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과 함께 읽는 동화]


숲속 동물들 모여 머리를 맞댑니다.

숲에 사는 길짐승과 날짐승 가운데 누가 인간학교로 전학 갈지 뽑는 자리죠.

새끼 인간-어린이-이 다니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어떤 버릇이 있는지 알아서

인간들과 사이좋게 지내려고요. (인간들은 그동안 숲과 동물을 너무 못살게 굴어 코로나19가

왔을지도 모른다며 반성하는 뜻에서 동물 친구들을 ‘특별히’ 초대했다고 밝혔다는군요.)

붙임성 좋고 신중한, 늑대

아주 먼 옛날 인간 마을로 내려간 돼지 사촌, 멧돼지

남 말 잘 옮기고 떠들기 좋아하는, 직박구리

세 동무가 뽑혔습니다.

 

물푸레나무 타고 사람 세상으로 출발.

물푸레나무는 오랫동안 회초리로 일하면서 선생님과 아이들 말을 알아듣고선 인간들 비밀을

숲속 동물들한테 알려주곤 했죠.

  

첫째 시간

‘휘이익’

세 동무가 물푸레나무에 발을 올려놓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교탁 위 물푸레 회초리를 빠져나와

교실 앞에 나란히 섰습니다. 앗,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 자리가 듬성듬성 비었네요.

“오늘 전학 온 동무들 소개할게요. 인사하세요.”

“안녕, 난 멧돼지”

“반가워, 난 늑대”

“나는 직박구리야”

세 동무 인사가 끝나자 웃음보가 터집니다.

“하하호호낄낄크윽”

(와! 동물들이 전학 오다니) 소곤소곤 쑥덕거림이 교실 가득 피어납니다.

“조요오옹히 ㅡ해” 화난 선생님, 잠시 숨 고르고 뒤쪽 마지막 줄 빈 책상들을 가리킵니다.

“너희 셋은 저기 빈자리에 앉도록”

 

포르르

날갯짓하던 직박구리 열린 문 위로 보이는 [4학년 2반 교실] 알림 가지가 마음에 듭니다.

“나는 저기 앉을거야.”

“안 돼! 직박구리. 어서 자리로 돌아가지 못해?!” 인간 선생님 화가 단단히 났습니다.

“선생, 쟤는 높은 곳에 있어야 기분이 좋은 데.” 늑대가 거듭니다.

“안 돼. 학생은 무조건 교실 안에 앉아서 공부해야 해”

“꿀꿀, 나는 주둥이로 교실 바닥 파고 몸 기대고 흙 목욕할 거야.”

“안 돼! 안된다고 했잖아” 인간 선생님, 다급하게 나섭니다.

“수풀, 나무 아래... .” 늑대가 입을 떼자 선생님이 단번에 말길을 막습니다.

“늑대, 너도 아무 말 말아. (내가) 안 된다고 했어, 내가 몇 번이나 (안 된다고) 했다아.”

 

숲속 세 동무가 인간 학교에서 처음으로 배운 말은 ‘안 돼’입니다.

직박구리는 잽싸게 숲으로 날아가 동물들에게 말했어요.

인간들이 숲에 들어오면 ‘안 돼’라고 외쳐.

걔들이 좋아할 거야.

 

둘째 시간

“오늘은 시험을 봅니다.”

“시험?” 숲속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말인데.

“모두들 가림판 가져왔지요?”

“네!”

아이들은 가방 속에서 어른 얼굴 크기만한 노랗고 두꺼운 종이를 한 장씩 꺼냅니다.

“가림판을 가져오지 않은 늑대, 멧돼지, 직박구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앉으세요.”

“왜? 시험이 뭐야?”수다쟁이 직박구리 재재거리며 묻습니다.

“시험이란, 어려운 문제를 푸는 거예요”

푸르르 컹컹 꿀꿀

숲속 동무들은 다시 바싹 붙어 앉고 직박구리는 두 친구 머리 위를 맴돕니다.

“선생님이 말했을 텐데!... 어서 멀리 떨어져 앉으라고.”

“어려운 문제는 혼자 풀 수가 없어. 혼자서는 안 돼....힘을 모아야지”

직박구리, 선생님을 빤히 내려다봅니다.

“시험은 혼자 푸는 것이라니까!”

 

직박구리는 다시 숲속으로 날아갑니다.

“사람들 숲에 와서 시끄럽게 굴면... .”

“시끄럽게 굴면?”

청설모 다람쥐 토끼 멧비둘기 누룩뱀 쇠딱따구리 어치 까치 눈 반짝 귀 활짝 엽니다.

시허엄”소리치면 돼.

“시험?”

“시험은 옆도 돌아보지 않고, 말도 하지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개 숙이고 가만히 있는 거야. 얼음땡 같은 놀이지.”

“.... .”

“그렇다고 너무 자주 ‘시험’이라고 외치면 안 돼. 인간들 시험 끝나면 죽기도 하나 봐”

아! 시험이 인간들 천적이구나.

  

셋째 시간

사회 시간입니다.

“사회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조ㅡ 용

“사람 사는 데 꼭 있어도 되지 않은 것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보기를 듣고 말하세요.”

조ㅡ 용

“1번 자동차... .”

“선생, 자동차는 시끄럽고 연기만 내뿜잖아... .” 떠버리 직박구리입니다.

“...차라리 자전거가 좋을 것 같은데.”

“질문하지 말고 보기를 끝까지 들어요. ...2번 사냥총”

“사냥총이 왜 필요하지?” 늑대가 껑충 뛰면서 묻습니다.

“묻지 말고 답만 말하라니까.”

“묻지 않고 어떻게 답을 말하냐? 꿀꿀” 멧돼지입니다.

그나저나 아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네요. 왜 그럴까요?

 

직박구리 종이 울리자마자 숲으로 날아오릅니다.

“사람들 숲에 들어와 ‘시험’ 외쳐도 마구 휘젓고 소리 지르면

질문’이라고 말해.”

“그러면 어떻게 되는 데?”

청설모 다람쥐 토끼 멧비둘기 누룩뱀 쇠딱따구리 어치 까치 눈 반짝 귀 활짝 엽니다.

“짜증 내며 제풀에 주저앉지”

질문은 인간들이 못 먹는 거구나.


인간학교는 말 못 하고, 생각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곳이란 걸 알게 된 늑대 멧돼지 직박구리 푸르르 컹컹 꿀꿀 숲속으로 허겁지겁 달아났다는 얄리얄리얄라리시얄이얄라 이야기.


 * 이 글은 사단법인 동의난달 소식지에 실은 글입니다.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시열 주주통신원  abuk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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