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일기 20. 카우아이 '하에나' 해변과 '마니니홀로' 마른 동굴

2025-03-12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 카우아이 북쪽 연안에 있는 해변들

프린스빌을 중심으로 양옆에는 해변이 많다. 지도에 이름이 나온 것만 15곳이 넘는다. 어디가 더 좋다고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다 멋진 해변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중 '하에나 해변', '하날레이 해변',  '카우아페아 해변'에 다녀왔다. 

<하에나 해변(Ha'ena Beach)>

하에나 해변은 긴 해변이다. 초승달 모양의 마니니홀로 베이(Maniniholo Bay)의 한쪽에 있다. 서쪽으로는 캐논스 해변, 마니니홀로 해변, 케비치 해변과 연결되고, 동쪽으로는 지난 글에 짧게 소개한 스노클링 핫스팟인 터널스 해변과 연결된다. 육지 서쪽으로는 '하에나 주립공원(Ha'ena State Park)'도 있어 열대 우림을 구경하고 해변에 와도 좋을 것 같다.    

▲ 마니니홀로 베이 안쪽의 하에나 해변, 

깨끗한 모래사장, 새파랗게 맑은 물, 화사한 햇살, 검은 바위, 해변 뒤로 펼쳐지는 마카나 산에서 이어지는 절벽에 열대 우림까지 이리저리 돌아봐도 숨막히게 아름다운 전경이 해변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에나 해변에는 때때로 예측할 수 없는 강한 파도와 이안류가 들이닥친다. 파도를 타는 서퍼나 바디 보더에게는 인기 있는 장소이지만, 수영하는 사람에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곳이다. 절대 혼자 수영하지 말고, 어린아이들이 혼자 물에서 놀지 못하게 하라는 경고가 쓰여있다.

▲ 새파란 물이 강렬한 하에나 해변
▲ 마카나 산과 드넓은 해변
▲ 검은 바위가 바다를 향해 기어가는 해변
▲ 마카나 산 절벽과 해변 사이 모래 언덕에 열대 정글이 우거져있다. 

뜨거운 태양 에너지와 시원한 물 에너지를 받은 아이들은 힘이 펄펄 나는 것 같았다. 셋 다 30대인데 마치 20대 대학생으로 돌아간 듯 신이 나서 해변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수영하러 멀리까지 나갔다. 나는 주로 그늘막 아래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아이들이 내 눈에 보이는 곳에 있으면 '어쩜 셋이 저리 사이좋게 놀까….' 하면서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한참 동안 이리저리 둘러봐도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스멀스멀 걱정이 밀려왔다. '다 큰 어른들인데…. 이 웬 쓸데없는 걱정인고....' 하면서도 눈은 계속 아이들을 찾았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으면.... 나도 모래사장으로 튀겨나가 더 멀리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아이들이 이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멀리서 막 뛰어오면 속에서 뭔가가 핑 돌기도 했다. 아이들이 저리 커도 엄마 눈엔 아직도 어린아이로 보인다는 것을 아이들은 이해할까? 아니면 '우리 엄마는 과잉보호쟁이야' 하고 놀려 먹을까....

▲ 모래 변기 놀이(상단 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시간 순)

실컷 놀았는지 아들이 앉아서 모래놀이를 시작했다. 딸은 아빠를 끌고 스노클링을 하러 갔다. 사위는 아들과 의기투합하여 모래 변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둘이 낑낑대고 만들더니 사위가 앉아 응가 시늉을 하고 둘은 좋아 낄낄 웃었다. 아들은 좀 더 리얼하게 모래 변기에 물이 나가는 구멍까지 내기 시작했다. 파도가 밀려오면 나갈 배수구다. 드디어 모래 변기가 완성되었다.

아들은 누나가 오길 기다렸다. 바닷물과 모래 변기의 합작 퍼포먼스를 하려고 했는데 딸이 그만 모래 변기에 털퍼덕 주저앉아 작품을 훼손하고 말았다. 그래도 다들 너무 웃긴지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우리가 언제 또 다시 만나 어린아이처럼 이렇게 해맑은 웃음을 나눌 수 있을까? 이런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 어느덧 해가 지는 하에나 해변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짐을 거두어 출발하기 전, 잠잠했던 구름이 마지막 태양 빛을 한껏 받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어느덧 해가 지는 하에나 해변

<마니니홀로 마른 동굴(Maniniholo Dry Cave)>

하에나 해변 주차장 바로 건너편에 특이한 동굴이 있다. '마니니홀로 마른 동굴'(Manini-holo Dry Cave)이다. 해수면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던 수천 년 동안, 파도의 침식작용이 용암을 깎아 만들었다고 한다. 동굴에 어떤 샘이나 물이 채워지지 않아 '마른 동굴'이라 부른다.  

▲ 동굴 내부

동굴은 깊이가 약 45m로 널찍하다. 높이는 9m로 사람이 서서 쉽게 걸어 다닐 수 있어 동굴 내부 탐험이 수월하다. 동굴 바닥은 모래와 바위로 되어 있다. 비가 올 때는 약간 축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건조하고 시원해서 강렬한 하와이 태양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다. 내부에 들어가서 밖을 보면 넓은 입구를 통해 빛이 들어와 그림자를 만들어 약간 신비로운 분위기가 난다.

▲ 동굴 안에서 바라본 동굴 입구

하에나 해변이 '마니니홀로(Maniniholo)만'에 있는데 이 동굴 이름도 '마니니홀로'다. '마니니홀로'는 키 작은 고대 원주민 메네후네(Menehune)족의 한 어부 이름이라고 한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물고기를 훔쳐 가는 악령에게서 물고기를 찾기 위해 마니니홀로가 동굴을 팠기 때문에 '마니니홀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이 동굴은 와이메아 캐니언까지 연결되는 터널이었다. 와이메아에서 메네후네족과 폴리네시아 정착민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메네후네족이 폴리네시아인들에게 쫓겨 도망칠 때 이 터널을 이용해 북쪽 해안으로 탈출했다. 메네후네족은 터널을 모두 통과한 후, 폴리네시아인들이 오지 못하도록 터널 천장을 무너뜨려 그들을 막았다. 전설에서 합리성을 찾으면 안 되는데... 둘째 전설이 뭔가 그럴싸하고 재미있다. 아마도 신비한 터널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더해져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 하날레이만 전망대에서 멋진 광경을 만났다.  산과 구름에 어우러진, 촉촉한 미립자를 머금은 해넘이 광경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 넋을 빼놓는 카우아이의 아름다움은 어디가 끝일까? 위대한 자연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면서.... 이런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준 아이들에게도 고맙고 또 고맙다. 

 

참고 사이트 : 위키 백과
참고 사이트 : https://dlnr.hawaii.gov/dsp/parks/kauai/haena-state-park/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