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라도 좋소!
필명 김 자현
졸라도 좋소
어제 내린 봄비가 곱고도 곱소
선잠이 덜 깬 경자년
이불 속에서 꾸물거리는 동안
질식해 가던 대지가 눈을 활짝 떴다오
낼 모래
달래냉이씀바귀하며 꽃다지 캐러 가자, 임자-
들놀이 가자고 졸라도 좋소
시냇물에 들어선
콧수염 시커먼 깨복쟁이들
물속에 가지를 늘어뜨린 버들강아지 움트는 구석구석
냇물을 두 발로 뒤지고 뒤져
쏙종가리며 버들치 몇 마리에
돌메기도 ‘나도 잡아 잡수’ 머리를 들이밀면
그 아니 좋겠소
쏘가리까지 매운탕에 수제비 몇 점도 띄워 넣을까
천지를 돌아 댕기다
역병을 몰고 온 경자년도
낮짝 시뻘겋게 뒷걸음 친 삼월 어느 하루 날을 잡아
쐐주 각 일병으로
봄의 제전에 축배 올리면
삽시에 건너온 백발이 무에 그리 대수겠소
지지배배
봄의 교향악 울리는 그 벌판에 가보자, 임자
이 봄에 졸라도 좋소!!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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