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마당 재해사례 직업병’(www.kosha.or.kr/kosha/data/occupationalDisease.do)에 올라온 이번 직업병 사례의 산재 인정 신청인은 여성이고 32세(진단 시점)이다. 항공기 승무원이다. 질병은 림프 조혈기계암(造血器系癌)이고, 그 유해인자는 물리적 요인이다. 병명 ’호지킨 림프종‘은 1832년에 질병을 발견한 영국의 의사·병리학자인 토머스 호지킨(Thomas Hodgkin)에서 유래한다.

출처: 한겨레21, 2021-05-24
국내 항공사 북극항로 이용 현황 .     출처: 한겨레21, 2021-05-24

작업 이력을 보면, 신청인은 2011년 6월 23일 □사업장에 입사하여 2016년 8월 4일까지 근무하였다. 1년간(’15.8.5~‘16.8.4) 휴직했다. 2011~2015년 기간의 총 3,917시간 탑승 중 국제선 3,806시간(97.2%), 국내선 111시간(2.8%)이다. 대부분 국제선을 탑승했다. 인천 출발·도착 기준, 캐나다를 포함한 미주노선 1,595시간 탑승과 유럽노선 486시간 탑승이 국제선 탑승의 약 54.7%를 차지한다. 야간노동에 해당하는 야간비행 1,310시간은 총 탑승의 33.4%에 해당한다.

신청인의 업무 중 작용이 가능한 직업적 유해인자는 우주 ‘전리 방사선’( ionizing radiation)과 기내 소독제 등이다. 신청인이 가장 오랫동안 탑승한 미주노선의 항공기는 우주 방사선량이 많은 북극항로를 이용한다.

제4조(승무원의 피폭방사선량 관리) ① 승무원의 피폭방사선량은 연간 누적하여 6밀리시버트를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제4조(승무원의 피폭방사선량 관리) ① 승무원의 피폭방사선량은 연간 누적하여 6밀리시버트를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질병 진단 경과를 보면, 신청인은 2015년 5월 호지킨 림프종으로 진단받았다. 2015년 1월경부터 경부(목 부위)에서 만져진 약 1cm의 종괴(both supraclavicular Lymph Nodes; 양쪽 쇄골상(鎖骨上) 림프절)를 진술하고, 2015년 2월 17일 어느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2015년 2월 25일 시행한 경부 초음파 및 세포검사 상 결핵성 림프절염 의증(疑症) 소견 하에 치료하고 경과를 계속 관찰하였다. 치료 중 다른 임상 양상이 나타났다. 2015년 5월 22일 조직검사를 추가로 시행하였다. 검사 결과, 결절(結節) 경화형 호지킨 림프종(Hodgkin’s lymphoma, nodular sclerosis)을 진단받았다. 현재 같은 대학병원 혈액내과에서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였다. 2017년 1월 17일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2018년 4월 3일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등을 시행하고 계속 치료 중이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 상 상병과 관련된 특이 과거 이력은 없었다. 신청인은 면담에서 흡연과 음주는 하지 않았고, 자신의 상병과 혈액 종양에 대한 가족력은 없다고 말하였다.

신청인이 2018년 11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 인정을 신청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미주노선의 항공기에 장시간 탑승한 연유로 오래 계속하여 우주방사선에 노출되었고, 항공기 탑승 때 X-ray 보안검사를 수시로 받아 일반인보다 자주 많이 방사선을 접했다. 둘째, 기내 청소 시 사용한 발암물질과 불규칙한 교대근무(야간근무), 소음,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있었다. 신청인은 이러한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질병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2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업무 관련성 확인에 필요한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출처: 한겨레21, 2021-05-24
출처: 한겨레21, 2021-05-24

2021년 제4회 역학조사평가위원회(2021.4.16)는 신청인의 상병(傷病)은 업무 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첫째, 국제암연구소(IARC)가 호지킨 림프종의 충분한 근거가 있는 직업성 발암인자로 정확하게 분류한 것은 없다. 둘째, 전리방사선 노출과 호지킨 림프종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는 일부 있으나 결과가 매우 부족하고, 일관된 결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셋째, 신청인의 전리방사선 노출과 호지킨 림프종 발생에 대한 역학적 증거가 현재는 부족한 상태이다. 문헌 고찰과 실제 작업환경 측정을 바탕으로 추정하건대, 신청인이 항공기 승무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평균 누적 12.87 mSv(밀리시버트) 전리 방사선량에 노출되었다. 이에 기초하여 방사선 노출에 의한 암 발생 가능성 추정을 위한 인과확률(Probability of Causation, PC)프로그램인 <KOSHA-PEPC Ver. 2.0>을 이용하여 산출한 인과확률의 중앙값은 0.0004%로 낮았다. 넷째, 진단 당시 신청인은 연령이 32세로 상병의 호발(好發) 연령이었다. 호지킨림프종은 15~34세에 많이 발병한다(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근속기간은 약 47개월로 상대적으로 짧았다. 다섯째, 신청인이 상병 발생의 두 번째 이유로 주장한 기내 청소 시 사용한 발암물질에 대한 노출 수준은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기내 소독제 사용에 따른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가능성은 존재하더라도, 기내 소독제에는 신청인의 상병과 연관되는 벤젠, 포름알데히드가 없거나 혹은 그 노출 기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파악되었다.

출처: 한겨레21, 2021-05-24
출처: 한겨레21, 2021-05-24

위에서 보듯이, 역학조사평가위는 유해인자인 물리적 요인과 화학적 요인(청소 소독제)에 대한 판단은 표명했다. 반면, 불규칙한 교대근무(야간근무), 소음, 스트레스 유발 감정노동 등과 신청인의 상병 간의 연관에 대한 판단은 내보이지 않았다.

신청인은 2015년 5월 진단, 2019년 2월 역학조사 의뢰, 2021년 4월 역학조사평가위 심의 완료에 이르기까지 약 6년을 견뎌야 했다.

대한민국 103년 9월 18일

편집: 형광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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