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 어제 잘 들어 갔지? 즐거웠네.

이태백의 '獨酌'(홀로 마시다)을 벽에 써놓고 마시는 기분 어떠했나?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天地旣愛酒, 愛酒不怪天.
己聞淸比聖, 復道濁如賢.
聖賢旣己飮, 何必求神仙.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
但得醉中趣, 勿爲醒者傳.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주성(酒星; 술별)이 하늘에 있지 않았을 것이고,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땅에 응당 주천(酒泉;술샘)이 없었으리라. 하늘과 땅이 이미 술을 사랑하니 술을 사랑해도 하늘에 부끄럽지 않다.

이미 청주(淸酒;맑은 술)를 성인(聖人)에 비함을 들었고, 또 탁주(濁酒;막걸리)는 현인(賢人)과 같다고 말하였다. 성현이라는 술을 이미 벌써 마셨거늘 어찌 반드시 신선되기를 바라랴!

삼배(三盃;석잔 술)에 대도(大道)에 통하고, 일두(一斗;한 말 술)에 자연에 합치한다.
단지 취중의 취미를 얻을 뿐 깨어있는 사람을 위하여 전하지 말라!

우봉, 이쯤 되면 주선(酒仙)이라 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나? 

우봉, 이백(李白, 이태백)의 술은 위(魏).진(晋)의 죽림칠현(竹林七賢)이나 도연명의 그것과 서로 통하는 점이 있네. 그리고 그것은 노장(老莊)사상의 허무적(虛無的), 낭만적인 우주관(宇宙觀)이나 인생관을 근저(根底)로 하고 있네.

이 시도 유머러스한, 이른바 조희(嘲戱) 중에서 대도나 자연 등의 도가(道家)의 철리(哲理)를 찾으려는 이백의 평소의 소원이 묘사되어 있네.

"어찌 반드시 신선되기를 구하리오"(何必求神仙) 라 한 것은 그가  취중에 이미 신선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한 말이 아닐까?

우봉, 술을 마시려면 이쯤 돼야지!

우봉, 언제 다시 이태백의 이 시 읊으며 한 잔 먹세!!!

기다리겠네.

6월의 마지막 날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이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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