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세산리서 묘목농원 운영하는 최명헌 청년농
집안 소막에서 시작...온라인 판매·유튜브 운영으로 규모 확장
소비자와 소통하는 데 집중 오프라인 매장 내년 오픈 예정

‘4%’. 옥천의 전체 농민 가운데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 지역의 농업인 1만3천여명 가운데 45세 미만 청년 농업인은 570여명에 불과합니다. ‘농사는 힘들고 돈 벌기 힘든 사양산업’이라는 생각에 하나 둘 농촌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 ‘농업’에서 비전을 보고 ‘농촌’에서 미래를 꿈꾸는 이들이 있습니다. 젊은 시각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농업을 만들어 나가는 옥천의 청년들. 옥천신문이 그들을 만나 미래의 옥천 농업 엿보기에 나섭니다. 이번 주는 동이면 세산리서 묘목농원을 운영하는 최명헌(32) 청년농업인을 만났습니다.

동이면 세산리서 에버그린농원을 운영하는 최명헌(32) 씨.

 

■ 농원을 운영하신 지는 얼마나 됐나요?

8년 전 집 마당에 있던 작은 소막에서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가진 자본이 하나도 없어서 블로그로 주문 받고 직접 택배 작업해 배송했어요. 나무 시즌에는 텃밭을 단기임대해서 나무를 심어 놓기도 하고요. 그러다 점점 규모를 키워 현재는 700평 정도의 ‘에버그린농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흔히 말하는 ‘자수성가’한 사례인 것 같습니다. 묘목농업을 시작한 계기는 뭔가요? 

군대를 전역하고 고향인 옥천으로 돌아와 ‘키움묘목농원’에서 일했습니다. 그때 묘목에 대해서도 배우고 마케팅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사실 처음에 하려고 했던 건 묘목업이 아니라 지금 인기를 끄는 ‘네이버 산지직송’과 같은 온라인 농산물 판매였습니다. 하지만 이게 10년 전 일이니, 농민들에게 온라인 판매도 어색한 시기였고, 특히 20대 초반인 저를 믿고 농산물을 유통해줄 분이 많지 않았죠. 그래서 대전 오정동 농산물 시장에서 1년 동안 일을 했는데, 이 때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도매상에서 그날 팔고 남은 것들을 인터넷에 올린 거죠. 이런 경험들을 하나둘 쌓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온라인 묘목판매를 시작했습니다. 

■ 지금은 온라인이 중요한 판로가 되고 있는데, 무려 8년 전부터 일찍 시작하신 거네요. 온라인 시장이 커질 거라는 확신이 있었나요?

사실 예상은 하지 못했습니다.(웃음) 그저 제가 열심히 하면 이것도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죠. 당시에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곳이 거의 없었던 상황이라 제가 잘 뚫고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블로그도 하고 있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도 판매하고 있어요. 친구 홍 진(32)과 함께 유뷰트 채널 ‘나무왕’(전 농스타TV)도 운영하고 있고요. 비닐하우스 짓기나 농기계 리뷰, 나무 심는 방법 등 농사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구독자는 5천여명이고, 조회수가 많은 것은 11만회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아직 자리를 덜 잡았다고 생각해 열심히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 부모님이 농사짓는 걸 굉장히 반대하셨다고요? 

부모님은 크지 않은 규모로 벼농사 고추농사를 지으신 평범한 농민이셨습니다. 당신들이 힘드셔서 그랬는지 어렸을 때부터 형과 저는 농기계도 못 만지게 하셨어요. 농사 짓겠다고 하면 엄청 혼내기도 하시고요. 근데 ‘묘목’은 옥천이 강점을 가진 시장이잖아요. 옥천에서 사업을 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은데, 그럼 여기에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을 확장하는 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묘목업 경험도 있으니 잘 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습니다. 

■ 그래도 혼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 다른 일도 많이 병행을 했습니다. 도매를 하는 대형농원이 아니면 3~5월에 소매한 돈으로 1년을 먹고 살기는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묘목 시즌인 3~5월이 지나고 나면 벌초대행업도 하고 편의점 운영도 했습니다. 그때 지금의 아내(박지현, 28)가 같이 벌초하러 다니며 고생하는 걸 보고 빨리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래도 주변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법인과 산림조합에서 많이 도와주셨고, 특히 좋은 도매처들을 많이 소개해주셨어요. 또 청년들이 모인 4-H와 청년창업농회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어서 실무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가장 큰 스승은 ‘소비자’였어요. 소비자분들이 질문을 하시면 저도 대답을 해야 하니 공부를 많이 하게 된 거죠. 소비자분들이 저를 지금까지 키워주신 겁니다. 지금도 농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며 다같이 성장해나가고 있습니다.

■ 8년 전부터 지금까지 농업규모를 키워나가며 가져온 신념이 있다면? 

모든 농업은 경험으로 돈을 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농사에 뛰어들면 마음처럼 되지 않고 실패도 하겠죠. 하지만 거기서 무너지지 않고 그 경험을 단단한 땅으로 만들어 나가면 내가 무궁무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한 후 해결해나가며 ‘나만의 무기’를 장착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무엇보다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게 중요합니다. 남들이 하는 걸 보고 무작정 따라하기만 하면 성공하기 어려워요. 저는 제가 훌륭한 생산자보다는 유통자라고 생각해 거기에 중점을 두고 나아가려 합니다.

좋은 생산자에게 나무를 받아 깔끔하게 포장하고 소비자들에게 실수 없이 공급해 드리는 거죠. 지금은 직원들과 함께 생산할 수 있는 건 하고, 어려운 건 계약재배 등을 통해 들이는 방식의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소비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상품을 올릴 때 제가 직접 묘목을 들거나 옆에 서서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고 있어요. 유튜브로 나무 정보를 알려드리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저는 계획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저의 미래 모습을 꿈꾸는 ‘큰 그림’은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갖기도 하고요. 지금 그려놓은 큰 그림은 옥천의 ‘묘목 쇼핑 가든’을 만드는 것입니다. 유럽 정원처럼 반려견과 함께 와서 산책하듯 묘목을 구경하고 사갈 수도 있는 곳을 만들고 싶어요. 공원같이 조경해서 저만의 스타일을 담은 묘목농원을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한 단계씩 발전시켜 나가다보면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아내가 지금 임신 4개월 차인데, 내년에 태어날 딸 콩알이와 지금까지 함께 고생해준 아내 지현이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 원문 보기  :  http://www.ok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263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박수지 옥천신문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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