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 다향아

사랑하는 다향! 너를 변산공동체에 두고 올 때 걱정이 참 많았단다. ‘울면 어떡하지! 다향이가 울면 나도 펑펑 울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는데 어제 기어코 그런 일이 생기고 말았구나. 이별의 아픔으로 눈물 흘리는 너를 안고는 억지로 눈물을 참았지만 '내 판단이 옳은 걸까?' 생각하며 그냥 너를 데려오고 싶었단다.

지서리에서 부안으로 나오는 버스 안에서 울음소리를 감추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고, 나도 모르게 끅끅거리면서 울었단다. 버스 안의 사람들을 생각해서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끅끅거리는 동안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려서 내내 손수건을 들고 있었어. 사실은 이 편지를 쓰면서도 눈물이 앞을 가려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단다. 

다향, 사랑하는 다향! 이 세상 누구보다도 널 사랑하면서 그곳에 두고 온 이유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지. 어린 새는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받아먹지만 날개에 힘이 붙으면 넓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는 거야. 아빠가 보기에는 아직도 철부지 아기 같지만 너도 이제는 아빠의 세상이 아닌 네 세상을 향해 비상할 때가 온 거라고 생각해.

다향! 또 이런 얘기도 했지. 넘어지고 깨지고 아픔을 겪으면서 어른이 돼 가는 거라고. 아빠도 그런 과정을 거쳤고, 이 세상 모든 어른도 마찬가지야.  

다향, 사랑하는 다향아! 변산공동체의 생활이 이제까지 살아온 생활과는 많이 다를 거야.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른다’고, 공동체에서는 공동체의 규칙을 따르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처음엔 힘들겠지만 뭐든 열심히 하고 친구, 언니, 오빠들과 잘 어울려서 즐겁게 지내면 좋겠어. 네가 어려움을 겪는 동안 아빠도 더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 노력할 거야. 그래서 우리가 다시 만날 때는 보다 발전한 모습이기를 희망해. 

너나 혜준이, 동욱이는 너희 말대로 그곳이 꼬질꼬질하고 힘들기만 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빠가 사랑하는 다향이를 위해서 10여 년이 넘도록 지켜봐 온 곳이야.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학교’라고 생각하는 만큼 아빠를 믿는 것처럼 그곳 선생님들을 믿고 열심히 생활하면 좋겠어. 끝으로 ‘한 달을 열심히 생활하고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라’는 것, 우리의 약속으로 아빠가 기억하고 있을 거야. 

다향, 사랑하는 다향아. 이 세상 누구보다도 널 사랑하는 아빠가 언제나 널 지켜보고 있으니까 두려움 없이 넓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렴.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치거나 쉬고 싶을 때는 언제나 아빠의 품으로 돌아오렴. 아빠는 네가 돌아올지도 모를 날을 위해 언제든 두 팔 벌리고 같은 자리에 서 있을 거야. 다향아, 사랑한다.
                                                  
2012년 2월 21일. 울보 아빠가.

 

다향아, 잘 지내지?

다향아, 안녕! 네가 변산공동체학교에서 지낸 지 벌써 보름이 됐고 아빠와 약속한 날의 절반이 지나갔구나. ‘아빠 목소리를 들으면 눈물이 나서 전화하지 않겠다’는 네 생각을 존중해서 아빠도 꾹 참고 기다리고 있단다. (하지만 네 소식은 혜준이를 통해서 듣고 있단다.) 

네게 전할 기쁜 소식이 하나 있어. 네가 변산으로 떠나기 전에 자취를 감췄던 공주가 며칠 전에 돌아와서 하룻밤을 자고 나갔단다. 나머지 새끼-이제는 새끼라고 부르기엔 다 자라버린- 들도 모두 잘 지내고. 

아빠가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게 뭐냐 하면 말이야. 어릴 땐 엄마인 공주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네 마리 고양이가 이제는 저마다의 공간을 차지하고 지낸다는 거야. 어떤 고양이는 광에서, 다른 고양이는 아궁이 위에서, 또 다른 고양이는 집 뒤편의 고양이 집에서 지내고 있어. 하지만 아직도 고양이들이 몰려다닐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배가 고플 때야. 그래서 일부러 오후가 되면 나무 밥을 주고, 묶어. 그래야 배고픈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면서 밥 달라고 오니까. 고양이들이 올 때마다 사료를 남기고 갈 만큼 넉넉하게 주고 있으니까 고양이들 걱정은 붙들어 두렴. 

다향! 소녀시대 멤버들이 연습생 생활을 몇 년씩 했다는 네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아. 너희가 동경하는 스타 되기 위해 적어도 3~4년 혹은 7~8년씩 가족과 떨어져서 힘든 연습생 생활을 견디지. 네가 지금 그런 연습생 과정을 거치는 거로 생각하면 힘이 나지 않을까? ‘제시카, 태연도 춤과 노래 연습을 위해서 힘든 나날을 보냈는데 나라고 해내지 못할까?’ 하고 말이야. 

다향, 아빠는 17일에 네가 있는 변산공동체를 방문할 예정이야. 가서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차를 내리는 법과 커피 볶는 법, 핸드드립을 가르쳐주고 돌아올 생각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네 의견을 정확히 아는 거야. 공부야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거니까 어디서 지내는 게 더 즐겁고 네 인생에 도움이 되겠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렴.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아빠는 기꺼이 네 의견을 존중할 거야. 사랑하는 다향! 2월 17일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렴. 

2012년 3월 3일. 다향이의 동무인 아빠가.

 

茶香, 사랑하는 茶香

茶香, 어젯밤에는 네 꿈을 꾸었단다. 눈만 뜨면 늘 곁에서 웃어주던 너를 보지 못한지 벌써 3주일이 지났구나. 너랑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아빠는 온종일 네 생각을 한단다. 밥은 먹었는지, 잠은 춥지 않게 잘 자는지, 공동체생활이 많이 힘들지는 않은지.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내면서도 아빠 마음은 늘 네게 가 있단다. 

茶香. 어젯밤 꿈은 조금 기이했단다. 너는 아빠랑 돌아오겠다고 하는데 선생님들은 네가 잘 적응하며 지낸다고 두고 가라고 하는 통에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했단다. 어쩌면 그 꿈이 너와 아빠의 복잡한 마음을 나타낸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茶香. 아무튼 아빠는 17일에 변산으로 가기 위한 비행기 표를 예약해 놨단다. 자세한 얘기는 그때 하기로 하고 아빠를 만날 날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렴. 네 거취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茶香. 할머니는 널 무조건 데려오라고 하지만 아빠 마음을 아빠도 모르겠다. 네가 돌아오겠다고 하면 무조건 데려오겠지만 아빠가 예전처럼 네게만 신경을 써 줄 수 없는 상황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할아버지와 몸이 많이 불편한 할머니를 모셔야 하는-인지라 걱정이 되기도 한단다.  

茶香, 이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茶香.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너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고, 너는 아빠의 모든 것이 투영된 반듯한 아이니까 큰 걱정은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단다. 벌써 널 만날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설레고 벅차오른단다. 

茶香, 잘 지내고 다섯 밤을 자고 나서 만나자꾸나.
                                                
2012년 3월 12일. 사랑하는 아빠가.

 

편집: 정지은 편집담당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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