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길 첫날은 높이로만 따지면 1000미터를 올라갔다. 쿠어시가 해발 595미터이고 1644미터 고개를 넘었으니. 하지만 15km 거리를 서서히 걸어올랐기에 힘들지는 않았다.
올라가면서 내려다 보이는 Chur 시가지.
이런 호젓한 길도 걷는다.
벌목한 나무들을 실어나르는 길이다.
벌목길로 접어들다가
구글에서 안내하지 않는 산길이자 지름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다시 벌목길을 만난다.
지나고 보니 벌목길과 산길은 예외적인 코스였다. 이제부터는 순탄한 찻길이다.
그림같은 마을 모습
자전거로 여행하고 있는 스페인 사람을 만난다. 그는 유럽전역을 돌고 있다.
오래된 목조다리를 만난다.
마르틴 루터도 이 다리를 건넜을까.
큰 길 가에 1837년에 만들어진 약수터 같은 곳이 있다. 물맛이 꽤 좋아서 물통에 담는다.
목적지 마을을 3km 앞두고 어느 봉우리를 보면서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 이 동네는 겨울이면 스키장이 된다.
걸어서 알프스를 넘어가는 나그네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레스토랑의 주인. 친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고개정상 1600미터를 넘어서니 다른 능선들이 보인다.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오르다가,
고개를 넘으니 절경이 기다리고 있다. 산과 숲과 호수가 어울린 알프스다운 경치다.
절경 근처의 숙소를 떠나며. 이 숙소는 유스호스텔인데도 호텔만큼 비쌌다.
다음날은 1604m고지에서 855m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1200m쯤으로 올라가는 23km자전거코스를 따라간다. 그러니까 내리막 750미터와 오르막 350미터를 롤러코스트를 타듯 걸어야한다.
그 호수가를 걸어간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 벤치에서 명상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런 분위기를 즐기려고 금요일인 어제부터 캠핑카가 몰려온듯. 각양각색의 캠핑카가 보인다.
코리안 나그네에게 환호하는 관리요원, 그리고 관광객.
근 처 마을 길가의 예술적인 벤치
길을 걸어가며 감상하는 능선경치가 알프스 걷기의 백미다.
토요일 답게 많은 이들이 레크리에이션을 즐기고 있다.
숲사이로 보이는 능선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벤치가 적소에 있다. 설치한 사람의 이름도 아로 새겨져 있다.
산길에서는 이정표가 더욱 중요하다.
산책하는 그룹을 만났다. 그들이 나그네에게 호기심을 갖길래 설명과 함께 셀피. 헤어지고 난 후 되돌아보니, 그들은 필자가 준 홍보물을 오랫동안 들여다 보고 있다. 멀리서 다시 서로 손을 흔들어준다.
차도옆 보행 겸 자전거길.
이런 자갈길이라면 자전거가 속도를 낼 수 없으니 보행자도 안전하다. 우리도 모든 도로에, 한쪽옆이라도 이런 보행길이 적용되도록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보행길은 관리에 품을 꽤 들여야겠지만, 걷기좋은 길을 만들면 관리가 오히려 수월하다. 걷기가 즐거워지면 차량이용을 줄일 수 있고 적극적인 기후대책이 된다. 우리와 같은 고밀국가에서는 복지차원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는 것이 이런 보행로다. 기후위기시대의 도시계획의 큰 원칙이 되어야 한다.
토요일에도 영업하는 Volg라는 수퍼마켓이 있다. 진열대에 파인애플 조각이 보인다. 간식으로는 그만이다.
스위스가 물가가 비싼 것은, 자연을 관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서 세금을 많이 거두는 것도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이런 자갈길에도 빗물이 흐르는 수로를 빈틈없이 깔아두어야 하니.
그 유명한 Davos로 가는 안내판이 보인다. 매년 연초마다 세계의 경제인들이 모여서 한해 지구촌 살림을 전망하고 걱정한다는 모임이 열리는 마을이다.
혹자는 Davos 포럼을 두고 '가진 자들의 잔치'라고 폄하하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런 모임이라도 하고 있어야 언젠가 진짜 괜찮은 모임도 만들어질 것이 아니겠는가. 아직 인류는 갈 길이 멀다.
알프스 산맥은 석회암이 많다. 석회암으로 시멘트를 생산하는듯한 공장이 보인다.
한여름임에도 평균기온 15도전후의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경치를 한껏 누리며 경사길을 걷는다.
어느덧 태양광 발코니가 있는 마을로 접어들어서,
숙소에 도달했다. 레스토랑을 겸한 호텔이다.
저녁으로 이탈리아식으로 살짝 구운 양고기를 먹는다. 영양만점이다.
세째날은 오르막 19km다. 약600미터 높이를 계속 오르기만 하는.
이런 거리를 지나가다가 나그네에게 호기심을 보인 어느 가족과 함께 셀피. 아이들의 표정이 귀엽다.
며칠전 일지에 올린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 글에 문대통령의 권력미사용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에 대해, 지나친 권력행사보다는 낫다면서 반론을 제기하는 분이 있었다. 걸어가면서 권력사용의 문제를 좀 생각해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지구촌 위기의 본질의 하나도 거기에 있다고 평소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기에.
