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의 귀국>
손주는 지난 9월 18일 한국에 왔다.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어땠을까? 보통 국내선은 생후 7일 이후, 국제선은 2주 이후 신생아의 탑승을 허용한다. 하지만 미국 의사 샘은 2차 기본 예방접종이 끝난 100일 이후 비행기 탑승을 권고했다. 신생아의 약한 면역력, 불안정한 체온 조절, 미숙한 폐 발달 때문이다.
권고에 맞춰 손주는 생후 109일에 비행기를 타고 왔다. 12시간 내내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내내 엄마 가슴에 안겨 뒤척이다 왔다고 한다. 딸은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해 초주검이 돼서 왔는데, 손주는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서 그런지 기분이 아주 좋았다. 공항 식당에서 만난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웃음도 날리며 즐겁게 반응했다. 그럴 리는 없지만 사랑받는 방법을 벌써 터득한 건 아닐까?
귀국 날 공항 식당에서
<손주의 시차 적응>
사위가 업무상 아직 귀국 전이라 손주는 10일간 우리 집에 있기로 했다. 먹고 자고 놀기만 하는 아기가 시차를 알까 싶기도 했고, 엄마가 있는데 뭔 문제가 있을까 싶어 손주 밤낮이 바뀐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첫날 밤부터 손주는 밤낮이 바뀐 걸 알았다.
손주는 자정부터 1시간~1시간 30분 간격으로 일어났다. 그때마다 딸이 젖을 주고 다시 재웠는데 새벽 4시에는 자지 않겠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왜 놀아야 할 시간에 자꾸 젖만 주고 어두운 침대에 가두냐고 항의하는 것 같았다.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딸에게 더 자라고 하고는 내가 데려왔다. 그네 침대에 재우고 모빌을 돌려주니 그런대로 잘 놀았다. 곧 투정을 부렸지만 안고 달래주어 어렵게 어렵게 새벽 2~3시간을 넘겼다.
아기도 시차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식으로 약 일주일간 손주는 새벽 시간을 나와 많이 보냈다. 처음엔 그네 침대에 넣어주고 모빌을 돌렸지만, 그것도 금방 싫어해서 우리는 규칙을 정했다. 새벽 젖을 먹고 오면 우선 옹알이 시간을 가졌다. 눈을 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고, 나중엔 내 얼굴을 만지게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다음에는 독서 시간 3~40분을 가졌다. 손주는 책 보기를 아주 좋아해서 그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다시 보채면 그네 침대에 넣어주거나, 그것도 싫다고 하면 안아 달래주거나 바운서에 눕혔다. 그러면 2~3시간이 휙 지나가고 다시 맘마 시간이 왔다.
한국에 온 지 일주일 되었어요
그렇게 일주일니 지난 날, 손주는 처음으로 6시에 왔다. 새벽 3시에 깨서 젖 먹고 바로 잤다가, 6시에 다시 깨서 젖 먹고는 잘 생각이 없는지 눈이 초롱초롱 놀아달라고 했다. 일주일 넘어 손주의 시차 적응이 거의 끝난 것이다. 요새는 저녁 7시 30분~8시에 자고, 새벽에 젖 한 번 먹고 바로 잠들었다가, 7시 넘어 다시 깨서 젖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옹알이 시간, 독서 시간 후 플레이매트에서 좀 놀고 산책 나간다. 유모차에 앉아 세상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손주를 위해서다.
<잇몸 간질간질>
아기 치아는 생후 6~8개월경에 아래 앞니 두 개가 먼저 나고, 돌 전후로 윗니 4개가 나온다. 유치 20개는 2~3세경까지 순서대로 모두 나온다. 생후 3~5개월부터 아기는 손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서 손에 잡히는 것을 입으로 가져간다. 비슷한 시기에 치아도 잇몸 속에서 자라면서 잇몸이 근질근질 가렵고 통증도 느낀다. 아기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손이나 손에 잡히는 뭔가를 자꾸 입으로 가져가 씹으려고 한다. 4개월 되어가는 손주도 입이 미어져라 자주 두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때 필요한 것이 치아발육기(치발기 / Chew Toy, teething ring)다. 치발기는 잇몸을 부드럽게 마사지하여 통증을 완화하고 잇몸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치발기를 좋아하는 손주
손주에게 큰아빠가 사준 치발기를 쥐어줬더니 입으로 가져가려고 애쓴다. 떨어뜨리기도 하고 입에 넣는데 실패도 하지만 계속 시도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손과 눈의 협응력을 기르고 소근육을 발달시킨다.
치발기는 잇몸의 가려움과 통증을 해소하고 눈과 손의 협응력 발달을 도와주는 것 외에도 다른 효과도 있다. 입이 최고의 감각 기관이 된 아기는 손이나 주변의 물건을 무조건 입으로 가져가 빨면서 세상을 탐색한다. 치발기는 이러한 아기의 본능적인 욕구를 안전하게 해소해 주면서 아기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어 평온함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혀와 입 주변 근육을 움직여 구강 감각과 턱 운동도 발달시켜 이유식 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내가 아기를 기를 때는 그때그때 필요한 육아용품을 '지금 줘야 한다니까'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샀는데... 이렇게 여러 기능을 가진 깊이 있는 장난감이었다니... 새삼스럽다.
<엄마는 대단한 존재>
앞서 언급했지만, 손주는 책 읽어주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플레이매트에서 놀 때도 책을 읽어줘 봤는데, 발로 피아노를 치면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책 보는 걸 좋아해서 열심히 한국 책을 읽어주려 한다.
이렇게 손주는 무럭무럭 잘 크고 있는데 약 두 달 만에 딸을 만난 나는 너무나 놀랬다. 딸의 앞머리가 휑했기 때문이다. 청소를 해보면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다. 아이 낳고 한 달 후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는데, 출산 후 일반적인 머리카락 빠짐 치고는 너무 심각해 보였다.
두피치료센터에서는 자가면역질환인 원형탈모증이라고 했다. 출산 후 호르몬 불균형, 체력 저하, 수면 부족, 스트레스, 영양부족 등의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그동안 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치료 약 복용은 모유 수유를 끊고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4개월 모유를 먹였으니,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탈모증 치료를 위해 분유 수유로 바꾸자고 했다. 하지만 딸은 선뜻 모유 수유를 포기하지 못한다. 손주가 모유를 먹고 나서 가장 행복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엄마란 정말 대단한 존재다.
참고 사이트 : 위키백과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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