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범철 기자 kartoon@hani.co.kr
44화 "압사 당할 뻔" 마지막 카톡...분명 살아있던 딸, 대체 왜 죽었나요45화 학폭에 맞섰던 '영웅'..."착한 아이, 왜 먼저 떠났을까요46화 낯선 조문객, 문소리의 추도...국가 대신 딸 지킨 사람들47화 봄 기다리던 딸의 웨딩사진은 영정사진이 되고 말았다48화' 혹시라도... 우리 엄마 좀 부탁해' 그날 밤, 딸의 마지막 당부49화 아빠를 위로하던 "치맥, 콜?"... 더이상 오지 않는 딸의 문자옮긴 이 : 김미경 편집위원
조미은(54)씨는 문득 그 맛이 궁금했다. 믹서기에 간 닭가슴살의 맛. 수백 번을 직접 만들면서도 정작 맛을 본 적은 없었다. 스물넷 아들 지한은 그걸 보물단지처럼 들고 다니며 먹었다. 직접 먹어본 맛은 충격적이었다. 누린내가 심해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미은씨가 말했다. “이렇게 맛없는 걸 어떻게 생명수처럼 가지고 다니며 먹었니. 정말 존경스럽다.” 2022년 10월27일의 대화였다. 키가 183㎝인 지한은 항상 몸무게가 67㎏을 넘지 않도록 관리했다. 늘 칼로리(열량)를 생각하다보니 닭가슴살이 주식이었다. 밥은 흰쌀이 한 톨도
‘내가 여행하는 동안 한국에 있는 사람들도 행복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2018년 여행을 떠나기 전 쓴 일기장에서)2023년 4월1일 오후 경기 고양의 한 봉안당에서 최다빈씨를 기억하기 위해 모인 가족을 만났다. 부모님, 8살 터울 오빠·5살 터울 언니는 매주 이곳을 찾고 있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다빈씨가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 어떻게든 웃겨줄 것만 같다. 처음 참여한 마라톤에서 17위다빈씨는 3년 전 독립해 언니와 함께 서울 송파에서 살았다. 경기 고양에 있는 본가(부모님 집)에 살 때도 자기 침대가 따로 있으면서 꼭 언니의
손으로 하는 일은 뭐든 잘했다. 이수연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뛰어난 손재주에 대해서라면 누구나 한마디씩 보탤 수 있다. 학창 시절을 함께한 친구는 “남들이 미술학원에서 그려온 그림을 다 제치고 1등을 차지한” 수연의 그림과 “작은 손톱에 막힘없이 그려온 네일아트”를 떠올렸다.엄마 이화정(49)씨의 교회 지인 가운데는 수연이 직접 만든 향초를 선물받지 않은 이가 없다. 온라인 영상만 보고 빵과 떡을 척척 만들어냈다. 1999년 엄마는 출산한 뒤 병실에서 눈에 들어온 ‘빼어날 수’ 글자를 담아 수연의 이름을 지었다. 수연은 이름대로
이남훈씨가 서울에 놀러 가기 전날 밤, 엄마 박영수(56)씨는 경기도 포천에 있는 집에서 밤늦게까지 사골국을 끓였다.“아들이 일하다가 허리를 좀 다쳤는지 혼자 끙끙거리더라고요. 병원에 가보래도 괜찮다고만 해요. 그래서 소 사골을 사서 밤새 끓였어요. 아들이 사골국에 밥 말아서 김치랑 먹는 걸 좋아해요. 사골은 온종일 고아야 하잖아요. 다음날 저녁에 같이 먹으려고 했죠. 그런데 오후 늦게 남훈이가 서울에 나간 거예요.”엄마는 정성껏 끓인 사골국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의 첫 제상에 오르리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삼우제
그의 인스타그램은 2022년 10월21일에서 멈췄다. 여행을 좋아했던 스물아홉 살의 오근영은 제주, 강릉, 부산, 안동, 통영, 대관령 등 전국 곳곳의 사진을 에스엔에스(SNS)에 남겼다. 그가 2022년 10월29일 안전하게 축제를 즐겼다면 이태원 사진도 “나만의 #여행일기”라는 글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실렸을지 모른다.홀로 돌아다니기만 좋아했을 거 같지만 가까이 살던 작은누나 오선영씨와 조카도 살뜰히 챙기는 동생이었다. 선영씨는 “작년(2022년)에도 주문진이나 강릉 같은 곳은 두 번이나 같이 여행을 갔어요. 코로나19가 끝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