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안당 일기> 반만년의 생태계의 신비, 대암산 용늪을 가다

정우열 주주통신원l승인2019.11.16l수정2019.11.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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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어서 일어나 가실 준비하셔야죠!" 며느리의 채근에 벌떡 일어났다. 새벽 4시. "첫차가 몇 시냐?" "아침 7시30분예요" 서둘러 채비를 했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강변역에서 내려 다시 동서울시외버스정류장으로 가 원통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난 추석 때이다. 그날 아침 KBS에서는 특별 다큐로 한국 100대명산 대암산과 4500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곳, <대암산 용늪>을 소개했다. 이를 보고 있던 내가 지나가는 말로 "저기 한번 가봐야 할 터인데.."했다. 이는 지난 봄 제자들과 창녕 우포늪을 보고 언젠가 산 정상에 위치한 용늪을 보았으면 하던 차에 이 용늪 방영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때 나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며느리 야죽당(野竹堂)이 시아버지의 마음을 읽고 덥석 탐방 예약을 했다.

며느리의 용늪 탐방 예약

"아버님, 10월 4일 예약했어요. 그러니 그날 저와 함께 가셔야 해요" "네가 어떻게 알고 무턱대고 예약 했냐?" "아버님이 지난번에 가보고 싶다 하지 않으셨어요?" 며느리는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살고 있다. 헌데 지난 추석에 혼자 있는 나를 위해 잠시 다니러 나왔다. 사실 서울 지리는 물론 강원도 지역은 더욱 생소한 그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인터넷을 통해 무작정 예약했다. 시아버지를 생각하는 며느리의 마음이 그저 고마웠다. "그래, 잘했다. 고마워!"

동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강변로를 따라 천호동을 지나 얼마쯤 가다 서울을 벗어나 양평, 홍천, 인제를 지나 원통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오전9시, 꼭 1시간30분이 소요됐다. 우리는 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 요기를 하고 서화리 방면 시내버스를 탔다. 얼마 쯤 달리니 '용늪자연생태학교' 간판이 보인다.

바로 목적지다.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니 누군가가 "아이고! 선생님 언제 오셨어요?"하며 반갑게 맞는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도무지 누군지 알 수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늘 트래킹을 주관하는 안내자 황선생으로 나를 지인(知人)으로 착각 한 것이다. ㅎㅎㅎ^^

오늘 생태탐방 예약자는 모두 20명이다. 서울, 부산, 포항, 대전 등 전국에서 왔다. 중년 부부와 젊은 연인이 대부분이다. 안내자 황선생은 "오늘 탐방에 며느님과 함께 오신분이 계십니다."하고 나를 소개했다. 모두들 '와~'하고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며느리는 의아한 듯 어리둥절했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그는 왜 박수를 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했다.

국내 람사르 습지1호, 대암산 용늪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서흥리 산 170번지 일원에 위치한 용늪은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한다.

해발 1,280m 하늘아래 맞닿아 있는 이 용늪은 큰용늪, 작은용늪, 애기용늪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유일한 고층습원(高層濕原)이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지형으로 생태적,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또한 이 용늪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탄습지(泥炭濕地)란다. 이탄층이란 식물이 죽어도 채 썩지 않고 쌓여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한 지층의 일종으로 용늪에는 평균 1m에서 1.8m 정도 쌓여 있다한다. 해설사는 용늪이 산 정상부에 위치하고 있어 1년 중 170일 이상이 안개에 싸여있어 습도가 높고, 5개월 이상이 영하의 기온으로 춥고 적설기간이 길어 식물이 죽어도 잘 썩지 않고 그대로 쌓여 '이탄층'이 발달하였다고 했다.

이탄층에는 약 4,500여 년 전부터 썩지 않고 쌓여온 식물의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어 우리나라의 식생과 기후변화를 연구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또한 용늪이 위치한 대암산은 동식물의 남북한계. 동서 구분의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으로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다양한 자연 환경과 동.식물 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대우산, 도솔산, 대암산 등과 펀치볼의 서쪽 능선을 이루는 지역은 백두대간의 지맥으로서 우리나라 중부의 식물을 대표한다.

