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감수성', 추진력·민주주의 정신 동시에 갖춰야

차기 지방자치 선거가 채 1년이 남지 않았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며 향후 차기 시장은 분야별로 어떤 정책과 전망을 가져야 하는지를 이야기 나눴다. 본지는 각 분야별 전문가 1명씩을 선정해 이와 관련해 대담으로 꾸몄다. 첫 번째로는 생태와 교육으로 정해, 박성훈 순천대 환경공학과 교수, 임경환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 소장을 초대했다. 정경호 순천언론협동조합 상임이사가 대담을 진행했다.
박성훈 순천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박성훈 순천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1. 비슷한 규모 중소도시에 비해서 순천은 대기오염이나 미세먼지 상황이 어떤가.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관측소에서 정기적으로 매일 측정하고 그 결과가 공개되는 규제 오염물질이 있다. 규제 오염물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환경대기 중 농도가 얼마 이하여야 한다는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순천시는 전국 모든 관측소에서 특정한 값의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규제 대기오염물질이라는 지표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순천은 대기오염 수준이 나쁘지 않은 도시다.

그러나 지표로 드러난 것이 본질의 전부는 아니다. 가령 대기오염 같은 경우에는 오염물질 중 오염상태가 가장 심한 것은 전국 어디로 보나 미세먼지와 오존이다. 규제 대기오염물질로서 규제치를 초과하는 빈도도 높다. 오존 같은 경우는 기체이기 때문에 농도만 알면 그것에 대한 정보를 거의 다 아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기체가 아니다. 먼지 입자는 농도가 같다고 하더라고 크기에 따라 다르고, 크기가 작을수록 더 위험하다.

오존은 한 가지 성분이지만, 미세먼지는 많은 성분이 하나의 입자로, 기체가 아닌 액체 또는 고체로 뭉쳐있다는 의미에서 먼지라고 부른다. 그 안에 있는 성분에 따라 다른데,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인지, 흙먼지가 바람에 날려서 생긴 먼지인지에 따라 독성이 다르다. 성분과 크기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지만, 아쉽게도 규제 오염물질처럼 세밀하게 관측하는 관측소는 이 지역에 없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관측하는 관측소가 있지만, 제한적이다. 순천 시민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대형 산단이 인근 도시에 2개나 있고, 그 영향이 순천에 얼마나 미치는가 하는 것이다. 국가산단에서 배출되거나 배출되는 가스로 만들어지는 먼지입자는 대체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농도에 미치는 영향보다 성분이나 크기 때문에 유해할 가능성이 높다. 거기까지 상세한 정보가 있어야 최종적인 답변을 할 수 있다. 성분과 크기를 모두 분석하는 관측소인 호남권 대기환경연구소가 광주에 있는데, 동부권에서도 관측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 순천이 표방하는 생태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사람들이 생태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맥락이나 목적, 의도에 따라서 자의적으로 해석돼서 사용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자연경관의 아름다움, 시골살이의 한적함 등으로 사용하지만, 나는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생태적'이라는 건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로 하는 삶이다.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운영되는 도시가 생태도시라고 생각한다. 한 도시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그 도시에서 나오는 부산물, 지구에 부과되는 부하량, 지구의 부담으로 남겨지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여러 가지 영역에서의 폐기물이 있다. 생태도시는 폐기물의 총량을 부문별로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도시, 그렇게 도시에서의 삶이 지속가능한 도시이다.

순천시가 생태수도를 표방하려면 3가지가 정책에서 드러나야 한다. 교통 정책, 에너지 정책, 폐기물 정책이다. 첫 번째, 순천 같은 주거중심형 도시에서 가장 많은 오염물질을 내뿜고 가장 많이 노출시키는 것은 자동차다. 배출량도 가장 많고, 총 노출량에 있어서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생태수도를 표방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순천을 찾는데, 그들 대부분이 자동차를 몰고 온다면 부하량이 자꾸 커진다. 자동차를 타는 게 불편한 도시가 돼야 한다.

두 번째는 에너지 정책이다. 오염물질과 온실가스는 대부분 에너지 소비에서 나온다. 단순히 에너지 생산을 재생가능 에너지로 100% 바꾼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불가능할뿐더러 에너지 소비 욕망이 그대로 유지되면 계속해서 늘어나 결국에는 감당할 수 없어서 화력·원자력 발전을 지속하는 명분이 된다. 에너지 소비를 최소한으로 유지할 수 있는 도시여야 한다.

