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새해 들어 첫 번째 맞는 주일이네요.

그래 설날 떡국은 잡수셨어요? 전 한 살 더 먹을까봐 안 먹었는데요. ㅎㅎㅎ~~~

참! 어제 아침엔 제 친구 범산(凡山, 한국환경건축연구원 이사장)이 동해안 어느 해안가에서 찍은 사진이라 하면서 아래 글과 함께 세 그루 소나무 사진을 보내왔더라고요.

"세홀 같은 세 소나무쳐다보며,
신축년 새해에도 오는 봄을 기다립시다 용!"

선생님, 여기 '세홀'이 뭔지 아세요? 잘 모르시겠죠?
선생님, 뭔가 하면 '세 홀애비'란 뜻예요. ㅎㅎㅎ

세 홀애비가 누군가하면 저 한송(漢松)하고, 이 친구 범산(凡山), 그리고 우영(又英, 성균관대학 전 부총장)이예요.

우리 홀애비 세 사람이 매주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식사도 하고 때론 명승지도 유람 하거든요.

그래서 그 모임 이름을 제가 '三鰥會'(세 홀애비 모임)라 지었어요.

그랬더니 범산이 '鰥'(환)자가 너무 어려우니 순수 우리말 '홀애비'로 하자 해 '세홀회'로 했어요. 그러니 여기 '세홀'은 세 홀애비란 뜻예요. 아시겠죠?

헌데, 어제 아침 범산이 해안가에 세 그루 소나무가 우뚝 서 있는 걸 보고 문득 '세홀'이 떠올라 '찰칵!' 찍어 올렸더군요.

선생님, 그래서 제가 바로 아래와 같이 답글 올렸어요. 한 번 읽어 보시겠어요.

"범산, 정말그렇구려! 추운 겨울에 세 그루 소나무, 歲寒三松!
분명, 세홀(三鰥)이구려!

범산, '歲寒三友'란 말 있소. 추운 겨울에 보기 좋은 세 가지 나무를 말하오. 즉, 혹한에도 독야청청(獨也靑靑)한 소나무, 녹죽 대나무, 그리고 추위에도 향(香)을 팔지 않는 매화, 바로 松. 竹. 梅가 그것이요.

이 세 나무는 추운 겨울이 되어도 제 모습을 간직하오. 그래서 '추운 겨울의 세벗'(歲寒三友)이라 한 게요.

범산, 이 가운데 나(漢松)는 소나무이니 누가 대나무(竹)고, 누가 매화(梅)가 되오? ㅎㅎㅎ
범산, 선비란 지조(志操)와 절개(節槪)를 중시해 상황이 변해도 한결 같은 인격을 갖추고 있소.

눈 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던고?
굽을 절이면 눈 속에 푸를 소냐!
아마도 세한고절(歲寒孤節)은 이뿐인가 하노라!

고려 말 충신 원천석(元天錫, 1330- ?)의 시조요.

또 성삼문(成三門,1418-1456)은 이렇게 읊었소.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었다가
백설(白雪)이 만건곤(滿乾坤) 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

범산, 위의 두 시조는 바로 대나무와 소나무를 통해 자기의 굳건한 지조와 절개를 나타낸 게 아니겠소!

또한, 완당(阮堂)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제주도 유배 때, 북경의 제자 우선(藕船) 이상적(李尙迪, 1804-1868)에게 편지 글과 함께 그려 보낸 <歲寒圖>도 이 소나무와 잣나무였소.

날씨 추워진 뒤에야 늦게 시드는 저 소나무와 잣나무, 歲寒松柏!
범산, <논어> 자한(子罕)편에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後凋也) 했소.

완당이 이 세 그루 송백(松柏)을 그려 보낸 것은 제자에게 저 소나무와 잣나무처럼 지조와 절개를 지키며 꿋꿋하게 살라는 당부도 있지만, 한편 지난 날 평소 땐 제자가 자기에게 베푼 것에 대한 고마움을 몰랐다가 귀양살이에서 한 겨울 소나무와 잣나무를 보면서 비로소 제자의 고마움을 깨닫고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이오.

범산, 그렇소! 저 세 그루 소나무, 분명 우리 세홀(三鰥)이요.
자! 우리도 저 세 그루 소나무처럼 올 한 해 또 꿋꿋하게!
獨也靑靑합시다!!!♥

김포 여안당에서 새해 셋째 날 아침
한송이 범산이 보낸 세 그루 소나무를 보면서 이 글을 쓰다

선생님, 다 읽어 보셨어요? 너무 길었죠? ㅎㅎㅎ
고마워요! 선생님, 끝까지 읽어주셔서...
선생님! 그럼, 오늘은 이만 줄일게요!

안녕!♥

새 해 셋째 날 아침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이 보내드립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