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 포토에세이] 왜 노동자들은 하늘을 선택하는가

2025-04-13     장영식 사진작가

대한민국 세 곳의 지역에서 노동자들이 하늘 집을 짓고, 고공 농성 투쟁을 진행 중입니다.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 박정혜·소현숙 씨는 평택 공장으로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불탄 구미 공장 옥상에 올라 459일째, 세종호텔 요리사였던 해고자 고진수 씨는 15년 간의 노조 탄압 중단과 정리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명동역 지하차도 교통시설물에서 57일째,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자 김형수 씨는 하청 노동자들의 차별 개선과 상여금 회복을 요구하며, 한화오션 본사 앞 30미터 교통감시카메라 철탑에 올라 24일째 고공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고공 농성 459일째 투쟁 중인 소현숙, 박정혜 씨는 "윤석열은 파면되었습니다. 당연한 판결이었습니다. 시간이 걸렸지만, 함께 싸웠고 함께 단결했기에 지켜 낸 민주주의였습니다. 이제는 무너진 일상을 되찾고 고공에 있는 저희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와야지 않겠습니까. 어제는 너무 아팠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복통으로 일어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었습니다. 고공에 오르고 처음으로 느끼는 아픔이었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 고공에 있어서 이제는 몸도 마음도 고장이 날 대로 났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고 내려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더 단단하게 싸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투자 기업이 국내에서 먹고 튀는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목숨을 담보로 투쟁하는 일들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싸우고 함께 투쟁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출처 : 장영식)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아래 비상행동)과 6개 야당(노동당, 녹색당, 더불어민주당, 사회민주당, 정의당, 진보당)이 함께 4월 9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고공농성 3개 사업장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3개 지부 지회는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지만, 여전히 고공이라는 어두운 터널에 갇혀 외로이 투쟁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윤석열의 파면을 위해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은 거리에서 자본과 권력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과 연대의 손을 맞잡고 비정규직 철폐·정리해고법 폐지·노조탄압 중단·노동기본권 보장·외국인 투자기업들의 먹튀 방지 등을 함께 외쳐 왔다"라며 "새 세상을 위한 사회대개혁의 시작은 노동 악법에 따라 고공으로 몸을 올린 노동자들이 땅으로 내려오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하기에, 오는 6월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정치인과 집권하고자 하는 정당은 이 고공 농성 3개 사업장 문제에 대해 답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세종호텔 요리사였던 고진수 씨는 "세종호텔 정리 해고는 노조 파괴 목적으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12명을 정리 해고 했고, 지금은 해고자 6명이 복직을 요구하며 3년이 넘도록 투쟁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라며, "지금의 연대가 더 넓게, 더 강고하게, 더 단단하게 이어진다면 가능합니다. 지금 거리에 나온 우리가 주인인데 너무나 많이 빼앗기고 살아갑니다. 많이 가져서 주인이 되는 게 아니라 빼앗기지 않고 평등하게 나누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합시다"라고 말합니다. (출처 : 장영식)

이날 기자 회견장에서 정당 대표들은 "12·3 내란 사태를 계기로 이 땅의 기득권들이 노동자들을 내팽개친 우리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게 됐다"라며, "자신과 가족의 생계가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고공 농성 노동자들이 가장 앞장서서 행진의 길과 광장의 문을 열어 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 생존이 보장됨으로써 당당하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곧 사회대개혁"이라며, 고공에서 투쟁 중인 노동자들을 지지했습니다. 이들은 "혜택은 다 누리면서 최소한의 노동권과 대화조차 거부하는 이 자본들을 반드시 국회가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라며 "고공 농성 투쟁 노동자들의 승리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대개혁의 시간으로 진입했음을 선언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노동자·시민들의 외침에도 세상이 변하지 않았다는 부끄러움을 씻어 내기 위해 국회와 정당들이 각자의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노동자 김형수 씨는 "탄핵 광장을 이제 사회대개혁의 광장으로 열어 가야 합니다. 그리고 노동 현안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합시다. 함께 위대한 시민의 힘으로 고공에 있는 사람들 땅 밟게 하고, 함께 사회대개혁 이뤄 냅시다“라고 말합니다. (출처 : 장영식)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 공장에서 고공 농성 중인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부장은 “젊은 청춘을 바쳐 일했던 회사는 ‘우리는 하나’라고 했지만 그걸 순순히 믿었던 저희는 그저 쓰다 버리는 소모품처럼 버려졌습니다. 평생 겪어 보지도 못한 일들을 니토덴코를 통해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외국인 투자 기업에 ‘먹튀’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평생을 헌신해 왔던 일터를 잃어야만 하는 피해자는 저희가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국회와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라며, "윤석열이 파면됐지만, 노동자들의 문제가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라면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긴 세월을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등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일은 여전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천주교 노동사목위원회에서 구미 한국옵티칼 현장에서 해고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출처 :장영식)

한국 사회 불평등의 핵심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조파괴 수단이 된 정리해고법 폐지, 노조 탄압 중단, 노동 기본권 보장, 외국인 투자 기업의 ‘먹튀’ 방지 등 사회대개혁의 핵심 과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고공에서 투쟁 중인 노동자들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천주교 노동사목위원회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에서는 현장에서 기도회와 미사를 봉헌하며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장영식(라파엘로)사진작가

이 기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s://www.catholic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