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카메라를 잡았나

올림픽 공원에서  -   2014. 11.
올림픽 공원에서 - 2014. 11.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내게 종종 말하기를
불행한 나날을 견뎌내는 내 모습이
언제나 한결같고 벙글거리고 당당한지
늘 승리하는 사람 같다는

남들이 말하는 내가 참 나인가?
나 스스로가 아는 내가 참 나인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고 그립고 병약한 나
목 졸린 사람처럼 숨을 쉬려고 버둥거리는 나
빛깔과 꽃, 새소리에 주리고
따스한 말과 인정에 목말라 하는 나
방자함과 사소한 모욕에도 치를 떠는 나
좋은 일을 학수고대하며 서성거리는 나

나는 누구인가?       
이것인가? 저것인가?
오늘은 이 사람이고 내일은 저 사람인가?

                                                       ~~~ 본 헤퍼 목사의 시 일부 인용 ~~~

준비 없이 직장에서 나온 나는
답답하고 막막하여 조그마한 일에 뛰어들었다가
유일한 재산인 집 한 채도 반쯤 날려버렸다.

나이어린 학생들을 위해 한자공부 봉사나 해볼까 하고 한자공부를 시작했다.
한자자격 5급에서 출발하여 1, 더하여 사범자격까지 땄다.
그래도 나를 필요하다고 받아주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뭉개진 내 가슴을 달래고 자기수양을 위하여
붓을 잡고 5년의 시간을 보내 보았다.
중국에서는 서법, 일본에서는 서도, 한국에서는 서예라 하며
옛날 선비를 닮고자 하는 그 곳에서
나는 나를 다독일 수가 없었다.

비록 한자사범 자격을 따기는 했어도
한시를 내가 짓고 그 시를 내 붓으로
서예로써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래 붓을 던졌다.

그 한참 후에
똑딱이 카메라를 손에 넣게 되었다.
카메라로 세상이야기
아니
세상에 대한 나의 생각을
카메라라고 하는 기계를 통하여 담아내 보자고.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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