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선생님, 위의 글귀는 제가 살고 있는 김포 생태공원 황톳길 가에 설치한 나무토막 위의 글예요.

올 봄에 이곳 생태공원엔 강변길을 따라 황톳길을 조성해 놓고, 그 황톳길 주변에 나무 조각품을 설치해 놨어요.

안내 푯말에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은 세포의 생리작용을 활발하게 해주고 몸의 독성을 제거해 줍니다. 지압효과로 혈액순환에도 좋은 효과가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어요.

선생님, 요즘 저는 해질 무렵이면 용화사 저녁 예불 종소리 들으며 이 황톳길을 걷는 게 하나의 일과가 되었어요. 맨발로 걸을 때 발바닥에 느껴지는 촉감은 어린 시절 고향 길을 걷는 그대로예요.

선생님, 어제도 그 종소리 들으며 석양에 황톳길 걸었어요.

그런데 있죠! 제가 걷고 있는 맞은편에서 30대 쯤 되어 보이는 두 여인이 신발을 신은 채 걸어오더라고요.

몸을 곧게 펴고 당당하게...

분명 "맨발로 걷는 황톳길입니다"란 팻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순간 나도 모르게 직업의식이 발동했어요.

"여보세요! 젊은이들! 여긴 신발을 신고 걷는 곳이 아니요!"하고 조용히 말했어요.

헌데 있죠. 그 젊은이들은 들은 척 만 척 아무런 반응도 없이 더 당당히 가슴을 펴고 걸어가더라고요. 어느 집 개가 짖느냐 하는 듯이... 허허~ 참!

순간 가슴에서 무엇인가 치밀어 올라오더라고요.

한편, 요즘 30대 정당대표 선출, 20대 청와대 청년비서관 발탁을 두고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왜 시비를 제기하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런~ 저런~"하면서 혼자 분을 삭였어요.

허나 집에 와서도 그 분이 삭히지 않았어요. 그래서 미국서 온 두 대학생 엄마인 딸에게 황톳길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어요.

선생님, 딸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아빠, 요즘 60대 엄마 자식들은 거의 다 그래요. 오직 제 자식들만 위해 키웠거든요. 그래서 남의 간섭을 싫어하고 배려 할 줄 몰라요"하면서 "욕 안 잡수신 게 다행이네요", "아빠, 앞으론 그런 젊은이들 봐도 못 본척하세요. '꼰대'소리 들으세요."

꼰대! 순간 요즘 젊은이들이 노인을 바라보는 감정이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편, 올해 봄 언젠가 하재규(<한의사 신문> 편집국장) 기자가 보내준 그의 저서 <달려라 꼰대> 가 떠오르더라고요.

선생님, 전 그날 밤 그 '꼰대'란 화두로 밤새 엎치락뒤치락했어요.

아침에 깨어나 보니 누군가 카톡에 '70-80대 노인별곡'이란 글 보냈어요.

그 가운데 "아는 것도 모르는 척, 보았어도 못 본 척 넘어가고, 내 주장 내세우며 누굴 가르치려 하지 마십시오."했더라고요. "옳지, 어제 딸의 말이 바로 이것이었구나!"하는 생각 들었어요.

선생님, 허나 제 가슴엔 무엇인가 아직도 앙금이 있는 듯 하니 무엇 때문일까요?
그러고 보면 전 아직도 '꼰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나 봐요. ㅎㅎㅎ
만일, 이런 경우 선생님이시었더라면 어떻게 하였겠어요?

선생님, 아침부터 날씨가 꾸물꾸물하네요. 우산 잊지 마시고 챙기세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그리고 사랑해요!♥

신축 6월28일 새벽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 포옹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통신원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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