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새로운 균형, 새로운 아시아: 신뢰와 협동의 경제', 한겨레(대표이사 정영무)의 한 해 가장 큰 국제 행사인 '제6회 아시아미래포럼'이 28일 오전 9시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그랜드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열렸다. 행사 첫 날 기조연설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넘어’라는 주제로 로버트 스키델스키 영국 워릭대 명예교수와 자야티 고시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교수가 했다.

  1950년대 중반 이후 정부는 대체로 국가경제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되었고, 서구와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나 실업보험제도와 같은 복지국가의 다른 요소들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는 “전적으로 신앙심이 없으며, 내적 결합이 없고, 공공심도 별로 없고, 또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소유자와 추구자의 단순한 집단에 불과한 체제”라고 케인즈는 지적하면서 벤담(Jeremy Bentham)주의를 반대하는 태도를 분명하게 했다.

궁극적으로 케인즈는 100년간의 경제사상을 상정하면서 그 후로 “경제문제는 그 뒷전으로 물러나고 우리들의 진정한 문제들, 즉 창조적이고, 종교적이며, 행실에 관한 인생과 인간관계의 문제들이 감정과 이성의 활동무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결국 그는 경제학을 경제사상의 단순한 기준을 제시하는 지식으로 생각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문명에 도움이 되는 지식, 즉 모든 생활예술에 도움이 되는 지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그는 앞뒤 안 가리는 단순한 성장숭배자가 아니었다.

많은 일처리가 기계화된 현재는 사람들이 케인즈의 생존 시보다 더 풍부한 여가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창조적 문화 활동에 더 풍부한 여가시간을 향유할 수 있으므로 그의 예견이 선진국에서는 어느 정도 현실화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2015년 아시아미래포럼’의 기조연사로 참가한 스키델스키 교수는 충실한 케인즈 학파 학자답게 ‘성장지상주의는 효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장의 목표는 국내총생산(GDP)의 증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 증진에 둬야한다. 어느 정도 성장한 다음에는 성장 그 자체가 아니라 성장의 과실을 고르게 분배하는데 거시정책의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말했다. 그런 지적은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이후 신자유주의경제이론이 주류를 이루는 미국의 경제현실에 일침을 놓는 것이며, 다시 현실경제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옹호하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주장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스키델스키 교수는 ‘케인즈는 틀렸다.’며 케인즈의 맹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것은 ?우리의 자손들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for our Grandchildren)이라는 글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공장작업을 기계화하고 여가시간에 자아를 성취할 조건들을 수립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생활예술에 탐닉하게 될 다음 세대의 풍요로운 미래에 대한 케인즈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케인즈의 미래’는 여전히 고된 노동, 높은 실업과 빈곤이 공존하는 ‘디스토피아’라고 설파한다.

그러나 이쉬운 건 스키델스키 교수는 케인즈가 인류는 인구를 억제할 의지와, 전쟁을 피할 결의와, 당연히 과학적인 중요성이 있는 과학문제에 의탁할 자발적 의사를 갖지 못하는 한, 그의 ‘이상사회’는 그 기간이 지나서도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는 소견에 주목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스키델스키 교수는 먼저 중국의 ‘일대일로’ 경제 전략에 대하여 ‘중국의 꿈’이라고 그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중국 역대 왕조의 전성기에 중국의 영향력을 세계에 떨친 실크로드를 부활시키겠다는 중국 정부의 구상은 옛 전성기의 영화를 되살리겠다는 구호와도 같이 우리에게 들린다.

그는 ‘일대일로’ 구상이 성공하면 부양능력을 잃고 위기에 빠진 세계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경제성장률과 수출 감소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지역에 대한 인프라투자와 신 실크로드를 통한 천연가스 및 원자재공급 등이 투자에서 소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보완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지적대로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일대일로’는 전형적으로 개발에 중점을 두는 정책인데, 해당경제블록과의 경제규모가 작다는 점, 민주주의에 비해 안정성이 약한 권위주의 체제에 의해 추진된다는 점, 핵심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국경문제(필자의 견해) 등이 도사리고 있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 등이다.

이어서 연사로 나선 자야티 고시 교수의 기조연설은 우리들에게 저 쓰라렸던 외환위기의 기억을 되살린다. 금융자유화는 1981년 국제금융공사(IFC)가 다수의 돈을 모아 전문투자운용사가 금융투자로 수익을 내서 배당금을 돌려주는 뮤추얼펀드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추진한 제도인데, “투자자들에게 신흥시장은 큰 위험도 따르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도 낼 수 있는 시장”이어서 해당 국가들에게 자국의 금융자유화를 더 진전시키도록 유인했다. 그러나 해당국가의 경제사정이 취약성을 드러내면 외화는 썰물처럼 일시에 빠져나가며 한 나라의 경제를 뿌리째 흔들리게 한다. 즉 투기자본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거품을 일으켰다가 빠져나가면서 생산성의 다변화를 잘라버리는 것이 금융자유화의 가장 부정적인 영향이다. 실물경제의 뒷받침 없는 신흥국경제의 금융자유화는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마귀처럼 세계 각국을 넘나들며 수익률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면서 주권국가의 경제를 뒤흔드는 국제투기자본을 규제할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고시 교수는 말한다.

그렇다. 신흥국의 전면적인 금융자유화와 자본자유화의 피해는 국제투기자본에 의한 한 나라의 금융경제구조의 종속화와 예속화를 초래하는 것이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도 같은 현상이었다.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시장자율조정력이 상실되고 이로 인한 부의 편중으로 빈부차가 심화된다. 빈곤층의 구매력 부족은 불황과 장기침체로 이어진다. 지금 빈부차심화로 인한 대중의 소비부족으로 산업의 동력을 떨어뜨려 경제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은 신자유주의의 범람 때문이다. 1920년대 말 대공황 때는 수요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소비촉진정책을 케인즈 이론이 제시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케인즈 이론을 되돌아보아야하지 않을까?

이런 마당에 한반도는 새로운 경제도약을 이룩할 요인이 있다. 그것은 남북경제교류다. 북한의 소비재부족을 남한의 잉여생산품으로 보완한다면, 남한의 소비부진을 해소하고, 북한의 생활수준도 향상시켜서 쌍방의 경제도약을 이룰 수 있다. 이것은 중국경제의 재편에 따른 수입수요 감소를 보완할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절대로 필요한 조치이다.

마지막으로 자야티 고시 교수는 들려준다. “포도주 한 병, 빵 한 덩이, 그리고 인적 없는 장소에 앉아있는 그대와 나, 우리에게는 술탄의 왕국보다 더 많은 부가 있네.”라고 고대 시인의 노래를 읊으며 삶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나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를 되새겨보게 한다.

허창무 주주통신원  sdm3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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