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동안 잘 지내셨죠?

오늘이 벌써 새해 들어 세 번째 맞는 주일이네요. 그러고 보니 정월 한 달도 거의 다 갔네요.

선생님, 전 지난 목요일(14일) 1박2일 여정으로 동해안 돌고 왔어요. 마침 날씨 따뜻해 나들이하기 좋았어요.

어딜 다녀왔냐고요?
첫날 주문진으로 내려가 점심 독도횟집에서 복어회 먹었어요.

요즘이 복어 철이래요. 사실 전 복요리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함께 간 친구 우영(又英)이 식도락가(食道樂家)거든요. 복어에도 까치복, 밀복, 황복이 있다 하면서 요즘은 밀복철이래요.복을 부위별로 떠 고니, 껍질, 뱃살, 등살 등 등 골고루 내놨더라고요.

사실 전 복어탕은 먹어 봤어도 회는 처음이에요. 헌데, 다른 부위는 몰라도 고니가 맛있더라고요.

선생님, 복 좋아 하세요. 언제 한 번 내려가 잡숴보세요. 또 꽃게 철이라 하면서 대게 사가지고 양양 숙소로 갔어요.

가는 도중 하조대(河趙臺)들러 오랫만에 망망대해(茫茫大海) 바라보며 호연지기(浩然之氣) 충전했어요.

하조대
하조대

잘 했죠? 선생님!

양양 솔 비취,502호. 새벽 3시,
철~ 썩~ 철썩~
파도 소리에 잠이 깨었어요.

그때 폰 열어보니 카톡 친구 자야(子夜)의 카톡이 와 있더라구요.

Good morning beautiful!
자야의 세레나데가 파도에 실려 왔더라고요.
처얼썩~ 철~썩파도 소리 -

파도소리와 Good morning beautiful

파도 소리와 함께 잔잔한 기타 소리에 들려오는 노래.

Good morning beautiful
How was your night?

좋은 아침 멋진 날예요!
어떻게, 좋은 밤 보내셨죠?

그 때 해가 동해 멀리 구름 사이로 수줍은 듯 붉게 웃었어요. 아! 해다!

박두진의 '불끈 솟은' 그 해는 아니었지만, 수줍어하는 그 해가 저는 좋았어요.

조반을 누룽지로 대충 때우고 바로 낙산사 다래헌(茶來軒), 보타전(寶陀殿), 의상대(義湘臺) 둘러보고, 다시 설악동으로 들어가 케이블카 타고 권금산성(權金山城) 올라 울산바위, 비로봉 바라 봤어요.

권금산성 케이블카
권금산성 케이블카
울산바위
울산바위

선생님, 산봉우리 위로 떠도는 흰 구름, 바람 소리,그리고 겨울잠을 자면서 속삭이는 나무들의 생명의 소리 그 모두가 자연의 법문이었어요.

점심 어디서 했냐고요?
선생님, 궁금하시죠?
속초 '청초수 물회' 했어요.

나올 때 친구 범산(凡山)'이 '아바이 인절미' 사가지고 보시(布施)해 집에 올라와 그 떡으로 저녁 때웠어요.

짧은 일정이었지만 세 홀애비(三鰥), 세한삼우(歲寒三友) 즐거운 시간 가졌어요.

선생님, 저는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폰에 담아온 '의상대' 마주 하고 의상대사의 법성게(法性偈) 염송(念誦)하고 있어요.

의상대
의상대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

선생님, 그리고 이렇게 또 한 수(首) 읊었어요.

義湘臺上巍然松
孤高松下義湘頌
能仁海印三昧中
雨寶益生滿虛空

의상대 위에 우뚝 솟은 소나무,
그 고고한 소나무 아래에서 의상대사의 법성게송 들리네.

선생님, 어때요? ㅎㅎㅎ~~~^^^

"能仁海印三昧中, 雨寶益生滿虛空' 무슨 뜻이냐구요?

아, '能仁'이란 부처님을 말한 것이고, '海印'이란 바다에 도장을 찍는다는 말, '三昧'는 탐(貪;욕심), 진(嗔;성냄), 치(癡; 어리석음) 세 가지 해로운 마음(毒心)을 말하는 거예요.

즉, 일체 모든 것을 해인 삼매의 경지에 들어가 부처의 모습들로 분명하고 명료하게 보게 되면, 시비(是非) 대상도 없어지고, 이익과 손해를 나눌 대상도 사라지게 돼서 무엇이 잘 되고 무엇이 잘못될 것이 없다는 말예요.

그리고 '雨寶'는 세상 모든 생명에 보배로운 비를 말하는 것으로서 기쁨을 뜻하는 것예요. 언제나 어디서나 하늘에서 보배로운 생명의 비가 내리고 있어요. 그래서 나무는 나무대로 꽃은 꽃대로 비를 흡수하고, 또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그릇에 따라 빗물을 담거든요. 빈 그릇을 바르게 놓은 사람은 가득 담을 것이고, 빈 그릇을 삐뚤게 놓은 사람은 한 방울의 빗물도 담지 못할 거예요.

선생님, 하늘이 주는 지혜는 누구에게나 똑 같다는 가르침이에요.

'滿虛空'은 허공에 가득 찼다는 말로 기회는 언제나 평등하게 있다는 말이에요. 공덕이 되는 가르침, 즉 부처님의 가르침이 평등하게 가득하다는 말이죠. 다만, 중생이 믿음의 그릇에 크게도 기여하고 작게도 기여한다는 것이죠.

선생님, 바라는 만큼 이루어지는 것이 우주 본생의 진리가 아니겠어요? 그러나 복을 바라며 부처님을 믿는 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복은 오직 자신의 용기로 변화와 성찰, 그리고 혁신을 통해 오래 참고 성실히 한다면 큰 사람이 될 수 있죠. 마음의 문을 잠그고 세상을 불신하는 사람은 복을 쥐어주어도 받지 못해요.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그릇을 바르게 놓는 사람예요.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자신의 내일을 알 수는 없어요. 만일 내일을 알 수 있다면 이 세상은 한 치의 발전도 하지 못할 것이니까요.

선생님, 법문이 너무 길었죠? ㅎㅎㅎㅎ
그럼, 이만 줄이겠어요.
성불하세요! 선생님!

흰 소의 해 정월 17일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정우열 드림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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