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작업현장에서 하늘로 보내진 노동자의 상황을 7월부터 일주일 단위로 살펴본 여섯 번째의 글이다. 여섯 번 7일간 중 네 번이나 목숨 빼앗긴 노동자가 두 자릿수에 이른다. 7월에 두 번이고, 8월엔 아직 중순인데도 벌써 연속해서 두 번이다. 이번 앞의 7일간은 13명, 이번 7일간은 10명이다. 뜨거운 피의 흘림이 멈추지 않는다. 널뛰기로 비치겠지만, 우리나라의 현주소는 수십 년간, 아마도 60년간 끊임없는 ‘유혈적 성장’(bloody growth)에 몹시도 취한 몰골이리라. 마치 큰 전쟁을 치르듯, 살아있는 노동력을 엄청나게 파괴하면서도 용케 잘 버텨왔다. 앞으로도 가능할까?

이럴진대, 아이를 점지하신다는 삼신할머니가 대한민국에 머무르겠는가? 합계출산율(2001년 1.309)이 저출산(lowest-low fertility) 기준선 1.3보다 계속해서 아래인 지 20년이다. 이제는 출생아 절대 숫자에 일희일비할 지경이다. 지극히 예외적인 초저출생의 희극이자 비극이다. 대한민국은 출생 생태계의 자연 복원력을 이미 상실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합성, 국민의 수용성, 실행력과 효과성이 확실한 산업재해 정책을 내세운 2022년 대선 예비 후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산업재해 정책은 곧 출생 생태계 복원 정책이리라.

08.08~08.14 기간 중, 심야에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또한, 고인은 오전 4명, 오후 5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일, 월, 화는 각각 1명, 수 4명, 목 3명이다. 금, 토에 해당하는 사망사고 속보가 없다. 재해 유형별 분포는 떨어짐 4명(40.0%), 깔림·뒤집힘 3명(30.0%), 끼임 1명, 그 밖의 형태(갑자기 쓰러짐 1명, 감전사고 1명)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시 3명(서울 1명, 부산 1명, 인천 1명), 광역도 7명(경기 2명, 충북 1명, 전북 1명, 경북 2명, 경남 1명)이다. 연령이 알려진 고인은 50대 초반 1명이다.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삼가 정리해본다.

시스템비계 구성(예).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시스템 비계 안전작업 지침>, 2011.12.
시스템비계 구성(예).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시스템 비계 안전작업 지침>, 2011.12.

8월 8일(일), 09:55분경 경기 안성 상가 공사현장에서 비계 수직재 해체작업 중 바닥으로 떨어져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수직재’는 비계의 상부 하중을 하부로 전달한다. 비계를 조립할 때 수직으로 세우는 부재이다.

8월 9일(월), 15:44분경 인천 제조업장 내에서 제품 검수작업 중 갑자기 앞으로 쓰러져 노동자 1명이 목숨을 거뒀다.

8월 10일(화), 11:40분경 전북 정읍 리모델링 공사현장 내 캐노피 상부에서 자재 인양 중 높이 4m 아래로 떨어져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캐노피(canopy)는 건축에서, 제단 따위의 위에 기둥으로 받치거나 매달아 놓은 덮개이다.

무한궤도식 굴착기(Crawler Type).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굴삭기 안전보건작업 지침>, 2016.11.
무한궤도식 굴착기(Crawler Type). 출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굴삭기 안전보건작업 지침>, 2016.11.

8월 11일(수), 노동자 4명이 하늘로 보내졌다. 4일 전인 7일(토)에도 그만큼이나 많았다. 02:15분경 경남 진주시 제조사업장 무림페이퍼㈜의 펄프장 5호기 부근에서 혼자 잔여물 제거를 위한 물청소 작업 중 설비의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다가 감전사고로 하청업체 50대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고인(51)은 발견 당시 오른쪽 다리 부분에 감전된 상태였다(한겨레, 2021.08.11). 09:55분경 부산에서 조적벽(組積壁: 돌이나 벽돌 따위를 쌓아 만든 벽) 철거공사 현장 내 조적벽 철거작업 중 벽체 일부가 재해자 쪽으로 넘어져 하반신이 깔려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14:40분경 충북 청주시 소재 레이저 재단 공정에서 레이저 재단기(3차 이재기)에서 적재대 부근에 있던 재해자의 방진복이 자동운전 중이던 이재기에 끼여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이재기(移載機; transfer machine)는 생산공정 설비 중 제품의 이송, 취출(取出), 반송 등에 사용하는 보조 장비이다. 집게(gripper)와 흡입패드(suction-pad)를 이용하여 파지(把持)·조작 후 목적 위치에 적재, 취출 등을 하는 자동화 장치이다. 16:12분경 경북 상주에 소재한 공사현장에서 굴착기(掘鑿機; excavator)로 철근 다발을 5톤 차량에 싣던 중 철근 다발을 묶은 철사가 풀리면서 하부에 있던 작업자가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무한궤도식 굴착기는 건설기계 형식신고의 대상이다(건설기계관리법 시행령 제11조).

지붕공사 추락 유형과 예방 안내 자료. 고용노동부.      출처: 한겨레, 2021-04-21
지붕공사 추락 유형과 예방 안내 자료. 고용노동부. 출처: 한겨레, 2021-04-21

8월 12일(목), 08:30분경 경기 남양주 지붕 패널 교체작업 현장 내 지붕 위에서 이동 중 투명 채광창을 밟아 채광창이 탈락하면서 떨어져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상당히 빈번한 사고이다. 올해 들어 지난 4월 20일까지 지붕공사 중 추락 사망사고는 11건으로 집계됐다(한겨레, 2021.04.21). 16:12분경 서울 건물 철거 현장 내 철거폐기물 더미 상부에서 살수작업(물을 흩어서 뿌림)을 하던 중 후진하는 굴착기에 깔려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16:35분경 경북 포항시 소재 합금철 제조업 공장에서 저녁 식사 후 작업 장소로 이동 중 덤프트럭에 부딪혀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삼가 머리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빈다.

 

대한민국 103년 8월 19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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