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으신 어머니를 위한 기도

                           권말선


*
생전 처음 당신의 아파트를 갖게 되어
설렘에 들뜬 어머니
이사를 한 달여 앞둔 어느 날
척추를 다쳐 몸져누우시더니
이런저런 겹 쌓인 병마에
그만 앓고 또 앓으셨다

어머니는 숱한 밤낮을
안개비 흩뿌리는 낯선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마구 헤매는 듯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셨다
아득한 방황을 이기지 못하고
길 찾기를 포기하실까 두려워
어머니의 헝큰 잠을 쾅쾅 두드리며
나약해지지 마시라고 기도했다

 

**
세상 가장 무거운 몸으로
세상 가장 두려운 꿈속에서
세상 가장 어두운 귀로
세상 가장 외로운 싸움을 마치고
드디어 새 집으로 퇴원하신 어머니
바스락거리는 하얀 얼굴 위로
희미한 미소 한 가닥 띄며
갑옷을 입지 않으면 쓰러지는
패잔병 같은 승자가 되어
침대에서 의자로 옮겨 앉으셨다
이제 조금 귀가 열려서
이제 조금 잠이 편해서
이제 조금 몸이 말을 들어서
그게 좋아서 웃으신다

꽃무늬 스카프 두른
어머니는 열 살 소녀 같다
열 살의 어머니는 행복했을까
당신의 엄마와 언니가 곁에 있었던
어린 시절은 행복했을까
퇴원을 하루 앞둔 날 아침
어머니는 큰언니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엉엉 우셨다
간밤 꿈에 나타난 엄마가
‘얼른 집에 가서 밥 먹지
왜 여기 있느냐’고 했다며
엄마 꿈을 꾼 어머니는
큰딸을 끌어안고
아이처럼 엉엉 우셨다

 

***
‘나는 죽으면 새가 됐음 좋겠다.’
자유롭게 창공을 훨훨
가고 싶은 곳 그 어디든 훨훨
어머니는 새가 되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이다음에 죽으면 나무가 되려 한다
어머니, 오직 그 한 새에게
둥지도 열매도 다 내주는
나무가 되려 한다
그러니 어머니, 이다음에 훨훨
나를 꼭 찾아와야 해

그러나 새가 되고 나무가 되기 전
꼭 하나 이루고 싶은 바람은
어머니 모시고 금강산에 가는 것
어머니처럼 착하고 용감한 사람들과
따뜻이 손잡고 기쁨의 노래 부르며
지나 온 삶의 아픔 다 벗어보는 것
새의 날개 아닌 어머니 온몸으로
금강산도 밟고 대동강도 만져보게
어머니, 자그마한 나의 어머니여
나날이 조금씩 더 힘을 내셔요, 힘을

 

 

편집, 사진 : 양성숙 편집위원

권말선 주주통신원  kwonbluesun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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