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보내온 선물

순천 사범학교졸업기념(다섯 벗. 왼쪽부터 필자 전종실, 지충식, 양재우, 김정래, 허효구)
순천 사범학교졸업기념(다섯 벗. 왼쪽부터 필자 전종실, 지충식, 양재우, 김정래, 허효구)

친구(親舊)라는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1) 가깝게 오래사귄 사람. 2)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친구의 단어 앞에 절친(切親)을 붙이면 ‘절친한 친구’가 되어 아주 친근하고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란 뜻이 된다.
 
세상 사람이 다 그러하듯 나름대로 소수이던 다수이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를 분류해보면 학창시절의 친구가 있고, 사회의 직장친구, 이념이나 취미가 같은 동아리 친구, 글로벌 세상이 되어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의 친구 등으로 대충 구분된다.

그런데 젊은 시절의 많던 친구가 인생 노을이 짙어 갈수록 줄어든다. 먼저 세상 떠난 친구, 어디론가 이민 또는 이사하여 연락이 두절된 친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절친한 친구는 점점 적어진다. 필자도 이런 현상과 다를 바 없다.

고등학교 시절 많은 동기생 중에 우연스럽게도 마음이 통하여 다섯 명이 하나로 뭉치게 되었다. 수업이 끝나면 농구 코트로 다투듯 모여 서툰 폼으로 농구를 즐겼고 하나 됨을 과시하기 위해 유니폼 까지 만들어 입었다. 방학 때면 구례에 사는 친구 집을 찾아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내렸다.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
지리산 천왕봉

고등학교 3학년 여름에 단체로 임해훈련을 갔다. 급식으로 ⌜아지⌟라는 고기를 조림하여 먹었는데 절반이상이 식중독에 걸렸다. 점심과 저녁 식사 때 먹었기에 해질 무렵부터 통증이 시작되었다. 우리 벗 5명중 3명이 고통을 받았다. 이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약을 구하러 필자와 효구 친구가 나섰다. 그때는 차도 없고 해수욕장이 시내와 멀리 떨어져있어 1시간여를 걸어야 했다.

친구들의 고통을 알기에 하느작거리고 갈 수가 없었다. 힘을 다해 달렸다. 열여덟 살 고3학생 시절이기에 가능했다. 어렵사리 구한 약으로 친구들의 통증을 멈추게 하고 회복시켰다. 친구들이 회복되는 상태를 보고 마음이 흐뭇했다. 우정이 깊었다는 증거다. 약을 병째 샀기에 분량이 많아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고3 때 임해 훈련 기념사진
고3 때 임해 훈련 기념사진

인생 노을이 지기 시작하니 이런 친구들이 변화가 온다. 아쉽게도 한 친구는 먼저 세상을 떠났고, 또 한 친구는 치매에 걸려 자주 드나들던 친구의 집도 찾아가는 길을 모른다. 그래서 아들이나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야 이동이 가능하다. 또 다른 친구는 투석을 해야 한다. 나머지 둘은 아직은 건재하다. 자주 만나 정배주라도 나누고 싶지만 거리도 멀뿐더러 코로나19가 길을 막는다.

그런데 예고 없는 택배가 왔다. 친구가 보낸 것이다. 내용물은 점퍼와 T셔츠다. 고가품이다. 깜짝 놀라 답례품을 보내려 했지만 극구 사양한다. 일 개월 뒤쯤 또 택배가 왔다. 이번에는 고급 메이커 제품 소가죽으로 만든 신발이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학창시절 신세진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한다. 기억에 남을 만한 도움을 준적이 없는 듯한데  말이다. 나는 이 옷과 신발을 신고 동네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다들 고마운 친구라고 했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흐뭇하고 자랑스럽다. 팔순이 넘어서 있는 일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유명 인사들은 친구 관계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흉금(胸襟)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행복이다.
다니엘튜러는 팔로워(follower) 1만 명 보다 중요한건 한 명의 친구다.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친구가 많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친구가 적다는 조사발표가 있었다.

들어본 이야기로 “세상을 살다가 수명이 다하여 저 세상 가기 직전 ‘친구야! 나 먼저 가네.’라는 석별(惜別)인사를 나눌 수 있는 친구 한⋅두 명만 있어도, 인생을 친구들과 더불어 즐겁게 살았다는 증거요, 그 마저도 없다면 친구들과 사귐이 없이 외톨이로 살았다는 증거가 된다.”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나 또한 전자와 같기를 바라지만 희망 사항이다.

짧은 소견으로는 쌍방이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믿음이 있어야 절친하고 진실한 친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전종실 주주통신원  jjs6271@naver.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