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통신원 여러분, 오늘도 좋은날 맞이합니다.
~ 2021 신축(辛丑)년 새해를 맞아 <명시감상> 6번째 글 올려봅니다. 변변찮은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보시며, (누구나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지만) 세파(世波)에 씻기어 나간 '시를 사랑하는 마음'(=詩心)을 되살리는 마음으로 감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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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웃은 죄
                     - 김동환 -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주고,
그리고는  인사하기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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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소개할 시는 함경북도 경성 출신의 '파인(巴人)' 이라는 아호를 쓴 김동환 시인(1901~? )'웃은 죄'라는 아주 짧은 시를 감상해보고자 합니다.

1연은 시적 화자(~시속에서 말하는이) 젊은 여인의 말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죄없음'을 이전에 했던 자신의 언행을 있는 그대로 담담히 되짚어 말해줍니다.
이 시를 읽는 독자는 한편의 그림처럼 머릿속에 장면이 떠오릅니다.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정황상, (젊은 남자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샘물에서 물긷는 자신에게 지름길을 묻길래, 알려준것 뿐이요."

'물 한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주고'
~ "그리고 물 한 모금 청하길래,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샘물 한바가지 떠준 것 뿐이라오."

'그리고는 인사하기 웃고 받았지요.'
~ ", 그후에 고맙다고 인사치레하길래, '무어 그런 일로..'라는 뜻으로 한번 말없이 웃어준거에요."

2연에서는, 시적화자인 젊은 여인이 좀더 강한 어조로 자신의 언행에 죄가 없음을 밝힙니다.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 이 여인은 아마도 (평안도) 평양시 외곽의 산골처녀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무심코 지나가는 남정네에게 한 선행을 누군가 몰래 지켜보고서는, 마을사람들에게 동네방네 소문을 퍼뜨려 곤경에 처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산골처녀는 당당히 자신의 죄없음을 밝힙니다. "당장 내일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그러면서 '세상에, 물 한바가지 퍼주고 고맙다 하길래 한번 미소지은게 그리 큰 죄냐?'하는 마음속 항변을 좀더 강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에 등장하는 여인이 예전부터 여성들에게 굴레씌워진 전통적인 순종적, 체념적 성향의 여성이 아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처음보는 외지 남정네에게 부끄럼타거나 자신을 숨기는 대신에, 적절히 자신의 태도를 밝히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우물가 여인들의 이러쿵저러쿵 하는 험담에도 숨거나 체념하기보다는, 자신의 언행이 문제가 전혀없었음을 애써 밝히는 그당시로서는 신여성적 사고방식의 소유자임을 짐작할 수 있을것입니다.

(사족 : 이 시를 읽고 "역시, 북한 여성들은 강한데가 있구먼,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등장하는 여성 화자가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라고 했는데~"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생각의 영역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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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편집위원

허익배 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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