용늪은 1966년 비무장지대의 생태계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후 현재 천연기념물 제246호(1973.7.7), 생태. 경관보전지역(1989.12/2011.3 해제), 습지보호지역(1999.8), 산림유전자원보호림(2006.10)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1997년 3월 대한민국 1호 람사르협의 습지로 등록되었다. 습지보호를 위해 환경부에서 1차 '05.8.1~'10.7.31(5년), 2차 '10.8.6~'15.8.5(5년)까지 용늪 내부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용늪을 제외한 일부지역에 한해 하루 100명(인제군 50명, 양구군 50명) 이내에서 생태체험 관광을 허용하고 있다. 기생꽃, 날개하늘나리, 닻꽃, 제비동자꽃, 조름나물, 참매, 까막딱따구리, 산양, 삵 등 멸종 위기 동식물 10종을 포함하여 식물 514종 , 조류 44종, 포유류 16종, 양서.파충류 15종, 유상곤충 516종, 저서성무척추동물 75종 등 1,180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생물다양성 풍부지역이다. 특히 물이끼, 사초, 끈끈이주걱 등 습지식물과 한국특산식물인 금강초롱, 모데미풀과 남한에서는 유일하게 비로용담 등이 분포하고 있다.

자연과 공존을 지향하는 용늪마을

이곳은 때 묻지 않은 천연림 트레킹과 함께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 용늪을 탐방할 수 있는 곳이며, 또한 다양한 테마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체류형 생태체험 휴양마을이다. 단체 체험은 물론 개인을 위한 다양한 맞춤형 체험과 자연의 먹거리들을 준비하여 자연과 어우러진 휴식과 체험을 함께 즐기며 심신을 힐링 할 수 있는 곳이다.

옛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해 사용하는 '용늪자연생태학교'는 용늪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용늪체험관과 휴양을 위한 리조트 및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어 청정자연 속에서 지친 심신을 힐링할 수 있게 했다. 휴양시설로는 용늪체험관. 세미나실. 회의실. 잔디운동장. 무대. 바비큐장. 단체객을 위한 식당이 있으며, 숙박시설로 14평 7동, 19평 1동, 25평 1동이 있다.(리조트 예약문의 033)463-7500)

또, 체험프로그램으로는 연중 자연염색 체험, 캠프파이어, 꽃차시음, 장대세우기, 생태공예 체험. 효소 만들기, 민속놀이 체험, 용늪체험관 관람, 전통음식 체험(올챙이국수, 손두부, 메밀국수, 조떡, 꽃떡), 퓨전카페떡 만들기 체험 등이 있으며, 5월~10월에는 대암산 용늪탐방(용늪 안내자 동행), 꽃차 만들기 체험, 청정계곡 물놀이, 6월~10월에는 농산물수확 체험, 실크 자연염색 체험, 12월~3월에는 연 만들어 날리기, 팽이 만들기 체험, 쥐불놀이 체험 등이 있다.

대암산 천연림 트래킹

안내자 황선생의 지시에 따라 각자 타고 온 승용차에 오른 우리 일행은 용늪 안내소(구름다리) 앞에서 차를 멈추고 모두 내렸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잠시 황선생의 주의 사항을 듣고 안내에 따라 탐방길에 올랐다.

구름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언덕길을 따라 올라 갔다. 나이가 제일 많은 나는 맨 뒤 후미에서 며느리와 함께 대열을 따랐다. 쪽동백나무, 생강나무, 박달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을 보며 얼마쯤 가다 보니 중년 부부가 뒤쳐져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알고 보니 그들은 그저 늪에 간다 해서 평지 둘레길을 걷는 줄 알고 평복 차림으로 왔는데, 와서 보니 그렇지 않다하며 결국 남편은 포기하고 내려갔다 한다. 부인은 며느리에게 "아니 시아버지 모시고 산에 오는 며느리가 어디 있어요? 대단하세요!"하며 사뭇 신기하다는 듯 다가와 "어디서 오셨어요?"하고 물었다. 평복 차림으로 온 것은 우리 며느리도 마찬가지다. 그도 늪에 간다하니까 그저 평지를 걷는 줄 알고 신발도 구두를 신고 왔다. 그러니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부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부축하는 꼴이 됐다.

