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된 항공모함을 타고.....
필명 김 자현
밤의 마왕까지 때려눕히며 불침번을 서더니
여름, 호랑이보다 무선
삼엄하던 전선이
매미, 척후병 출몰 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새벽에 기습한 계절
가을이 새 전선을 설치하고
온 들판을 윙윙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자지러진
여름 군졸들 앞세우고 군장을 챙기는 여름 장군님!
투덜거리며 그간
이 구석 저 구석 배설한 미련을 챙기고 있었는데 오늘 일어나보니
걸터듬던 꾸러미 널브러진 채
들통 난 첩년처럼 잔졸들 맨발로 야반도주 했네
에휴-
불벼락으로 밤낮을 설쳐대며
이 거리 저 들판 저 멀리 어촌까지
가가호호
작은 살림조차 모조리 차지, 영원히 눌러살라고
신이 내린 최초의 장자 농부 잔등을 후려치며 포악을 떨더니
절기!
그 지상 명령에
신발 끈도 매지 못하고 삼십육계 줄행랑이다
그래, 그래도 당신이 있어
시시각각
산란하던 태양으로부터 씨를 받아
올 최초의 해의 알, 하지 감자를 쩌 먹으며
잉태한 산부들이
흡족한 웃음 머금고 적자의 출산 기다리고 있다
허지만
가을걷이가 끝나기도 전 그새 다 잊고
너를 그리워하리니
빈들에 내리는 흰 눈발 맞으며 지난여름은 차라리
찬란했었노라, 고백하는 시간은 곧 오리니...
내년엘랑 좀 살가운 모습으로
델타니 코로나 해외 군사 모두 떼버리고
작전에 쓰던
항공모함 수장시켜 상어와 고래들 놀이터 되게 하시고
지구촌 평화공원에 안착한
스텔스 폭격기 잔등을 타고 미래의 아이들이
미끄럼 탈 수 있도록
홀가분한 몸으로 단신으로 오십시오
여름아- 그래야
당신의 넓은 어깨를 타고 올라
박연폭포 아래 청수에 몸을 담그고 명사십리 해변
조가비들의 노래 들으며 흰 당나귀 타고 북으로 간 백석도 떠올려 가며
천년의 일출, 만년의 일몰을 얘기할 수 있도록.....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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