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2025-07-20 황선만 주주
이번 장마는 2차, 3차 이어진다더니, 다시 시작한 긴 장마가 한반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구석구석 짓뭉갰다. 집중호우로 소중한 삶의 터전들이 휩쓸리고 거처를 잃은 소들이 길거리를 배회했다.
국가 소방동원령에도 수마는 좀체 잦아들지 않았다. 이곳저곳 고속도로가 막혀 우회해야 했으며, 가장 안전한 줄 알았던 철길도 끊어지기 일쑤였다. 사람도 산천도 오돌오돌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거센 빗줄기도 멈추기 마련이다. 그리고 아이처럼 환하게 웃을 때가 있다. 불현듯 눈이 크게 떠질 때가 있다.
비가 그치고 잠시 햇살이 몸을 드러낸 사이에 만나는 무지개는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이제 다시 시작하라는 하늘의 신호다. 토사를 걷어내고 닦고 쓸면서 새길을 만들어가라며 위로한다. 화사한 무지갯빛으로, 모난 데 없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토닥여준다.
편집 : 하성환 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