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통신원 여러분, 오늘 크리스마스 날은 '힘없고 소외되고 억눌리고 장애입은 약자들 편에서 복음을 전하고 실천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는  좋은날입니다.
~ 오늘도 <명시 감상> 다섯번째 글 올려봅니다. 변변찮은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보시며, (누구나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지만) 世波에 씻기어 나간 '시를 사랑하는 마음'(=詩心)을 되살리는 마음으로 감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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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석 류
                - 조운 -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툴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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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명맥이 끊긴 옛시조를 '생활 시조'로 부활시킨 시조시인 조운(1900~ ?)의 시를 감상해 보겠습니다.
처음 이 시를 보았을 때, 전혀 시조로 보이지 않았을 정도로 시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석류라는 과일을 이처럼 붓이 아닌 글로도 그림을 그릴수가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지요.

1(=초장)은 석류의 외관 모양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붉은색 큰 양파'처럼 보이는 석류는 저멀리 인도 서북부가 원산지라 하는데, 시인은 이 열매가 투박한 얼굴의 입술이 두툼하게 튀어나온 박색 여인으로 보였나봅니다.

2(=중장)'석류'라는 여인이 짝사랑하는 대상에게 '이 불타는 마음을 어찌 말로 표현할수 있겠느냐?'하며, 하소연하고 있네요. '내가 비록 못생긴 박색이긴 하나, 당신을 향한 이 사랑하는 마음은 말로 이루 다할수 없을 정도로 일편단심이에요.'라는 뜻이지요.

마지막 3(=종장)은 드디어, 이 여인이 일을 저지릅니다. 자신의 앙가슴을 스스로 빠개 열어젖히며, 홍보석처럼 알알이 붉게 빛나는 자신의 마음 조각들을 사랑하는 임에게 보여주게 됩니다.
"보시오 임아, 보소서, 내 스스로 열어젖힌 붉디붉은 이 마음을~"

~ 조운 시인은 천재적인 시적 감수성을 이 '석류'라는 시에서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습니다. 무심히 지나칠수도 있는 벌어진 석류의 알알이 붉은 씨앗과 과육을 이처럼 드라마틱하게 '박색 여인의 한많은 짝사랑'이란 주제로, 짧은 3646자에 담는다는게 놀랍기만 합니다.

* 사족 : 우리 모두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시조'라는 틀에 넣어 표현하고 싶지 않으십니까?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나 지어볼 수 있는게 시조이지요. 왜 그럴까요?
우리말의 대부분은 3~5글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니, 그냥 '3645자 안팎'이라는 틀에 욱여넣어 보세요. 할말은 많고 줄이는게 잘 안되면 중장을 몇 구절 더 늘여도 좋고(~엇시조), 아예 중-종장에 사설을 길게 늘어놓아도 누가 뭐라 못합니다. '사설시조'라고 눙치면 되니까요.~^^

~ 이해를 돕기 위해 '동지 팥죽'이라는 제목으로 즉흥적으로 지은 생활시조한편 올려보겠습니다.
 

< 생활 시조() >
* 제목 : 동지팥죽

 

오늘은 동짓날
동지팥죽 먹는날

어부인(?)과 동행하여
동네 죽집 갔는데

손님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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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너무 의미심장한 시()를 지으려고 어렵게 생각하면, 그만큼 멀리 달아나는게 시작(詩作)인것 같으니, 그저 낱말과 구절을 배치해서 말이 되도록 '()짓기'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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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허익배 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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