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볶고 내린지 십 수 년. 이젠 제법 전문가소릴 듣는데도 커피를 한다고 하면 “바리스타입니까?”, “바리스타자격증을 언제 땄습니까?”하는 말을 제일 먼저, 또 많이 듣습니다. 나는 바리스타자격증이 없으며 그것을 취득할 마음도 없습니다.

‘커피종사자=바리스타’로 아는 분이 많은데 그것은 오해입니다.

맛있는 커피를 찾아서 전 세계의 커피농장을 누비는 커피헌터, 생두를 훌륭한 원두로 만드는 로스터, 커피의 맛과 향을 감별해서 등급을 정하는 커퍼, 모든 게 세팅된 상태에서 손님에게 서비스를 하는 바리스타 등 커피와 관련한 직업은 매우 다양하니까요.

일반적으로 말하는 바리스타란 ‘에스프레소머신을 주어진 시간 안에 정확히 다룰 줄 아는가?’를 테스트하는 민간자격증일 뿐입니다. 향이 좋고, 쓴맛·단맛·신맛이 잘 어우러지며 그 후미(後味)가 오래도록 남는 커피를 훌륭한 커피라고 합니다.

맛과 향이 조화로운 커피를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소량으로 볶아서(로스팅) 핸드드립한 커피를 좋아합니다. 핸드드립과 로스팅을 시작한지 십 수 년이 되었고, 때때로 강의도 다니지만 내가 일할 수 있는 카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로 바리스타자격증이 없기 때문입니다.

 

드르륵. 미닫이문이 열리면서 한 청년이 들어섰습니다.

“선생님, 저 이번에 효소자격증 땄어요.”

제주에서 찻집을 운영할 때 단골이었던 청년이 의자에 앉기도 전에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효소자격증? 누가 또 자격증장사를 하는구나!’생각하면서도

“아! 그래요. 잘 됐네요, 축하합니다. 저도 십오륙 년 전부터 효소를 만들어 먹는데…….”

“선생님도 효소자격증 따셨어요?” 뜨악한 표정으로 청년이 물어왔습니다. 말끝에는 ‘자격증 없이 효소를 만들면 불법인데’하는 뉘앙스도 진하게 묻어났습니다.

귀농에 관심이 많았던 1998년. 충북괴산의 자연농업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처음으로 효소를 알았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농작물을 건강하게 길러내기 위해서 효소가 만들어졌다는 것도, 그것이 농작물뿐 아니라 사람의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배웠고, 해마다 계절별로 꾸준히 만들었지요.

TV·라디오·신문·잡지 등에서도 열심히 알렸고, 효소를 활용한 자연요법체험수기공모전에 수상해서 3박4일 동안 제주도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었습니다. 차(茶)를 내리면서 이런 얘기를 해줬음에도 청년은 고개를 갸웃거렸었습니다.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다보니 너도나도 자격증에 매달리게 되고, 그 불안심리를 이용한 자격증장사꾼들이 판을 치며 고용주나 공무원들은 그것을 손쉬운 기준으로 삼는 것 같습니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오성근 주주통신원  babsangman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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