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간 안녕하셨죠?

그러고 보니 단오 때 소식 올리고 못 올렸네요. 사실 지난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는 딸이 왔어요. 어제가 17일이니 오늘로 꼭 일주일 됐네요.

그런데 있죠? 오기 전날 딸에게서 카톡이 왔더라고요. 뭐라고 왔냐고요?
"목요일 새벽 4:30에 도착이에요. 입국하면 공항에서 확인 전화 할 거예요. 전화 잊지 말고 받아주세요!"

새벽에 공항 측에서 가족 확인 전화오니 자지 말고 받으라는 딸의 부탁예요.

그 이튿날 새벽 3시30분, '카톡!' 소리 나더라고요. 잠결에 일어나 확인 하니, "지금 막 공항 도착 했어요" 하는 딸의 카톡이더라고요. 동시에 폰이 울려 받아보니 공항 담당직원의 확인 전화였어요.

새벽 5시, 딸은 며칠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외손녀와 함께 방역택시를 타고 들어왔더라고요. 예전 같았으면 아내와 함께 공항에 나가 데리고 들어왔을 터인데...

그날 아침 9시, 딸은 보건소로 가서 비인두 PCR검사 받고,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어요. 일체 외부 출입은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매일 체온을 재고 신체 상태를 일지로 써서 보고하고, 하루에 아침저녁 두 차례씩 보건소 담당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와 몸 상태를 알려줘야 해요.

헌데 있죠. 선생님!
전화번호를 제 전화로 신고해 그 확인 전화가 하루 두 번씩 저한테로 오지 뭐예요. ㅎㅎㅎ
그래서 요즘은 딸 대신 전화 받으랴 또 딸 먹을 거 사다주랴 바빠요.

선생님, 그런데 있죠.
오는 날 새벽 딸이 "아빠, 우유랑 아이스크림 좀 사다 주시겠어요?" 하며 카톡에 우유사진을 올렸더라고요.

그래서 마켓에 가서 막상 우유를 사려고 보니 종류가 다양하더라고요. 카톡에 올린 사진을 보고 겨우 찾아 사가지고 왔어요. 선생님, 전 우유를 배달 시켜 먹지 마켓에서 사먹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또 어젠 딸이 고무장갑 2켤레, 올리고당 1병 사오라 하지 뭐예요. 그래서 마켓에 가서 고무장갑 달라 했더니 주인아줌마가 "대자로 드릴까요? 중자로 드릴까요? 그렇잖으면 소자로?" 하지 뭐예요.

그래서 전 얼떨결에 제 손을 내 보이면서 "제 손에 맞는 것 주세요!"했어요.

그랬더니 그 아줌마 뭐라 했는지 아세요?
"고객님께서 살림하세요?!"
하며 제 얼굴을 한 참 보더라고요. ㅋㅋㅋ

선생님, 저 요즘 딸 덕분에 살림살이 톡톡히 배우고 있어요.

며칠 전 친구에게 "요즘 난 딸이 아니라 상전 모시고 있네" 했더니 그 친구 하는 말이 "즐거운 비명이라 생각 되네. 그런 상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하더라고요.

선생님, 사실 그 친구는 딸이 없거든요.

그래요. 선생님! 저는 요즘 딸이 옆에 있어 행복해요. 24일이 자가 격리 해제라니 그날은 딸, 외손녀와 함께 아내 한솔 묘소 들르려 해요. 아내가 딸을 보면 얼마나 반가워할까?

선생님, 창밖엔 여전히 비가 내리네요. 벌써 한나절이 겨웠네요. 마음에 점찍을 시간 됐네요. 총총 이만 줄입니다. 늘 건강하세요!

신축 6월18일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포옹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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