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편 <10.19 여순항쟁 > 손구락 총!

- 황노인 고발한다, 신전리 사건 ! (필명 김자현)

2025-04-25     김승원 주주
(출처 : 한겨레 신문)

 

 

 

 

 

 

여는 본시 숯 굽는 마을이여!

새 세상이 왔다고 난리도 아니더니  얼마 안 가서

군인들이 갑자기 들닥쳐

마을 주민들 당산나무 밑에 모이라 혔소

바로 추석이 지났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혀 

아이들, 새끼들까지 모조리 업고 나오라 혔소

 

틈틈이 논 갈고 밭 갈고나문

흔허디 흔헌 띠풀을 먹고 자란 황소가

집집마다 한 마리썩이라 

내가 벌어 나 먹고 남의 것은 탐내지 않는 

숯 겉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었지라

 

어느날 애비를 따라 산으로 갔던 14세 소년 

부상당해 산에서 내려왔을 때

치료해 준 사람은 누구?

백운산으로 올라간 여순 14연대

애비를 따라갔던 소년 빨찌산에게 밥을 챙게 준 년놈은 나왓!

재워 준 놈은 누구엿?

누룽지라도 나누어 먹은 놈들도 모두 나왓!

 

내는 당시 여섯 살

나는 당산나무 앞으로 나가지 않았어

무서워서 숲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지라

내 아부지 내 어무이

군것질 나누어 준 내 누이꺼정

문홍주 손가락에 지적질 당했어

우리 가족 모두하고 스물두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와 그들은

내 망막에서 총알이 튀었소

그 징그런 총소리 내 귀에서 날마다 폭발하는 총소리

내 귀는 헐어, 내는 귀가 헐어

내 귀에서는 늘 벼락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 세상 모든 소리가 어느날부터 떠나갔어

나는 절벽이 되었지

 

다음 군인들은  마을에 불을 질렀지

난 그들이 떠날 때까지 산에 숨어 있었어

대나무 많은 마을은 봄에는 죽순 채집해 장에 내다 팔고

대나무 소쿠리도 만들어 팔았어

국사봉과 돛대봉에서 해가 솟아오르면 마을은 갑자기

잔치집처럼 여기저기 일사불란하게 움직거리는

먹고 살 만혔던 부지런한 섶바몰

삼십여나문 가구가 모조리 탔어

한 달 넘게 탔어 앙 것도 없이 잿더미로 변했지

시신을 묻을

곡괭이도 삽자루 하나가 없었어

 

이웃 마을 전전하며 먹을 것을 들고 난 산으로 와 숨곤했어

난 산사람이 되었어 그리곤 동냥아치가 되었지

내는 지금 멫 살이여?? 

난 이 마을 저마을 돌며 구름같이 지냈소

귀가 절벽이 되고 나니 말을 자꾸 잊어버렸소

6살 때까지 배웠던 말이 자꾸만 줄어들었소

내 이름도 잊어번졌지!!

꽃 같은 내 누이도 내 어무이도 어디 묻혔는지 나는 모르오!

 

<성은 황씨요 이름도 없는 황노인의 증언 - 신전마을 사건이 일어난 것이 1949년인 것으로 보아, 이 때가 6살이라면 이분은 43년 생인 것으로 추정한다면 82-3세로 추정합니다.

자신의 가족 몰살을 목격한 후, 홀홀단신으로 살아남아 이 마을 저 마을을 전전하며 거지로 살았다고 증언! 이후 이분의 생사는 모릅니다.> 

(출처 : 한겨레 신문)

 

 

 

 

 

 

(22년 직접 찍었던 사진은 24년에 휴대폰을 잃어버려 사진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