똥은 버리는 유해 물질이나 된장은 우리 몸을 이롭게 합니다. 마찬가지로 공동체 발전을 위해 극우를 경계하고 보수를 취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반공이라는 과잉 이념을 배경으로 극우 세력이 보수의 흉내를 내온 역사입니다.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똥과 된장을 분별하는 시민의식을 학교 교육 과정으로 제도화해야 합니다. 북서유럽처럼 시민교육을 교과목화 해서 국영수 과목처럼 비중 있게 가르치고 평가해야 합니다. 다시는 윤석열 같은 괴물을 선택하지 않도록 시민의식을 높이기 위해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시민교육을 국가수준교육과정으로 도입하고 교과목화 해야 하는 이유는 60%대에 머무는 낮은 총선 투표율에 있습니다. 이는 의회민주주의의 위기이자 대표성의 위기입니다. 유권자 30~40%가 총선 투표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50%대로 유권자 절반이 투표에 불참하는 현실입니다. 2016~2017 촛불 시민이나 2024~2025 2030 응원봉 세대가 보여준 광장 민주주의와 달리, 지역정서에 함몰된 보통의 시민의식은 참담한 수준입니다.
대표 사례가 지난 1월 20~21일 이틀간 리얼미터가 충남 예산과 홍성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탄핵 관련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리얼미터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으로 신뢰할 만합니다. 설문 응답자 504명 가운데 '탄핵을 인용해 파면해야 한다'는 의견은 37.1%인 반면, '탄핵을 기각하고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응답은 59.4%에 달했습니다.(중앙선관위 홈페이지-정보공간-선거 여론조사-여론조사 결과 보기 참조) 설령 표집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보수(?)가 과표집되었다고 해도 깜짝 놀랄 일입니다.
특히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가장 많이 지지한 연령대가 18~29세로 무려 67.7%에 달했습니다. 윤석열 12·3 내란 행위를 지지한 계층이 화이트칼라, 대학생, 가정주부, 은퇴자들, 자영업, 농어업 직업군이라는 사실입니다. 블루칼라 계층만이 ‘12·3 내란 행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항에 응답률이 높았습니다.
윤석열 용와대 출신 강승규 의원의 지역구라고 하지만 기가 막힐 일입니다. 저열한 시민의식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뿌리 깊은 요인입니다. 북유럽은 총선 투표율이 80%를 넘습니다. 18~29세 청년 세대 투표율도 70%대를 유지하는데 우리나라는 50%대를 오르내릴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총선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로 자주성과 자율성, 그리고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과 정치사회 약자와 연대하는 시민성을 길러내기 위해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경쟁교육에서 승리하는 시험형 인간을 양산하는 현행 교육을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나아가 내면 깊숙이 시민성을 간직한 성숙한 인간을 길러냄으로써 교육의 본질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는 교육기본법 제2조(이념)에 명문화된 교육의 목적에 합치된 모습입니다. 시민교육을 입법화하고 정치권에 견인하기 위해선[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이 절실합니다.
네 번째로 87년 민주항쟁 이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공동체를 위기에 빠트린 이명박 - 박근혜 - 윤석열 같은 괴물엘리트를 분별할 수 있는 지성을 길러내기 위해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인구 비율 당 대졸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고학력 도시임에도 대구를 비롯해 경상도 지역정서에 갇혀서 지성이 실종된 모습을 보노라면 깊은 절망감을 갖습니다.
최소한 선과 악을 분별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지역정서에 매몰돼 괴물엘리트를 계속해서 지지하고 선택하는 ‘집단적 광기’ 앞에 이젠 안타까움을 넘어 깊은 절망을 느낍니다. 오죽했으면 ‘2019 조국 사태’ 당시 서초동 검찰청에 운집한 시위대 가운데 대구에서 올라온 시민들이 ‘대구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고 소리쳤을까요!
다섯 번째로 공화국 시민으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인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교사의 정당 가입조차 불온시하는 대한민국 현실은 매우 천박한 수준입니다. 교사의 정당 가입은 정치기본권의 최소한이기 때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8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교사의 정당 가입을 형사 처벌합니다. 정치 후진국인 일본조차 교사가 자민당이든 국민민주당이든 입헌민주당이든 공명당이든 공산당이든 정당 가입이 가능합니다.
2023년 7월 서이초 교사 비극의 근원적 요인도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박탈한 데에 있음을 기억합니다. 22대 국회에서 교사 출신 국회의원이 단 두 명입니다. 정성국 의원(한교총 회장 출신 국민의 힘)과 백승아 의원(교사노조연맹 출신 더불어민주당)이 바로 그들입니다.
서이초 비극 이후에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고 교권을 확보하기 위한 거대한 목소리가 여의도를 뒤덮었습니다. 그러나 관련 입법이나 법률 개정이 지지부진했고 왜곡된 채 끝났습니다. 그 결정적 이유가 교육 현실을 아는 교사 출신 국회의원이 0.01%에도 미치질 못했기 때문입니다. 교사 신분을 유지하면서 국회의원인 경우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 앞에 프랑스 현실과 비교할 때 천지 차이라 무척 안타깝습니다.
서이초 교사 비극(2023. 7. 18.) 이후 두 달 남짓 기간, 연인원 80만 명이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집회 현장에서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을 맹렬히 촉구했음에도 정치권은 ‘교권보호 4법’ 개정으로 퉁 치고 넘어갔습니다.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에도 2024년 한 해 동안 20명이 넘는 교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은 우리 교육계 현실이 얼마나 살얼음판을 걷는 현실인지를 가늠하게 해줍니다.
