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입은 지 30년 만에 처음으로 장애인일자리신청을 했습니다. 129일에 면접이랑 한글문서작성을 시험받았고, 28일에는 합격문자를 받았습니다. 몇 시간 뒤에는 담당직원으로부터 일하게 된 사업장의 상호를 들었고, 그곳의 주소를 문자로 받았습니다.

이 어려운 때 잘 됐구나!’생각하고 있었는데 90분 쯤 지나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사업장의 장애인 대부분이 20대라면서 나이가 많다고 거절을 했답니다. 그러면서 이튿날에 모사회복지관에서 다시 직무상담을 하라고 했습니다.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로스팅과 핸드드립을 가르치고, 에스프레소머신 다루는 기술을 배우려던 계획이 날아간 것입니다.

29, 사회복지관직원 두 분이랑 상담을 했습니다. 먼저 복지관 안내데스크의 보조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묻더군요. 대부분의 장애인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으며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면접을 치를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말이 어눌하거나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분, 휠체어를 타는 분, 그리고 면접관의 질문에 모범답안을 외워 와서 대답하는 분들을 보면서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건가?’싶었지요. “어차피 바리스타로 가도 기계(에스프레소머신)를 다루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하게 된다는 직원의 말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주커피축제위원장을 역임했고, 로스팅과 핸드드립의 전문가다. 책도 몇 권 냈으며 성()평등 강의와 자녀교육에 대한 강의도 수없이 했다. 과천에 살 때는 정신지체아들을 위해서 책 읽어주기 자원봉사를, 제주에서는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와 글쓰기자원봉사를 했다.

한 직원이 커피를 통해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그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것 - 내가 만든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 - 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장애인일자리사업에 합격해서 일자리를 배치했지만 해당 기관에서 거절을 했다. ‘그럼 이 사람을 어디에 배치해야 되지?’고민하는 것 같아서 복지관 안내데스크도 괜찮다얘기하고 돌아왔습니다.

30일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노인복지센터로 배정되었다고, 담당선생님의 성함과 전화번호를 카톡으로 받았습니다. 31일 오후 1시 쯤.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옷을 깔끔하게 입고, 14일 아침 9시까지 출근하라는 전화도 받았습니다. 자격지심인지는 몰라도 옷을 깔끔하게 입고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장애인들은 옷을 깔끔하게 입지 않는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31일 오후 3. ‘노인복지센터에서 여성분을 원한다고 해서 복지관에 배치된 여성분과 바꿨다. 그래도 되겠는지? 안 돼도 돼야 한다.’는 카톡이 왔습니다. 남자라 안 되고, 나이가 많아서 안 되고. 이게 도대체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기관과 장애인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 같아서 아주 불쾌했습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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