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대통령을 만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런 꿈은 그냥 개꿈이 아니다.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꿈이다. 그리고 꿈의 내용은 현실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곤 한다. 몇 년 전에 현직 대통령을 꿈속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박근혜였다. 박근혜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꿈 속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개월 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탄핵의 대상이 되었다.  

김일성의 꿈을 꾼 적도 있다. 김일성도 꿈속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별다른 대화는 없었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북미간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고 북미 관계가 뒤틀어졌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 김정은이 베트남 국립묘소에서 헌화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의 표정이 차마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멍한 표정을 한 채 뒤통수 맞은 모습으로 마치 로봇처럼 헌화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김일성의 싱글벙글은 김정은의 똥씹은 표정이 되어 현실로 나타났다.

그런데 며칠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꿈속에서 나타났다. 이번에는 대화가 있었다. 문재인은 나에게 통역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게 될 터인데 그의 통역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내가 통역을 잘 못 한다고 말하자 문재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3급 통역사 역할만 해달라는 것이었다. 통역사에도 등급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꿈속에서는 3급 통역이 급이 낮은 통역으로 그저 의미만 전달되면 되는 통역으로 책임감도 없는 그런 통역사의 등급으로 인식되었다. 나는 의아해 하면서도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했다. 꿈은 그게 전부였다.

꿈속에서 문재인이 웃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꿈속에서 웃는 모습이었다면 문재인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문재인의 표정은 오히려 진지한 편이었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에게 통역을 부탁한 것은 모종의 역할을 해달라는 뜻일까.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내가 할 몫은 없어 보였고, 꿈의 의미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출처 : 한겨레 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출처 : 한겨레 신문

그러다가 오늘 아침 영성신학자 스베덴보리의 글을 읽다 보니 통역에 대한 서술이 있었다.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이다. 통역이란 단어가 나온 글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진리에는 영적으로 여러 등차가 있다. 가장 높은 등차는 주님에게서 나오는 천적인 진리인데 이것은 진리라기보다는 사랑 또는 선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중략) 세번 째 진리는 합리적 진리인데 이 합리적 진리는 속사람과 겉사람 사이에서 통역사 역할을 하는 진리이다.-

꿈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문재인이 나에게 나의 속사람과 겉사람 사이의 소통을 위해 합리적 진리를 활용하라고 충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나의 신앙적 성숙을 위한 것이라면 굳이 문재인이 꿈속에서까지 나타날 필요는 없다. 문재인이 나타난 것은 무언가 정치사회적 암시를 내포한 것이다. 그게 무엇일까?

단순하게 본다면 문재인은 2021년 4월 초의 현재 상황으로 볼 때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진가가 잘 발휘되고 있지 않다.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민심은 등을 돌리고 있고 거기에 LH사태까지 터졌다. 부산시장 선거는 물론이고 서울 시장 선거도 물 건너가게 생겼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다음 대선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 되었다. 정치에는 문외한인 나에게 문재인이 자신의 뜻을 잘 통역해서 국민에게 알려달라고 호소할 정도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문재인에 대한 국민의 시각 변화일지도 모른다. 문재인과 국민 사이에 통역이 필요할 정도로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중도층의 마음이 돌아선 것일 게다. 문재인은 그 점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보궐선거가 끝나면 다음은 윤석열이 기다리고 있다.  윤석열이 '국민의 힘'당에 합류할지 제3지대에서 활로를 모색할지가 변수겠지만, 문재인은 내년에 있을 대선을 걱정하고 있는 듯 하다.

꿈의 의미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한겨레온>에라도 문재인의 꿈 이야기를 올리는 것이 최소한의 내 역할이 아닐까 생각되어 글을 올리게 되었다.  나의 꿈에 나타나 누군가와의 통역을 부탁한 문재인.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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