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의 긴 협상 끝에 남북 고위급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촉발된 남북간 군사적 대치상황은 극단으로 치닫는 듯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개시에 준전시체제로 돌입한 북한, 이에 맞서 강경한 군사적 대응을 공언한 우리 정부, 중국의 우회적인 압박과 미국의 대량 폭격기 투입까지 거론되며, 얼핏 100년 전 이 땅에서 벌어졌던 풍전등화의 모습이 겹쳐 지나갔다. 그 사이 남·북한 7,500만 국민들은 아마도 걱정스럽게 협상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협상이 타결된 후 그 의미를 크게 부여하며 성과를 부풀려 홍보하기 여념이 없다.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우리정부에서는 '유감' 표명을 받은 것에 처음있는 일이라며 무척이나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나름 선방했다고 위안을 삼는 듯하다. 그러나 '유감'이라는 말은 제3자 입장에서 아무 감정 없이도 할 수 있는 말이며 더구나 북한 입장에서는 아무런 댓가도 치르지 않고 맨입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 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켰고, 한·미 을지포커스 훈련 중단이 그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유감'이라는 립서비스 한마디에 우리 장병의 다리와 맞바꾼 셈이 되었다.

물론 전혀 얻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리끼리 작지만 평화로운 합의를 이루어 냈다는 것이다. 이 작은 합의가 앞으로 더 큰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작은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런 면에서 위기 속에서도 차분하고 성숙한 대처로 단합되고 일치된 국민의식을 보여준 국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자가 아닐까? 다시는 이 땅에서 동족간에 피를 흘리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일념으로 간절히 기도하고 기다려 준 민초들이, 마주앉은 대표들을 올바른 합의로 이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국민들이 어버이 된 마음으로 꾸짖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어야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이번 협상타결을 통해 우리끼리 서로 협의하고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지니는 계기가 된 것이 가장 큰 의미라 생각한다. 앞으로 더 큰 합의를 끌어 내어 자주적인 통일의 큰 길을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편집 : 김유경 편집위원

김진표 주주통신원  jpkim.internation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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