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벨리에

다향이랑 <미라클 벨리에>를 관람했습니다. 듣지 못하는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폴라 벨리에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집 안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하는 벨리에가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가족이 모두 농장일을 하지만 가장 많은 몫을 담당하는 건 아버지입니다. 벨리에와 동생은 학교에 다니고, 어머니는 치즈를 만들며 장날이 되면 온 가족이 치즈를 팔러 나갑니다. 현명하고 당당한 아버지와 밝고 유쾌한 어머니가 매우 인상적인 가족입니다.

손님이 어머니에게 치즈에 대해서 묻습니다. 몇 개 싸 달라고 하지만 어머니는 웃고만 있지요. 그것이 그녀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상대가 누구건 간에 눈만 마주치면 활짝 웃습니다. 하지만 손님으로서는 이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 다른 손님에게 치즈를 팔고 온 벨리에가 그 손님을 맞습니다. "얘, 너희 어머니 좀 이상하지 않니?"하고 묻는 말에 벨리에가 말합니다. "우리가족의 역할은 세분화 돼 있어요. 엄마는 웃고, 동생은 포장하고, 난 팔고, …" 폴라 벨리에는 그처럼 밝고, 당당한 소녀입니다.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부모님은 여전히 열렬하게 사랑하고, 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벨리에는 가족과 다른 사람들과의 통역을 담당합니다. 재선을 노리는 시장이 목장 근처를 개발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합니다. 농장과 산림이 파괴될 것이라고 부모님이 분노합니다. 아버지가 싸우겠다 하고, 어머니가 묻습니다. '어떻게?' 아버지가 선언합니다. '내가 시장 선거에 출마할 거야.' 아버지는 당당하게 그의 지지자들을 규합해 냅니다. 그는 듣고 말하지 못하지만 매우 건강합니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지요.

폴라 벨리에는 학교의 합창단에 들어갑니다. 마음에 둔 남학생이 합창반에 들어가는 걸 보고, 선뜻 들어갑니다. 벨리에의 재능을 알아챈 선생님이 국립합창단에 들어갈 수 있는 파리의 오디션을 제안합니다. 벨리에가 거절을 합니다. 가족들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할까봐 두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합창단에서 듀엣을 공연하기로 한 남자친구와 선생님의 권유로 마음을 바꿉니다. 매일 선생님의 집에서 레슨을 받는데 방송국에서 (시장 선거에 출마한 아버지의)가족을 취재하기 위해 나옵니다.

노래하는 걸 모르는 부모님이 '연애도 중요하지만 집에 있으라'면서 통역을 맡깁니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벨리에는 건성으로 통역을 합니다. 기자의 표정이 이상해지고, 부모님도 문제가 있음을 눈치챕니다. 마음이 상한 아버지가 통역을 취소하고, 벨리에는 폭우을 뚫고, 선생님의 집으로 갑니다. 하지만 약속시간이 늦었다고 선생님은 문을 열어주지 않지요. 사랑으로 가득했던 가정에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고, 벨리에는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서 노래를 연습하는 중이라는 걸 밝힙니다.

동생은 "누나 방 내가 써도 돼?"하고 반기지만, 부모님은 반대합니다. 어린아이라 여겼던 딸이 낯선 곳에 혼자 가서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 넷이서 만들어 가던 농장일과 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입니다. 결국 벨리에는 오디션을 포기하고, 합창단원으로 남습니다. 학교에서 합창단의 발표회가 있던 날, 벨리에는 빛을 발합니다. 합창단의 노래를 듣고(물론 벨리에 가족은 듣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흥겨워 합니다. 그리고 벨리에가 듀엣으로 부르는 노래를 듣고,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집으로 돌아온 가족이 집으로 들어가고, 벨리에는 산책을 하겠다면서 밖에 남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온 아버지가 다시 노래를 불러줄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아빠는 벨리에의 목에 손을 대고, 그 상태로 벨리에가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를 들은(느낀) 아버지가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내에게 말합니다. 농장에는 사람을 구하면 되니까 벨리에를 오디션에 참가시키자고. 이튿날 새벽에 아버지가 벨리에를 깨웁니다. 파리에 가자고.

듀엣공연을 했던 남자친구가 음악선생님을 찾아가서 '우리 지금 파리로 가고 있어요'란 벨리에의 문자를 보여줍니다. 선생님과 친구가 부리나케 파리로 출발합니다. 갑작스럽게 오디션에 참가한 벨리에는 악보도 없고, 피아노 연주자는 악보없이 연주하기 곤란하다고 할 때 오디션장에 도착한 선생님이 연주를 자청하고 나섭니다.   

<비상>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만 해요.
오늘부터 두 분의 아이는 없어요.

도망치는 게 아니에요.
날개를 편 것뿐
부디 알아주세요.
비상하는 거예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다향이도 나도 울고 말았습니다. 서로가 곧 우리에게도 다가올 상황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폴라 벨리에는 오디션에 합격을 했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나서 미래로 힘껏 달려갑니다. 헤어질 때의 눈물을 뒤로 한 채 활짝 웃으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하니까 더 감동이 커집니다.

이 영화를 다향이랑 꼭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 영화관을 빠져나오면서 "다향아, 함께 봐줘서 고마워.", 했습니다. 다향이가 말했습니다. "아니야. 이 영화관(예술전용 영화관)에서 본 영화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어." 그 말에 나도 한 마디 더했습니다. "다향아, 스무 살이 되면 독립하라는 게 꼭 그때 나가라는 게 아니야. 네가 엄마아빠랑 함께 사는 집이 새장처럼 답답하게 느껴질 때, 바로 그때 네가 원하는 세상으로 날아가라는 거지." "아니야. 난 집이 너무 좋아." "……?"

사춘기 아이를 둔 부모님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이랑 손 잡고 함께 보세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영화를 좋아하는 후배가 추천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다향이의 장염으로 차일피일 미루었고, '미성년자 관람불가' 딱지가 붙어서 혼자 구경했습니다. 그런데 '미성년자(청소년)관람불가'라는 걸 접할 때마다 짜증이 납니다. 그런 기준을 내가 알지도 못하는 몇몇 영감이 모여앉아서 결정하다니 어이없는 일이지요.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는 아주 잘 만든 영화입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소용없는, 도리어 빚만 늘어나는 이 나라의 현실을 잘 풍자했지요. 영화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지만 슬프고 답답하며 우울한 감정으로 숨이 멎을 뻔했습니다. 우리의 현실임에도 불편했습니다. 개인적인 영화취향이 <미라클 벨리에> 같이 잔잔한 가운데 감동을 주는 드라마여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편집 : 김유경 편집위원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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