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눈이 펄펄 내리네요.

간밤에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 못 이루다 새벽녘 창문 열고 보니 눈 펑펑 내려 테라스로 올라갔습니다.

"아! 눈이다! 함박 눈!"

들뜬 마음에 모담산 바라보며 서툰 영상 한 컷 찍었습니다.

片片飛飛三月花
踏踏聲聲六月蛙

조각 조각 펄펄 내리는 눈, 3월의 꽃이요, 뽀드득 뽀드득 눈 밟고 걷는 소리, 6월의 개구리네.

선생님, 어느 시인이 눈 내리는 모습을 보고 읊은 시입니다.

3월의 꽃, 6월의 개구리, 얼마나 멋진 표현 입니까!?

허나 대상은 보는 이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 표현 또한 다름니다.

月白雪白天地白
山深夜深客愁深

달도 희고 눈도 희니
온통 천지가 모두 희네.
산 깊고 밤 깊으니 나그네 수심 또한 깊구나!

허나 이럴 때 저는 '亦鰥愁深!!

또한 홀아비 시름 깊구나! 저도 모르게 나옵니다. ㅎㅎㅎ

선생님, 이럴 때 누가 옆에 있으면 따듯한 차 한 잔 하며 시름 달래 줄 터인데...

눈은 여전히 산과 들에 내리고 있습니다.

선생님, 산새가 나무 가지에서 울고 있습니다. 산새는 왜 우나?

소월은 "령(嶺)넘어 가려고 그래서 운다" 했습니다.

선생님, 저 눈 속에 모든 세진(世塵)이 녹아 평화로운 세상 됐으면 좋겠습니다.

평화, 평화를 빕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20. 12. 13.새벽

김포 여안당에서 새벽에 눈 내리는 모담산을 바라보며 한송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통신원님의 고풍한 풍류와 여백이 있는 글입니다. 눈 내리는 모담산이 동양화처럼 그려집니다.

더욱이 설경에는 빠질 수 없는 김삿갓의 명시 한 구절이 저도 생각났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마하연에서 벌어진 고승과 김삿갓의 글짓기 댓구도 마침 제가 좋아해서 외우고 있었는데 조금 다릅니다. 

月白雪白天地白
山深深客愁深이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저는

月白雪白天地白
山深深客愁深
으로 기억하기에 인터넷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해인사 쪽 문장 그리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20087월의 금강산에서는 아래 문장으로 나옵니다.

내용은 별 차이가 아니어도 어감과 운율로 봐서 스님의 , 김삿갓의 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되어 감히 덧붙입니다.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랍니다. 후학 김동호 올림

정우열 통신원님의 허락을 받아 제 글도 참고로 올립니다.

뒤의 나그네의 시름(客愁)을 생각하면 잠못드는 깊은 밤 夜深이 더 어울린다는 말씀과, 서로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괜찮다고 하여 후학의 글을 추가합니다.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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