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09.05~09.11), 현장에서 작업자 13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 머릿속을 스친다. 仁 = {人, 二}은 천지간(天地間)에 사는 두 사람 사이에서 보인다. 하늘과 땅의 기운은 사람 사이에 오지 않았다. 아뿔싸, 오히려 제물을 바랐는지 모르겠다. 하늘과 땅이 막혔는지 노동자 여남은 명은 생명을 빼앗겼다.
사망사고 발생의 하루 중의 분포는 오전 7명, 오후 6명이다. 요일별 분포는 목 4명, 일 3명, 수 2명이다. 월, 화, 금, 토는 각각 1명이다. 세상에나, 많은 사람이 즐기는 휴일인 일요일에 3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일요일은 일부 노동자에겐 목숨이 걸린 날이리라. 또한 사치스러우리라.
재해 유형 분포는 떨어짐 9명, 깔림 2명, 끼임 1명, 벌에 쏘임 1명이다. 7일간(09.05~09.11)의 사망사고는 거의 ‘떨어짐’과 같은 말이다. 시도별 분포는 광역시 5명(서울 4명, 부산 1명), 광역도 8명(경기 3명, 강원, 충남, 전남, 경남, 경북은 각각 1명)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사망사고 속보>와 언론 보도에 나온 사고 상황을 삼가 정리해본다.
9월 5일(일), 09:27분경 강원 동해의 공사현장 내 토사를 덤프트럭 적재함에서 내리다가 운전자가 굴착기에 부딪히면서 덤프 적재함 사이 끼여 목숨을 빼앗겼다. 09:30분경 서울특별시의 어떤 주유소 도색 작업 현장에서 캐노피 상부 도색부위 점검 중 강화유리가 깨지면서 노동자 1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0:49분경 전남 보성군의 풀베기 작업 현장에서 예초기로 풀베기 작업 중 벌에 쏘여 작업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9월 6일(월), 09:46분경 경기 군포시의 복합시설 신축 공사현장에서 세대의 도시가스 부속재(과승압 방지 밸브) 인입 작업을 하려고 리프트에 탑승하여 42층 이상으로 이동 후 리프트 출입구 쪽에서 안전문을 열고 작업 준비 중 노동자 1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9월 7일(화), 14:52분경 경북 성주시의 천장크레인 점검 작업현장에서 건물 외부 설치 천장크레인 하부설비 지붕 위에서 크레인 점검 중 노동자 1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9월 8일(수), 13:30분경 서울시의 건물 외벽 청소현장인 아파트 옥상에서 달비계를 타고 내려와 유리 청소와 코킹 작업 중 로프가 끊어져 작업자 1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14:25분경 경기 의정부시의 상수도 공사현장에서 상수도 배관부설 작업을 하려고 트렌치 굴착 후 굴착면 바닥을 고르던 중 인접한 조경석이 무너져 노동자가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자 1명은 목숨을 빼앗겼고, 1명은 부상을 당했다. 트렌치(trench)는 건물의 배선ㆍ배관ㆍ벨트 컨베이어 따위를 바닥을 파서 설치한, 도랑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9월 9일(목), 08:23분경 서울시의 어느 전기집진기 설치현장에서 환풍구로 자재를 반입하려고 인양 작업을 준비하는 중에 환풍구 덮개와 함께 노동자 1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08:30분경 부산시의 어떤 공사현장에서 발코니 바닥 마감용 모래를 옮기던 중 발코니 단부에서 지상 바닥으로 떨어져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발코니(balcony)는 건축물의 외벽에 접하여 부가적으로 설치되는 공간이다. 15:40분경 경기 이천시의 공사현장에서 지붕 단부에서 먹매김(marking) 작업 중 약 20m 아래 바닥으로 노동자 1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먹매김은 건축 공사시 먹통, 먹물, 실(먹줄)을 이용하여 기초, 기둥, 옹벽 등이 세워질 곳에 표시해두는 작업이다. 16:17분경 경남 창원시의 공사현장에서 토사 굴착면 아래에서 레벨 측정 중 토사가 무너져 노동자 1명이 깔려 목숨을 빼앗겼다.
9월 10일(금), 14:50분경 충남 홍성군의 제조현장에서 천장 마감작업 중 사다리에서 떨어져 노동자 1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9월 11.(토), 09:53분경 서울특별시의 복합시설 신축 공사현장에서 이동식 비계가 엎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동식 비계 2단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1명이 떨어져 목숨을 빼앗겼다.
삼가 머리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빈다.
대한민국 103년 09월 17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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