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지하철 이용이 매우 잦은 나는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지하철 승강장 앞 유리창에 붙어 있는 시를 읊곤 한다. 어느날 무심코 쳐다보다가 뭔가 색다른 제목의 시를 발견하였다.

 자주 접하지 못했던 김소월님의 시  <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 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그림자 같은 벗하나가 내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쓸데 없는 괴로움으로만 보내었겠습니까!

오늘은 또 다시, 당신의 가슴 속, 속 모를 곳을
울면서 나는 휘저어 버리고 떠납니다그려

허수한 맘, 들 곳 없는 심사에 쓰라린 가슴은
그것이 사랑, 사랑이던 줄이 아니도 잊힙니다

 

지하철 역에서 찍은 김소월의 시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지하철 역에서 찍은 김소월의 시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사진 속에 백발의 내 모습도 보인다.

지금 내가 이 시를 썼다고 해도 누군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좋은 시를 대하며 조금은 여유로운 일상을 맞이한다.

작은 것에서 기쁨을 맛보며 감사한 마음이 든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이상직 주주통신원  ysa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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