권력의 문제를 깊이있게 다룬 성현은 공자다. 그는 논어에서 권력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주체로서의 '군자'를 내세워 권력의 본질을 갈파했고, 권력사용의 어려움을 여러 비유를 해가면서 설명한다. 생체적 존재로서의 권력을 잘 쓰려면 '군자'가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살아야 하고 세상을 다루어야하는가의 본질을 갈파했다.
필자도 도시계획분야의 핵심인 '의사결정'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권력의 문제를 연역적으로 정리해본 적이 있다.
https://m.cafe.daum.net/earthland/BDkx/4
권력사용의 문제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교과서적 원칙이 정립되지 못한 편이다. 정치학 분야에서만 삼권분립 등 권력기관간의 견제 등을 다룰 뿐이지,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구성원 그리고 조직 그리고 국가간의 권력관계를 둘러싼 원리와 규범에 대해서는 아직 인류는 무지에 가깝다.
그 결과가 미국같은 나라의 폭주가 아닐까. 미국은 자체적으로 많은 내부 모순을 안고 있다. 공동체로서의 내부의 권력메카니즘이 정립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스위스는 다르다. 다민족 국가여서 공동체적인 균질성을 일구어내기 힘든 여건이었음에도 그들의 의사결정시스템은 매우 훌륭하다. 권력의 생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이 나타난다.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수상한 나그네가 국경쪽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꼼꼼하게 묻는다. 스위스는 EU국이 아니어선지 외국인 문제는 좀 다르게 접근하는 것 같다. 한참 조회를 하더니, 필자의 정체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이 되었는지 전공분야까지 묻는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환송해주는데 셀피는 사양한다. 경찰차를 대신하기로 했다.
폭주족도 이따금 보인다.
자전거 학교도.
어느 마을 한가운데 있는 1935년 제작의 수조.
능선 정상에 있는 마을 St. Moritz(장크트모리츠)가 29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커다란 인공호수도 만난다.
필자의 일지를 본 페친이 문대통령을 옹호한 것은 권력남용보다는 낫지 않는가 하는 소극적인 의미였다. 하지만 의사결정이 갖는 의미와 권력의 메카니즘으로 보면 그렇지는 않다. 공동체의 관점으로 보면 과잉행사보다 덜 나쁜 게 아니다.
"권력은 공동체가 의사결정을 위임함으로써 존재하는 실체입니다. 그런 권력은 제때 행사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면, 설사 잘못된 권력 행사일지라도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지지만, 타이밍을 놓치고 권력행사를 미루면 공동체 전체에 혼란을 주게 되고 뒤늦게 올바른 권력행사를 하더라도 민초들은 찬반을 표현할 권리를 이미 박탈당한 상태이지요"
필자의 페친에게 한 메모요약이다. 문재인대통령이 적극적인 잘못을 저지른 게 별로 없는데도, 분노하는 국민들이 많은 이유다.
이 인공호수는 거대한 시설이다.
역시 보통시설이 아니다. 호수 바닥쪽에는 정교한 발전시설이 아래쪽 호수및 하천들과 연계되어 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설이다. 아까 왜 경찰이 걸어가는 나그네를 조사했는지 이유를 알만하다.
인공댐이지만 알프스의 경관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핵폭탄이 1945년에 터진후 그 권력남용을 막고자 만들어진 게 UN이다. 인류차원의 대응으로 만들어진 권력통제장치다. 하지만 세 번의 핵발전소폭발이 있었음에도 인류차원에서 아직 대응이 없다. 전세계 450개가 언제어디서 터질지 모르는데도. 핵발전소를 둘러싼 자본권력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이를 통제할 인류차원의 권력장치가 없는 것이다. 인류는 지금 통째로 직무유기 중이다.
이제 산행길 네째 날이다. 고개정상까지는 9km, 올라가야 할 높이는 약500미터.
맑은 물이 흐른다.
시원한 물에 발도 담근다.
해발 2천미터에서도 농부가 풀을 베고 있다.
가만히 보니 이건 예사풀이 아니다. 잡초가운데 피사리 종류가 많이 보인다. 피는 벼과의 식물이다. 지금은 잡초로 천대받지만, 조선전기까지만 해도 구황작물로 대접받았다.
곤포사일리지가 보이는 보니 이 꼴을 베어서 사료로 쓸 모양이다.
그 잡초를 베는 기계를 모는 이가 보이길래, 기다렸다가 이 분께 확인해보았다. 독일어로 Viehfutter (마초, 말먹이 풀)라고 한다. 가축에게는 식량으로서 유효한 것이다. 해발 높은 곳에서도 이런 식의 농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농가는 그 풀들을 묶은 곤포를 잔뜩 쌓아두고 있다. 우리도 볏짚을 이렇게 곤포로 압착해서 약간 발효시킨 다음 소에게 사료로 준다. 논에서 순환되어야 할 볏짚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생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반면, 여기에서처럼 자연목초지에서 벼과나 콩과의 잡초를 베어서 사료용 곤포로 만드는 것은 생태적으로 자연스러워 보인다.
점차 경사가 급해지고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산봉우리가 아니라, 능선의 정상인 고개가.
방목되고 있는 어미소와 새끼.
정상부근의 하이킹 베이스캠프. 사람들은 여기에 주차해놓고, 산속으로 본격적인 하이킹을 즐기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