세 번째는 폐기물 정책이다. 순천은 폐기물 처리장이 포화상태에 진입하고 있다. 폐기물을 많이 만드는 곳은 인구밀집 지역이지만, 처리 장소는 한적하고 인구가 적은 지역이다. 오염자 부담원칙에서 심각하게 벗어나는 대표적인 사례다. 매립이냐, 소각이냐 단순 이분법을 떠나 폐기물 처리를 어디서 할 것이냐도 중요한 문제다. 폐기물 처리 기법은 과학적으로 대단히 발전했고, 오염물질 배출은 줄어들고 있다. 이제 배출하는 사람들이 사는 주변에 폐기물 처리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할 때가 됐다. 그래야 시민들이 폐기물 처리가 잘 되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다. 순천만 깨끗하면 된다, 쓰레기는 딴 데서 처리하자는 마인드로는 생태수도가 될 수 없다. 시민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도시가 돼야 한다.
본지는 지난달 8일 지방선거 1년을 앞두고 특별기획 대담을 기획연재한다. 첫 번째 순서로 생태, 교육 분야에서 '우리는 이런 시장을 원한다'에 박성훈 순천대 환경공학과 교수와 임경환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 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본지는 지난달 8일 지방선거 1년을 앞두고 특별기획 대담을 기획연재한다. 첫 번째 순서로 생태, 교육 분야에서 '우리는 이런 시장을 원한다'에 박성훈 순천대 환경공학과 교수와 임경환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 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3. 생태수도를 이끌어 갈 순천 시장의 자질은?

첫 번째, '생태적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정의감을 넘어서는 것이다. 민주화 세대는 독재정권과 싸웠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환경운동에도 어느 정도 익숙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정의감에서 행동한다. 생태적 감수성은 그런 정의감을 넘어서는 것이다. 가령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게 불편한 도시라는 것은 정의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생태수도를 표방합니다’라고 말을 하는데 연설문 가운데 나중에는 ‘순천을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말이 나온다면, ‘생태수도’라는 말과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말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일자리 없이 살라는 거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는데,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건 일자리 많은 도시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다. 일자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개발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말이다. 단순히 표현방식의 문제가 아니고, 화자 또는 도시의 정신을 함축하는 말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말을 우리 도시가 나아갈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면, 그건 생태도시가 나아갈 방향이 아니다.

두 번째, 추진력과 민주주의 정신을 동시에 갖춘 행정가면 좋겠다. 행정가 또는 관료를 추진력 있다고 말할 때는 많은 경우 민주주의적 감각은 부족해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걸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합의에 기반한 결정이 아니라면 아무리 뚝심 있게 밀고 나가도 언젠가 한계에 부딪힌다. 늦어지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거쳐서 시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낸 다음 추진한다면, 훨씬 더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소통하고 설득하는 데 들이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 그리고 그렇게 얻은 결정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그런 추진력과 민주주의의 조화를 이루는 그런 행정가라면 좋겠다.

4. 생태수도로서 이 지역의 상징물, 랜드마크를 만들 필요가 있나?

상투적인 랜드마크와 생태수도는 어울릴 것 같지 않다. 뭔가 세워서 만드는 게 아니라 뭔가를 비워서 만드는 방식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생태수도라는 별칭을 가진 브라질의 꾸리찌바라는 도시가 있다. 차없는 거리가 랜드마크다. 꽃의 거리라는 애칭도 갖고 있다. 꾸리찌바 시장이 번화가에서 차가 못 다니도록,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만들었다. 상인의 저항이 굉장히 심했지만, 나중에는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와 상인들도 좋아한다.

생태수도로 관광을 왔든 견학을 왔든 자동차를 몰고 오기보다 기차를 타고 와 걷거나 온누리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등 순천에 갔더니 사회방식이 많이 다르더라고 느끼고 가는 방식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5. 환경공학과 교수이자 가수로 알려져 있다. 노래는 취미인지, ‘노찾사’처럼 노래 운동인지 궁금하다.

명백하게 취미는 아닌 것 같다. 이걸로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직업이 아닌 모든 일보다 우선순위에 놓고 있고, 수입도 있다. 운동의 일환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공연 섭외가 들어왔을 때 우선순위가 연대공연이다.

노래를 하게 된 계기는 대학 때 노래패 였다. 졸업할 즈음에 전문적으로 노래를 해보겠다고 팀을 만들어 음반도 냈는데 정식 발매는 하지 않았다.
 
 

* 이 기사는 순천광장신문(http://www.agoranews.kr)과 제휴한 기사로 순천광장신문 김주형기자가 작성한 글입니다.
* 기사 원문: http://www.agora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0818

편집 : 정경호 객원편집위원

정경호 객원편집위원  jkh35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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