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서 쫓겨나다-

“통화가능하세요?” 정이의 카톡이다.

밤늦은 시간 통화하기엔 무리이고 카톡으로 가능하다니 장문과 단문 등등이 오고가며 두 어 시간이 갔다.

그 중 첫 카톡은 주인에게 보낸 내용으로 "학교 졸업할 때까지 이 집에서 절대 못 나간다"가 요지였는데 문자를 그렇게 보낸 게 잘한 건지 잘못한 건지 모르겠다는 문의였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내가 어찌 잘잘못을 알겠나. 

집주인과 갈등이 있었나 물어보니 그도 아니란다. 그러면 느닷없는 문자에 집주인 황당했겠다. 무슨 일인지 사건을 되짚으며 그간 있었던 일을 거슬러 확인을 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3시간 거리인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정이는 진로를 직업학교로 잡았다. 서울이란 낯선 도시로 유학을 온 정이는 처음엔 학교에서 정한 원룸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러나 한 학기 내내 이 기숙사 사감은 예고도 없이 불쑥불쑥 방문을 여는 등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여 자취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부모님은 극구 반대를 하였다. 

그러나 정이는 지속적으로 부모님을 설득해 기숙사 생활은 한 학기만 하고 좋아하는 언니와 함께 자취하기로 했다. 정이가 좋아하는 언니는 평소에도 과제든 서울살이든 모르는 게 있으면 자문역이 되어주었고 방을 얻는 일도 언니가 알아서 했으며 월세를 비롯해 모든 생활비는 반만 부담하기로 했다. 언니가 얻은 집은 언니의 남자친구가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의 2층이었다.

언니의 남자친구도 같은 과라 셋은 2층에 모여 과제도 같이하고 식사도 하며 잘 어울려 지냈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그동안도 정이는 언니가 대외적 일을 챙겨주니 설거지와 청소를 도맡아 해도 좋았다. 

정이 엄마는 사업에 바빠서 정이가 어떻게 사는지 와서 살펴볼 여유가 없지만 돈이 필요하다면 충분히 주었다. 겨울이 돌아오면 정이가 춥게 지낼까봐 엄마는 난방비도 많이 보내줘서 난방비는 거의 다 정이가 부담을 했고, 여름엔 더위로 고생할까봐 스탠드 에어컨도 사줬다. 

그렇게 지낸 시간은 또 계절이 바뀌며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고 있어 자취하며 두 번째 겨울을 맞고 있었다. 그 날도 언제나 그랬듯이 셋이서 과제를 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놀다가 저녁이 되자 오빠가 자기 방으로 내려가려는데 언니가 오빠를 가지 말라고 잡더란다. 그 후.....

처음에 언니는 정이에게 오빠 방에 내려가 하루만 지내라고 하더란다. 그렇게 시작된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더니 나중에는 아예 정이 살림을 아랫 층 언니의 남자 친구의 방으로 옮기도록 하고 언니와 오빠는 살림을 합쳤단다. 

아래층 남의 방으로 쫓겨난 정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잘못된 건데 어디서부터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지는 모르겠더란다. 그래서 몇 날을 고민한 끝에 집과 관련된 문제니 우선은 집주인 아저씨에게 문자를 보내게 되었다는 것.

<계속>다음 편은 ‘자취방 수복'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신성자 시민통신원  slso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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