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잘 주무셨죠?

소한(小寒)이 지난 지 이틀이 됐네요. 대한(大寒)이 왔다 얼어 죽었다는 소한, 그 이름값 하네요.

선생님, 한파주의보 내려졌어요. 강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참! 지난번 <여안당 일기> '아내 한솔이 하늘나라에서 보내준 성탄 선물' 있죠. 그 글 읽고 아내 서예 친구, 도곡(陶谷) 선생이 "한송 선생님, 후덕하신 한솔 선생님도 많이 뵙고 싶어요. 시를 보니 저도 모르게 쓰고 싶었어요." 하며 글과 함께 '思婦曲' 작품으로 써서 카톡에 올렸더군요.

아내 덕에 또 선물 받았지 뭐예요.

안 그래요? 선생님!
얼마 뒤 이 작품을 우편으로 보내셨더라고요.
어제 오후 그 작품 받았어요.

그래서 바로 "도곡 선생님, 보내주신 작품 잘 받았습니다. 뜻깊은 작품 고이고이 간직하겠습니다"하고 답했어요.

그랬더니 바로 또 "한송 선생님의 시를 보고 후덕하고 겸손하신 한솔 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제작은 성의지만 받아주시니 감사합니다"하고 겸허의 답신 올리셨더군요.

선생님, 도곡 선생의 작품 보면서 아내와의 도타운 묵정(墨情) 어슴푸레 알았어요. ㅎㅎㅎ~~

선생님, 또 어젠 <여안당 일기> '추운 겨울의 세 벗, 歲寒三友' 읽고 멀리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저의 큰며느리 야죽당(夜竹堂)이 "아버님의 글, 추운 겨울 세 벗, '歲寒三友' 읽으니 문득 중국 송나라 때 시인 조언단(趙彦端)의 시, "歲寒堂下兩株梅"(세한당 아래 두 그루 매화) 생각난다 하며 올렸더라고요.

12월에 피는 臘梅
12월에 피는 臘梅

이 시는 한 해가 바뀌는 섣달 납월(臘月)에 세한당(歲寒堂)에서 친구와 함께 납매(臘梅;섣달 눈 속에 피는 매화) 바라보면서 납향주(臘享酒;동지 뒤 셋째 戌일에 神에게 제사 지내기 위해 담근 술)마시며 읊은 시예요.

선생님, 한 번 들어 보시겠어요.

歲寒當下兩株梅
商量先後開
春前日繞一千回
花來春未來

氷可斷,玉堪裁
寒空無暖埃
爲君飜動臘前酒
酒醒香滿懷

세한당 아래 두 그루 매화,
누가 먼저 필까 선후를 의논하네.
봄 오기 전 수 많은 날을 보내며...
꽃은 피었는데, 봄은 아직 안 왔네.

얼음은 녹아 깨지고, 옥 이미 다듬어졌는데,
찬 하늘엔 따듯한 기운 없구나!
그대 위해 12월 전에 담근 술 꺼내니,
술 깼는데도 그 향기 가슴에 가득하네.

선생님, 어떤 곳엔 첫 련 '兩株梅'를 '雨株梅'라 하는 곳도 있어요. 여기선 '兩株梅'로 읽었어요. 그래야 뒤의 '商量'과 어울릴 것 같아서요.

그리고 여기 '玉'은 '꽃망울'을, '臘前酒'는 납일에 제사지내기 위해 담근 술이에요. 원래 '酒'는 '배'로 닭유(酉) 변에 설립(立) 아래 입구(口) 한자로 아직 거르지 않은 술을 말해요.

선생님, 저는 이렇게 새해 선물 두 개 또 받았어요. 모두가 아내 한솔 덕예요. ㅎㅎㅎ

선생님, 어제저녁부터 내린 눈이 온 산야를 하얗게 뒤덮었네요.
오늘은 하얀 마음으로 하얀 강변 눈길 걸으렵니다.

雪白! 江邊白! 心白!

눈도 희고 강변도 희니, 마음 까지 모두 희구나!
선생님, 하얀 마음으로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세요.

흰 소해 소한 이튿날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늙은이가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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