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정월 초 3일, 양력 2월14일, 일요일.
오늘은 아내가 하늘나라로 간지 두 번째 맞는 2주기 되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강남에 사는 둘째 아들 다경(茶耕)이 저희 어머니 기일(忌日) 준비로 밤잠을 못 이룬다. 전통적 전례로 따지면 돌아가신지 2년이 되는 기일은 대상(大祥)이라 하여 크게 행사를 했다. 여기 '大祥'은 '크게 상서롭다'는 뜻이다. 옛 어른들도 이날을 상서로운 날로 여겨 돌아가신 이를 추모했다.

그래서 난 아들에게 "오늘 엄마 기제(忌祭)는 간단히 포, 삼색 과일, 식혜 그리고 엄마가 평소 즐겨했던 커피, 초콜릿 등을 준비해가지고 시골 고향 내려가 엄마 묘전(墓前)에서 추모제로 해라"했다.

현재 큰아들 다운(茶耘)은 캐나다 밴쿠버에 살고, 딸 다뢰(茶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다. 그러니 자연히 둘째 아들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외국의 큰며느리와 딸에게 "오늘 기일 행사는 묘전에서 조촐하게 추모제(追慕祭)로 할 것이니 각자 추모 글이나 영상 메시지 카톡에 올려라. 그럼 엄마에게 읽어 드릴께. 멀리서 올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함께 하자!"했다.

바로 아들. 딸, 며느리. 사위, 그리고 손주, 손녀들의 추모 글과 영상 메시지가 '카톡!' '카톡!'하며 왔다. 참 좋은 세상이다.

식은 아들이 제주(祭主)가 되어 헌작(獻酌) 뒤 준비한 추모사를 읽고, 이어 외국에서 온 추모 글과 영상 메시지를 대독했다.

아들은 추모사를 읽으며 2년 전 엄마의 임종 때를 생각해 목이 멨다.  이어 작은며느리 여유당(與裕堂), 손녀 비앙카, 손자 다미안의 헌작과 추모의 글 낭독이 있었다.

그리고 끝으로 내가 아내에게 잔을 올리고 길게, 아주 길게 생시처럼 얘기 했다.

"여보! 잘 있었어? 오늘이 당신 2주기네. 세월 참 빠르지? 당신 간 게 엊그제 같은데...
여보, 난 지금도 2년 전 오늘 새벽, 병실에서 당신을 마지막 보내던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하오. 그날 아들, 딸, 나, 그리고 간호사 넷이 당신 임종을 지켜보며 올렸던 기도, 그리고 '여보! 편히 잘가요!'하며 입맞춤 했던 마지막 키스. 그때 그 기도는 내 평생 가장 경건(敬虔)한 기도였으며, 입맞춤 또한 가장 행복한 키스였소. 여보 보고 싶구려!

여보! 오늘 당신 기일을 준비 하느라고 둘째가 밤잠을 못자며 애를 썼소. 아까 아들이 읽은 추모사 잘 들었지? 밴쿠버 큰며느리 야죽당(野竹堂), 손자, 손녀,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사위 성서방 추모 글, 또 외손자, 외손녀의 영상 메시지 잘 듣고 잘 봤지? 얼마나 좋은 세상이요. 하늘나라에서도 이렇게 소통할 수 있으니...

그리고 아침에 당신 동생 춘표 처제 '언니 기일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하면서 충호랑 저녁 기도 한다 했고, 향표 처제도 '언니 제사 참석지 못해 아쉬워요'했어. 당신 알고 있지? 향표 처제가 나 돌봐 주는 거.

참! 그리고 아침에 우영(又英,조동원 교수)이 오늘이 당신 2주기 알고, '한송, 오늘 내려가거든 한솔 선생에게 자네 10년 뒤에 보내 준다 하게'하고 카톡 보냈더라고.

어떡하지? 저승에선 당신이 기다리고 이승에선 친구들이 붙잡으니... ㅎㅎㅎ

그리고 또 범산(凡山, 이경회 교수)이 '섭리'란 좋은 글 보내왔더라고. 내가 읽어 줄께 들어봐요.

그래, 어때? 당신, 오늘 즐거웠어요? 참! 빼먹을 뻔했네. 요즘 나 자야란 여자 카톡 친구 생겼는데... 여보, 괜찮겠지?"

이렇게 아내와 이야기 하다 보니 마무리할 시간이 됐다.

마지막으로 리아킴의 '위대한 약속' 속에 도종환 시인의 '아홉 가지 기도'로 식을 마치고, 집에 올라와 저녁 7시, 김포 운양성당에서 기일 생미사 봉헌으로 2주기 행사를 모두 마쳤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며 이 글을 마친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21년 2월 14일

아내 한솔 이석표 2주기 행사를 마치고
김포 여안당에서 남편 한송 정우열 쓰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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