얼마 쯤 가니 마치 평상(平床)을 펴놓은 듯 한 넓적한 바위가 나타났다. '너래바위'라 한다. 신선이 바둑이라도 두었을까? 그 너래바위를 뒤로 하고 얼마쯤 가니 갈림길이 나타났다. 앞에선 황선생이 "오른쪽으로!" 하며 안내를 한다. '어주구리'를 지나 황벽나무와 인사를 하고 다시 허리를 구부리고 인사를 하는 참나무의 절을 받았다. "허허~ 참! 산에 와서도 인사를 받다니..." 참나무의 인사를 받고 얼마 쯤 갔다. 그때 안내자가 "자! 그럼, 여기서 잠시 쉬면서 점심 식사를 하겠습니다" 했다.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내놓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시장기를 달랬다. 나와 며느리는 준비한 옥수수로 점심을 대신하려 할 때, 남편을 두고 혼자 올라온 그 중년 부인이 우리 앞으로 다가와 샌드위치를 내 놓으며 먹으라 했다. 커피까지 줘서 잘 마셨다.

다시 '밥상바위'를 지나 사스레나무 군락지로 들어서니 진범, 동자꽃, 노루오줌, 산부추, 등골나무, 큰까치수염, 꿀풀, 쑥부쟁이가 서로 보아달라는 듯 여기저기서 윙크를 한다. 오른쪽으로 애기용늪, 작은용늪을 바라보며 얼마쯤 가니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그 갈림길에 샘물이 있고,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면 군부대가 있는 위병소로 갑니다"하며 주의를 환기 시켰다. 그래도 잘못 가는 사람들이 있다 한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돌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관리소 건물이 보이고 그 아래 늪지가 보인다. 큰용늪이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돌 표석을 배경으로 며느리와 나는 인증샷으로 한컷 찍었다.

우리는 관리소 직원의 지시에 따라 신발이며 옷을 깨끗이 털고 해설사의 해설을 들은 뒤 용늪 탐방을 시작했다

용늪에는 가을철이라 그래서인지 물이 별로 없다. 용늪에는 여기서만 서식하는 개통발, 대암사초, 비로용담, 애기개별꽃, 대암산, 집가게거미, 한국좀뱀잠자리 등이 있으며, 대암산 용늪 습지보호지역의 한국특산식물로는 각시서덜취, 갈퀴현호색, 고광나무, 고려엉겅퀴, 고산구슬붕이, 구실바위취, 금강초롱꽃, 네잎갈퀴나물, 누른종덩굴, 두메김의털, 모데미풀, 병꽃나무, 요강나물, 자주솜대, 지리강활, 지리대사초, 지리산오갈피, 진범, 참배암치즈기, 참장대나물, 참좁쌀풀, 체꽃, 키버들, 터리풀, 홀아비바람꽃, 흰정향나무, 흰철쭉 등이 있고, 대암산 용늪 습지보호지역의 멸종위기식물로는 기생꽃, 닻꽃, 제비동자꽃, 조름나물, 큰바늘꽃 등이 있다(이 자료는 서화주민생태조사단의 사계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탐방길을 따라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용늪을 한 바퀴 돈 뒤 하산길에 올랐다. 내려갈 때는 올라올 때와는 달리 두 팀으로 나누었다. 즉, 오던 길로 다시 내려가는 팀과 대암산(1'304m)을 넘어 하산하는 팀이다. 내가 대암산쪽으로 가려하니 모두들 "바위 엉서리라 어르신께서 힘들 것인데요."하며 극구 말린다. 하는 수 없이 며느리와 함께 쉬엄쉬엄 내려 왔다. 안내소에 오니 이미 앞서온 사람들은 가버리고 대암산 쪽 으로 간 팀들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내려오는 대로 모두 각기 차를 타고 갔는데, 우리만 차가 없어 결국 안내자 황선생의 차에 편승해 원통 정류장으로 와서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황선생,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마워요." 며느리 덕에 얼떨결에 다녀온 용늪 탐방,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하루였다.

"며느리 야죽당,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2019. 11. 15. 새벽, 김포 하늘빛마을 여안당에서 한송 포옹 쓰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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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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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허실실 2019-11-27 22:08:06

    정우열 선생님, 고령에도 활발히 활동하시는 모습이 후학들의 귀감이 됩니다. 용늪 습지의 처음 듣는 우리 고유의 풀꽃들 이름이 정겹습니다. 글구, 선생님의 글이 아주 쉽게 씌어져 술술 읽힙니다. 모쪼록 좋은 글 가끔 올려주세요.. 고맙습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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