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2월 17일 수요일

오늘은 범산이 그동안 수집한 돌멩이의 명명식이 있는 날이다. 미루고 미뤘던 명명식을 드디어 오늘 이루게 됐다.

 

돌멩이 명명식(왼쪽부터 한송,  우영)
돌멩이 명명식(왼쪽부터 한송,  우영)

 

범산은 돌멩이를 모으는 게 하나의 취미다. 그는 그의 글 <나는 왜 돌멩이를 좋아하는가?>에서 "그저 돌멩이가 좋아서 취미로 색다른 돌멩이를 주워 모은다"했다.

그의 사무실엔 이렇게 취미로 모은 돌멩이가 무려 150개 이상은 족히 될 거 같다 했다.

그렇다고 그는 전문적 수석(壽石) 수집가가 아니다.

괴석을 미치도록 좋아했던 중국 북송대의 문인 미불(米불,1051-1107)은 괴석은 구멍 뚫림(透), 주름짐(준), 잘 생김(秀), 야윔(瘦), 이 네 가지가 갖추어져야 한다고 했다. 즉 괴석은 구멍이 뚫려 있고, 주름이 있으며, 또 균형감이 있고, 말라야 한다는 것이다.

과묵함이 좋은 이유는 뜻을 지키는 의지(意志), 즉 변치 않는 지조(志操)에 대한 신뢰가 좋기 때문이라 했다.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1713-1791)은 "꽃이 미소 지으면 도리어 일이 많고(花如解笑還多事) , 돌은 말을 못해 가장 맘에 든다(石不能言最可人)"라고 하여 괴석을 즐겨 그렸다.

그는 그의 작품 <수석유화>(瘦石幽花;여윈 돌과 숨은 꽃)에서 괴석의 이미지를 이처럼 과묵하고 맑게 마른 '괴석'(怪石)의 또 다른 이미지로 바꾸었다.

허나, 범산의 돌멩이 수집은 그렇게 요란한 괴석을 찾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평범한 돌, 범석(凡石) 그 자체이다.

그의 아호(雅號) 범산(凡山)에 걸맞은 범석(凡石)!

"내 사랑 찾아서 맴돌고 피투성이가 되어도 한 줌의 흙이 되어도 나는 굴러간다. 새처럼 날고 싶다" 돌멩이의 노래다.

희망과 사랑을 찾아서 좋은 날 오리라 믿으며 오늘도 굴러간다. 애절하면서도 험한 길을 돌멩이에게 비유하면서 좋은 날 기다리며 허망 속에서 살아가는 뭇 영혼처럼...

범산은 이렇게 노래하며 말 없는 돌멩이를 그저 좋아한다 했다.

범산의 돌멩이 사랑은 바로 소외된 민중에 대한 사랑이다. 곧 범애(汎愛)가 아니겠는가?!

 

분단(分斷) 38선으로 남북을 갈라 놓고 있다. 아! 분단의 비극! 저 38선, 언제나 없어지려나?
분단(分斷) 38선으로 남북을 갈라 놓고 있다. 아! 분단의 비극! 저 38선, 언제나 없어지려나?

 

범산은 주어온 돌멩이에 주운 장소와 날짜를 하나하나 써 놓았지만 이름은 붙여주지 않았다. 오늘 명명식은 바로 그 이름 없는 돌멩이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의식이다.

돌멩이들아!
너희들도 이제 오늘부터 떳떳한 이름을 가지게 됐다.
기뻐하여라!

우리 함께 노래하며 춤추자!
범석! 범석! 범석!
그리고 범애(汎愛)!♥의 노래를....

2021년 2월 17일
문정동 범석실(凡石室)에서
세홀회를 대표해 한송이 쓰고 읽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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