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크고 비와 봄이 뒤섞여 맞이한 5월 어느 날 태백준령을 넘다 만난 무지개를 보고 환호성을 지른다. “와, 무지개다!” 동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어른들이 좀더 많았으면 좋겠다. 정선/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출처 : 2015년 5월 12일 자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dica/587017.html#csidx8fcfbdcb360b631ab2138cd6cc53bee
일교차가 크고 비와 봄이 뒤섞여 맞이한 5월 어느 날 태백준령을 넘다 만난 무지개를 보고 환호성을 지른다. “와, 무지개다!” 동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어른들이 좀더 많았으면 좋겠다. 정선/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출처 : 2015년 5월 12일 자 한겨레신문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dica/587017.html#csidx8fcfbdcb360b631ab2138cd6cc53bee

 

제목    :   < 무지개 >
                              
윌리엄 워즈워드

저 하늘에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가슴은 두근거리네.

나 어려서도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고,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어다.
그렇지 않을진대, 나의 목숨 거두소서 !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건대,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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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 명시 감상 > 여덟번째  글을 올립니다.
이제 입춘, 우수(雨水) 다 지나고 내일이 '땅속에서 겨울잠자던 개구리도 봄기운에 놀라서 튀어나온다'는 경칩(驚蟄)입니다. 작년 한해 동안 코로나19로 마음 속 깊숙히 겨울잠에 빠져있던 우리네 감성도 이제 한껏 기지개를 켜볼 시점이 되었지요.

오늘은 중등학교 재학시절 영어(혹은 국어)시간에 한번쯤 읽어보았음직한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드(1770~1850)의 대표시 '무지개 (=A Rainbow)'를 선택했습니다.
예전에 제가 문학청년 흉내내며 영시 모음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젊은 시절에는 영어 원어로 암송할 정도로 좋아하던 시입니다.

특히, 이 시의 첫구절 " 저 하늘에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가슴은 두근거리네" 라는 싯구는 지금 읽어도 가슴이 두근 거리네요. 비록 예전만은 한참 못하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둘째 연에서,

"나 어려서도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고,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어다.
그렇지 않을진대, 나의 목숨 거두소서 ! "

라는 싯구는 이 시를 지은 워즈워드가 어려서부터 대자연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었음을 알게해줍니다. 그러한 마음을 어른이 되어서도 간직하고, 늙어서 죽을때까지도 잃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바람을 이렇게 비장하게 읊고 있네요. "그렇지 않을진대, 나의 목숨 거두소서!" 참으로 멋진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 연의 첫구절,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만큼 시적 표현법에서 '역설법'의 예문으로 적절한 것을 찾지 못했습니다.
역설법이란게, '표면적으로는 모순되는 것 같지만 그러한 표면적 진술 너머에 진실을 드러내는 수사법'이라는 것을 대충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아 키우다보면, 이러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의 진리를 때때로 느낄 것입니다. 5월 어느날 아이가 해맑은 얼굴로 "아빠(혹은 엄마), 하늘에서 눈이 내려요~" 그래서 창밖을 내다보면 버즘나무(~플라타너스)에서 펄펄 날리는 수많은 꽃가루를 보게될 때, 우리는 아이와 눈을 맞추며 안아주면서 그 진실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허허 웃으면서, 어릴때 간직했던 순수의 시대와 결별하고 먹고살기에 급급하여 동심을 잃어버린 자신을 돌아보게 되겠지요. 그런 면에서 어린이는 어른인 자신을 깨우쳐주는 아버지가 아닐 수 없지요.

그리고, 마지막 싯구 "바라건대,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기를..." 는 죽을때까지 대자연의 신비함과 경외감을 영감이 가득찬 시로 표현한 워즈워드의 일생을 관통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고결한 삶의 자세를 고백한 것이리라고 생각합니다. 워즈워드가 남긴 명언 한 구절을 소개하며 <명시 감상> 글을 맺고자 합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쓸쓸한 서재 하나로 만족하며, 은자(隱者)는 암자(庵子)만으로 족하다.”

(아래는 '무지개'의 영어 원문)
~~~~~~~~~~~~~~~~~
"A Rainbow"
( William Wordsworth)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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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허익배 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사진 첨부  : 김미경 부에디터

 

허익배 편집위원  21hi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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