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한겨레] 이미진 주주통신원

경주 주주통신원 이미진입니다.

담장 밖 논에는 벼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인 채 제 발등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엄격한 자기검열 같기도 하고, 밥을 먹은 인간들의 겸손을 기원하는 자세 같기도 합니다. 봄부터 개구리 울음을 축가 삼아 잘 자랐고, 무지막지 등을 때리던 태풍의 심술도 없었습니다. 벼의 색깔은 참 순합니다. 아무도 아름답다 말하지 않지만 벼는 귀한 밥이 되어줍니다.

우리 주주통신원들도 알알이 여무는 저 벼들처럼 소중한 존재입니다. 26년 전, 누가 가꾸지 않아도 피는 야생의 벼처럼 우리는 스스로 한겨레의 먹이가 되었습니다. 잘 먹고 바르게 자라주는 한겨레를 보며 기뻤습니다. 튼튼한 청년이 되어 우뚝 선 등줄기를 보며 눈시울이 시큼해지기도 했습니다.

어지간히 철이 들었음에도 고개 숙인 벼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아 적잖이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벼들은 늘, 더 주고 싶어서 무거워진 고개를 숙였는데 말입니다.

이 가을, 무심했던 한겨레가 추수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제 스스로 밥벌이를 하는 한겨레가 허기진 이들에게 밥을 지어 올리려합니다. 순백으로 빛나는 진실의 밥이 진정 그리운 세상입니다.

전국에 피어 있는 논배미들이 들썩 거립니다. 서로 잘 익은 밥이 되겠다고 구수한 나락냄새를 풍깁니다. 아직 풍년가를 부르기는 이른 시절입니다. 팔뚝의 심줄이 불끈거리는 한겨레와 우리들, 논둑에 둘러앉아 참 맛난 새참을 나누듯, 그렇게 또 한 세상 살아봅시다.

여러분! 모두모두 다아 사랑합니다!

이미진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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