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5가 대학로 근처에서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한평생 살아온 여기 '영원한 고향 한성'. 조상 대대로 이어지고 눈부시게 발전하는 오늘의 서울. 지난해 설날 아침 신문1면에 "코로나19 전염병" 파급 후 온 세계와 전국 어디서도 자유롭지 못한 생활 환경이 조성. 2년째 접어들어 민심마저 흉흉하다. 무의적으로 공포감도 느끼는 상황 속에서, 정부의 대책 백신주사 2차 접종도 마쳤지만 여전히 '사회적 거리두기' 불안한 가운데 상상이 되지 않는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지난 3일 금요일 오후 7시경, 동대문과  동묘역 대로 안 골목길 신발가게를 찾아갔다. 점포들은 문을 닫은 상태. 폐허같아 두렵기도 하고 돌아오려는데 느닷없이 앞에 나타난 남자는 하의를 발가벗고 서 있어 '귀신'을 만난 듯 난생처음 놀라 황급히 도망치다 쓰러지기 직전, 어디선가 청년이 다가와 잡아주고 부축하며 "진정하세요. 괜찮으세요?" 묻고는 가까운 편의점으로 데리고 가서 생수를 사주어 마시게 하고 함께 다시 그 장소에 찾아가니 노숙자가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CCTV가 주변에 설치되어 있다면 확인이 될 것이다. 정신을 차려 물어본 청년은 대경상업고등학교 1학년3반 김준희. 이름도 손전화 번호도 알려주지 않으려던 그  학생 어쩌면 그토록 예민하게 발견하고, 침착한 조치를 취한 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택시까지 잡아 안전하게 모셔달라고 부탁한 그 학생 아니었으면 무릎 수술한 지 얼마 안 되어 쓰러졌고 크게 다쳤거나 졸도했을 것이다. 너무도 기가 막혔고 기특한 학생에게 "참 똑똑한 학생이야."라고 했더니 "저는 공부 못해요." 농담할 정도로 겸손한 품성을 지니고 있다는 건 부모님 잘 만나 가정교육이 훌륭했거나 지금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바르게 교육을 시킨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택시 안에서 엉엉 을음이 저절로 터져나왔고 기사도 청심환 사 먹으라 하여 말이 고마워 요금도 5천 원 더 주었다. 집에 돌아와 계속 가슴이 두근거려 동내의원 찾아가 링거주사 맞았는데도 밤에 소름 끼치는 악몽을 꾸었다. 우선 이렇게라도 글을 써야 마음이 치유될 것 같고, 그 학생에게도 도리가 되지 않을까. 그 학생의 눈에 포착되지 않고 지나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끔찍하다. 

오직 서울토박이로 떠나지 않고 살아온 서울. 조상님 덕분에 태어나 '집 걱정 없이' 오늘날까지 살며 젊은시절 사업도 하고 돈도 벌어 친척.이웃에게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 헛되지 않게 살은 응답이랄까? 지난해는 주민등록증과 예금통장이 들어있는 지갑을 잃었는데 찾아준 이와 새로운 친구가 되었고, 올해는 뜻밖에도 지혜로운 학생을 만나 거듭 태어난 인생처럼 기쁘기만 하다. 그 학생 대성하길  빌며 그 학교도 무궁하게 발전하길 빌어 본다. 서울 대학로에서

이주형 주주통신원  whitehead-y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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