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를 만나 회담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한겨레 김지훈기자수정 2025-11-24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를 만나 회담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한겨레 김지훈기자수정 2025-11-24

 

1122, 조란 맘다니와 트럼프의 회동 직전 미 하원은 사회주의 규탄 결의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 80여 명 역시 찬성표를 던졌다. 결의안은 사회주의가 기근과 대량 학살을 초래해 1억 명 이상을 죽였다는 주장과 함께 어떤 형태의 사회주의 정책도 미국에서 허용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냉전 시기 사회주의를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그리던 프레임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1950년대 매카시는 루스벨트·트루먼 민주당 정부 20년을 ‘20년의 반역이라 규정하고, 아인슈타인·오펜하이머·채플린 등 양심적 과학자와 예술가들까지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웠다. 수백 명이 구속되고 1만 명 이상이 직장을 잃었으며, 헌법 정신마저 훼손한 마녀사냥이었다. 그 망령이 7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미국 정치 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조란 맘다니의 등장을 두고 보수 정치세력이 과잉 반응하며 규탄 결의안을 밀어붙인 것은,  미국 의회가 시민들의 생활 정치즉 먹고사는 문제와 유리된 채, 현실사회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미국 최대 도시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되었음에도, 그 당선자를 겨냥한 냉전적·매카시즘적 프레임에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까지 동참했다는 점이다

뉴욕·시애틀·시카고·뉴저지 등 주요 도시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특정 이념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자유·평등·행복을 실현할 실질적 정책이었다. 이는 미국 헌법이 강조하는 공화주의 정신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자유·평등·행복을 조화시키는과도 배치된다.

민주사회주의는 쉽게 말해 정치적 민주주의뿐 아니라 경제적 민주주의를 함께 실현해야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은 이러한 민주사회주의의 대표적 사례이며, 가장 발전된 민주주의 형태로 평가된다.

냉전이 끝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이번 결의안은 여전히 스탈린식 공산주의=사회주의라는 낡은 구도를 강요하며, 시민의 행복추구권과 국민 주권의 요구마저 규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미국 정치가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주권자인 시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는 민주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의회의 사회주의 규탄 결의안은 냉전 시기 한국 전두환 정권이 민주사회당을 인위적으로 육성하던 구시대적 인식보다도 오히려 더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민주사회당을 창당해 고정훈 등을 중선거구제로 당선시키고, 해외 사회주의권 국가 순방 시 대동시키며, 사회주의 세력이 존재한다는 이미지를 인위적으로 연출했다. 그럼에도 한국 정치에는 매카시즘적 법·제도가 계속 유지되었다.

미국에서 매카시즘은 공식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냉전적 프레임이 의회에 잔류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모두 민주주의가 취약하고 불완전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노엄 촘스키는 미국 건국 당시의 이상(founding ideals)이 시민의 자치와 평등을 강조했음에도, 현대 미국은 기업 권력에 지배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제퍼슨이 추구한 이상은 현재의 기업 지배적 민주주의와 정반대이며, 미국 헌법과 독립혁명 정신은 경제 권력의 집중과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편집: 김영수 객원편집위원.  조형식 편집위원

김영수 객원편집위원  kimy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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