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구의 비명, 그 어둠을 넘어서
한국은 미국 중심의 서방 질서에 편입되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5위권의 국방력을 갖춘 나라로 성장했다. 민주 혁명을 이루고, 평화적인 촛불과 빛의 응원봉으로 친위 쿠데타까지 막아냈다.~~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패권국 미국의 거친 파도 앞에서 우리는 슬기롭게, 그리고 당당하게 국익과 자주권을 지켜내야 한다.
마키아벨리즘에 갇힌 미국의 대외 정책
미국의 초중고 교실 벽에 독립선언서가 걸려 있지만, 그 대외 정책은 마키아벨리의 냉혹한 현실주의를 닮았다. 심지어 우리의 언어는 마키아벨리보다 더 기만적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말이다.
미국은 항상 민주주의, 자유,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수도 없이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전쟁에 개입했다. 그러나 정작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이나 일제의 남경 대학살 등 에는 침묵했다. 자유, 인권, 민주를 수호, 파시즘에 반대하기 위해 전쟁을 한다면서 히틀러식 파시즘과 다를 바 없는 반인권적 정책을 전개했던 것이다.
1942년 루스벨트 대통령이 서명한 대통령령 9066호는 태평양 연안의 일본계 미국 시민 10만 명 이상을 기소나 심문 없이 강제 이주, 수용할 권한을 군에 부여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3년 넘게 수용소에 갇혔던 이 사건은 1983년 CWRIC 보고서에 의해 군사적 필요가 아닌 인종적 편견, 전쟁 히스테리, 정치적 리더십 부재가 원인이었다고 결론 내려졌다. 공식 사과와 배상은 1988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위키 백과/ 하워드 진- 미국 민중사)이 사건은 인권을 앞세우는 미국이 정치적 필요와 인종적 편견 앞에서 UN 헌장이나 미국의 헌법 가치가 허망함을 보여준다.
조지아 현대·LG 공장 단속 사태
최근 한미 정상회담이 우려와는 달리 성공적이었다고 자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사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적으로 체포, 구금한 것이다. 단속은 대규모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으며, 한국인 직원들이 목과 허리, 발목에 족쇄를 차고 버스로 이송되는 장면이 생생히 중계됐다.
이 사건은 트럼프 집권 이후 강화된 불법 이민 단속의 맥락 속에 있지만, 그 성격이 다르다. 단속이 이루어진 곳은 미국의 요청으로 투자가 이루어진 공장 건설 현장이었고, 체포된 이들은 불법 이민자나 위법 취업자가 아닌, 까다로운 미국 비자 제도 때문에 단기 방문 비자로 투입된 합법적 기술 인력이었다. 애초에 체포, 구금 대상이 될 이유가 없었다.
과거 2차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 강제 수용 사태는 '전시 방어'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설명조차 어렵다. 소위 동맹국에 대한 배려는 차치하고 주권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아니었다.
또 다른 충격은 조지아주 사태로 묻힌 감이 있지만 조지아주 사태와 같은 시간대에 전해진 뉴스이다. 2019년 미 해군 특수부대( 최정예 부대인 실 팀 6(SEAL Team 6)의 ‘레드 대대(Red Squadron))가 북한 해안에 침투해 군사작전을 벌이다 북한 어민에게 발각되자 그들을 살해했다는 폭로가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살해된 어민의 시신이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도록 폐를 찔러 물속에 가라앉게 했다는 것이다. (https://www.nytimes.com/2025/09/05/us/navy-seal-north-korea-trump-2019.html?smid=nytcore-ios-share&referringSource=articleShare)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을 부인했으며, 그 시점은 김정은과의 하노이 회담 직전이었다. 미국 예외주의 마법을 목도하는 사태이다. 그러면서도 미국 트럼프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서 북미 정상 회담을 열망하고 있다.
짓밟힌 자존, 자주, 자강으로
국가 간에 영원한 동맹도 적敵도 없다.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전쟁을 도발했던 일본은 미국의 원폭을 맞고 항복했다. 패전국 일본은 미국이 강요한 평화 헌법 아래 미국의 관리를 받았지만 그 속에서 세계 경제대국이 되어( G7국), 미국 최우선 동맹국이 되고 한때 경제력 2위국의 위상도 지녔다. 하지만 일본의 국력이 지나치게 강해지자, 미국은 플라자 합의를 강요하며 일본 경제를 무너뜨렸다.
트럼프 집권 이후 예측 불가능한 미국의 정책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마치 생살여탈권을 미국이 쥐고 있는 듯한 상황이다.
조지아 사태 등의 굴욕은 50여 년 전 가난한 약소국 한국의 미군 기지촌, 그 주변에서 우리 민족이 겪었던 설움을 그린 소설 남정현의 「분지」나 천승세의 「황구의 비명」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 속 황구의 처절한 비명은 단순한 짐승의 울음이 아닌, 폭력과 지배에 짓눌린 약자의 울부짖음이자, 짓밟힌 민족자존의 절규로 들렸던 기억이 상기된다.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한국은 미국 중심의 서방 질서에 편입되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5위권의 국방력을 갖춘 나라로 성장했다. 민주 혁명을 이루고, 평화적인 촛불과 빛의 응원봉으로, 친위 쿠데타까지 막아냈다. 하지만 해방 80년, 정전 72년이 지난 지금도 자주성과 주권 회복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불평등한 조약과 협정, 그리고 외세 의존의 그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패권국 미국의 거친 파도 앞에서 우리는 슬기롭게, 그리고 당당하게 국익과 자주권을 지켜내야 한다.
편집: 김영수 객원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