참고로 한겨레 칼럼에 기고한 김누리 교수에 따르면 독일은 연방의원 가운데 법조인 다음으로 교사 출신이 많습니다. 무려 13~15%(80~100명)에 이릅니다. 핀란드는 교사 출신 국회의원이 20%로 모든 직업군 가운데 단연 1위입니다.(한겨레 신문, 2023. 8. 1.) 핀란드 교육이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나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 바로 ‘학교=행복발전소’ 인식 정도에서나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OECD 평균으로만 봐도 교사 출신 국회의원 비율이 10% 안팎인 점을 이해한다면 우리나라 교사의 기본권 보장 수준이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로 20~30 청년 세대는 선동에 취약합니다. 12・3 내란 수괴 윤석열을 구속 결정하는 과정에서 1・19 폭동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폭도들이 법원 청사에 난입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자행해 경찰 수십 명이 다쳤습니다. 폭도들은 법원 유리창을 부수고 기물을 파괴하는 등 난동을 부렸습니다. 쇠 파이프를 질질 끌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 사무실 문을 부수기도 했습니다.
체포된 청년들 가운데 2030 세대가 절반(51%)을 넘는다는 사실 앞에 그 청년들이 선동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줍니다. 슬픈 현실이지만 우리 사회 아픈 대목입니다. 전광훈 목사와 전한길 한국사 1타 강사의 선동은 진실이 아님에도 2030 청년 세대 가운데 그를 추종하는 현실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성이 오염되고 이성이 마비된 시대에 왜 시민교과를 학교 교육으로 제도화해야 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뼈아픈 장면입니다.
일곱 번째로 북서유럽 국가들은 길게는 50년 전부터, 짧게는 25년 전부터 시민교육을 교육 과정으로 채택해 교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독일은 ‘정치교육’으로, 프랑스는 ‘도덕 시민교육’ 교과로 영국은 ‘시민성교육’으로 시민교육을 강화해 왔습니다. 스웨덴 또한 극우세력이 준동하는 현실을 배경으로 2018년부터 기존 사회 교과를 ‘시민성’ 교과로 교과 명칭을 바꿔 시민교육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처음 도입된 민주시민교육 관련 정책들이 윤석열 정권 들어서면서 모조리 폐기돼 버렸습니다.
한교총과 국민의 힘은 민주시민교육을 종북 편향 ‘이념교육’으로 간주하며 극렬히 반대합니다. 오는 봄날 민주 정부 4기에선, 아니 ‘응원봉 불빛 혁명 정부’에선 반드시 시민교육을 국가수준교육 과정으로 제도화하고 학교 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윤석열 김건희라는 비열한을 경험한 위기의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도 그렇고, 기후 위기! 생태 위기 시대!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시민교육은 절실하고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여덟 번째로 수직적인 학교 생태계를 동등한 인간관계, 내지 수평적인 학교 문화를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권위주의와 상대평가, 그리고 경쟁 문화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리 만무합니다. 민주주의자를 온전히 길러내는 학교 생태계의 대전환이 절실하고 시급한 이유입니다. 민주적인 학교에서 민주시민이 길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이 실천합니다.
아홉 번째로 이 시대 교육자로서 교사 집단의 성찰과 정화 차원에서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50만 교사 가운데 회원수가 가장 많은 단체가 교총입니다. 2022년 현재 무려 13만 5천 명 정도 가입돼 있습니다. 교총은 미군정 시절 자주적인 전국 교사 조직 [조선교육자협회]를 탄압해, 지하화하는 1947년 11월 그 시점에 창립한 어용 교육자단체입니다.
한국 교육을 망가뜨린 미군정청 문교부장 오천석의 지시로 친일교육자 조동식(동덕고등여학교장), 친일교육자 최규동(중동학교장)을 앞세워 만든 관변 교육자 단체 [조선교육연합회]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과거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42년 독재 시절 교련(교총)의 부패상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 시절 한국사 국정제 시도 당시, 교총은 국정교과서 지지 성명서를 내며 추태를 부렸습니다. 2022 대선을 앞두곤 전직 시도 교총 회장들이 집단으로 윤석열 후보 지지 성명을 내는 등 역사의 흐름을 매번 거슬렀습니다. 교사 집단의 자기 성찰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도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은 교육 운동의 대전환을 위한 나침반 역할을 지향합니다. 기존 교육 운동의 양대 산맥 전교조(2022년 현재 4만 명)와 교사노조연맹(2022년 현재 5만 명)은 관성에 따른 운동으로 거듭나질 못하거나 연맹체라는 조직상 한계로 교육 운동의 정체성이 미약합니다. 관성에 따른 운동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고 성찰이 없는 운동은 장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탈진실의 시대! 12.3 내란 사태를 계기로 교육 운동은 대전환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교육의 목적에 적합한 민주주의자를 길러내기 위해서 교육의 대전환, 나아가 교육 운동의 대전환이 절실합니다.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은 전교조, 교사노조연맹과 함께 연대하고 협력, 비판하면서 시민교육의 위상을 크게 제고하는 데에 견인차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기후 위기와 급속한 과학기술의 변화에 대한 주체적인 대응능력, 바로 ‘변혁적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을 ‘OECD 2030 보고서’에서도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오는 2월 15일(토)에 창립할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자못 큽니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