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이 흐른 후

나는 어디에 있을까?

김형효(2009년 12월 우크라이나에서) 

어디에 있을까? 

아버지가 잡아온 생선
우리의 생존의 끈이 되어주었던
몇 마리의 생선을 팔러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던 나는
지금 어디쯤에 있나?

어디에 있을까?
나지막한 재를 넘나들던
8남매 생존의 끈을 끌어주었던
천하장사처럼 이 동네 저 동네 걸음 걸었던 검은 머리 내 어머니는
지금 어디쯤에 있나?

어디에 있을까?
다리께 메고 삽도 어깨 걸쳐 메고
우리의 생존을 위해 강인했던
삽질로 수많은 날들을 갯벌 바다로 길을 열었던 내 아버지는
지금 어디쯤에 있나?

어디에 있을까?
갯벌에 나가 놀며
우리의 생명 같은 추억을 나누었던
그렇게 유년의 꿈을 함께 키웠던 나의 동무들은
지금 어디쯤에 있나?

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 시에서 고려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시절이다. 그곳에도 아름다운 봄꽃이 만개했다.
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 시에서 고려인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시절이다. 그곳에도 아름다운 봄꽃이 만개했다.

어디에 있을까?
줄줄이 함께 걸으며
서로가 서로의 어깨를 걸고 꿈꾸었던
아련한 등잔불의 추억을 함께하며 깊은 사랑이던 별빛 같고 달빛 같던 형제들은
지금 어디쯤에 있나?

어디에 있을까?
내가 한 걸음 걸으면
내 등 뒤로 뒷걸음 쫓아오던
아련한 기억속의 고향산 산마루와 산을 비추었던 별과 달은
지금 어디쯤에 있나?

어디에 있을까?
머리 한 번 쓰다듬고
우리의 기억 속에 줄줄이 사랑이던
내 고향의 아짐과 아제 그리고 늙은 형님들은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지금 나는
낯설은 고향, 낯설은 동무
나도 내가 낯설어지는 나이
불혹의 세월 저편에 나는
지금 어디에서 나를 찾아야 하나?

집 나간 나처럼
내가 나를 찾지 못하고
허공 중에 공허로움으로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운 것처럼
지금 내가 낯설다.
낯익은 나는 어디로 가 있나?

나는 나를 위해 지금의 나를 떠나고 싶다.
그렇게 나를 떠나 나에게로 가고 싶다.
속없는 세월 저편에 어릿광대 같은 유년의 세월로
꿈길 같은 아련한 추억 너머로......,

지난 해 오늘 아내와 아버지 그리고 큰 형님이 함께 사진을 찍은 사람은 나
지난 해 오늘 아내와 아버지 그리고 큰 형님이 함께 사진을 찍은 사람은 나

[편집자 주]  김형효 시인은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시집 <사람의 사막에서>로 문단에 나왔다  <사막에서 사랑을> 외 3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한·러 번역시집<어느 겨울밤 이야기>, 2011년 네팔어, 한국어, 영어로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 마단의 하늘(네팔 옥스포드 국제출판사)>외 2권의 동화도 출간했다.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뿌디뿌란 출판사>도 출간했으며 현재 한국작가회의, 민족작가연합 회원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형효 주주통신원  tiger3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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