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비양도의 여름 식물들
나는 지난 6월 말 제주 한림읍에 자리 잡고 있는 비양도에서 처음으로 <해녀콩>이라는 식물을 만났다. 비양도 바닷가를 걸으면서 화산도인 비양도의 풍광을 감상하면서 한편으로는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들을 찾고 살폈다. 대체로 이미 보아왔던 식물들이지만, 처음으로 보는 신기한 식물이 있는 것이 아닌가? 덩굴은 바닥을 기고 있는데, 잎은 콩과 식물인 <칡>과 같이 삼출엽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작물로 재배하고 있는 콩이나 팥 등 콩과 식물의 특징은 잎이 삼출엽이다. 그런데 덩굴식물이면서 잎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콩과 식물인 콩이나 팥, 야생하는 <여우콩>, <새콩>, <새팥> 등보다 훨씬 커서 칡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이 식물은 콩과 식물일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집에 와서 식물도감을 뒤져보았더니 <해녀콩>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 식물의 특징 등에 대한 설명을 확인하는데, 이 식물은 일본, 중국, 대만 등에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의 토끼섬에 자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하여 <제주의 소리> 뉴스를 살펴보았더니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해안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소리> 해설을 보면, 제주 해녀들이 바다에서 물질을 하고, 김매고, 집안 살림을 하면서 힘든 삶을 살았는데, 뜻하지 않게 임신이 되면 이 콩의 열매를 삶아먹어 낙태를 했다고 한다. 독성이 강한 식물인 모양이다. 하지만 얼마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 백과사전 검색을 해 보면 이 식물의 어린잎은 사료로도 사용한다고 적혀있다. 하기야 고사리 같은 식물들도 독초이지만 삶으면 독이 우러나서 나물로 이용하고, 다른 독초라는 식물들도 어린잎은 독성이 없거나 약해서 나물로도 이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동의나물 등이다. 원래는 남방 식물인데, 해류에 밀려와서 제주 해안에 자생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곳 비양도 바닷가에는 <해녀콩> 만이 아니라 ‘백년초’라고 불리는 <선인장>, <문주란> 등이 바닷가 바위 큼에 자라고 있었다. 이들 식물들도 다 남방 식물인데 해류에 의하여 밀려와 우리나라의 제주도나 남해안 바닷가에 서식한다.
비양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이곳에만 자생한다는 <비양나무> 자생지이다. 부둣가 안내판에서 잠시 설명은 보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찾아보지는 못했다. 인터넷에서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등을 검색해 보니, <비양나무>는 “난지성의 수종이고 일본에도 분포한다. 비양나무가 자생하는 곳은 비양도의 중앙에 있는 두 개의 분화구 중 북쪽에 있는 분화구의 북쪽 편에 10㎡의 면적에 집단적으로 군락을 만들어 자라고 있다.”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쐐기풀과 식물로서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쐐기풀과 앞이 많이 닮았다. 다만 키가 2m 정도 자라는 낙엽관목인 점이 다른 것이다.
6월 말 경이라 많은 꽃들을 볼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 바닷가 여러 곳에서 자라는 <순비기나무>와 <용가시덩굴>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남부지방과 제주도의 바닷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포자식물이며 잎이 반짝이는 <도깨비고비>도 화산암 바위 틈에 서식하고 있었다. 그 외에 <나리>, <갯방풍>, <염주괴불주머니>, <이대>, <갯메꽃>, <사상자>, <억새>, <갯장구채>, 띠 꽃인 <삐리>, 남쪽 바닷가에서 자라는 석류풀과의 <번행초>, 야생화된 무꽃 등을 볼 수 있었다. <용가시덩굴>은 식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 꽃이 찔레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하여 찔레꽃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같은 장미과 식물이지만 <용가시덩굴>은 목본성 덩굴식물로 땅을 기는 특징이 있다. <찔레>도 약간의 덩굴성이지만 땅을 기어 서식하지 않은 다는 차이가 있다. 비양봉을 오르면서 보면 남쪽 지방에서 많이 자생하는 <예덕나무>, <동백나무>, <팽나무>, <자귀나무>, <새머루>, <엉겅퀴> 꽃 등을 만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박정희 시절 가로수로 많이 심었던 <협죽도>가 심어져 있었다. 비양도에는 바닷가에 자생하는 <해송>이 북쪽 분화구가 있는 경사면 쪽에 많이 자생하고 있었다. 비양봉 오르는 길에는 <이대>가 터널을 이루어 등산객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있었고, <보리밥나무>, <천선과> 등 남부 도서지방과 제주도 등에 많이 자라는 나무들도 볼 수 있었다.
마을로 들어오면서 보았더니 돌담 위에는 <인동초>가 금빛, 은빛 꽃을 피우고 길손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식당이나 민박을 하고 있는 집 마당에는 <낮달이꽃>, 꽃 모양이 마치 훈장 같이 생겼다 하여 우리나라에서 붙여진 이름인 <훈장국화>인 <가자니아>, <우단동자>, <송엽국> 등은 화초로 가꾸고 있었고, 귀화식물인 <당아욱> 등도 만났다.
비양도에는 제주의 자른 지역에 비하여 식물상은 단조로웠다. 특히 목본류가 몇 종류 안 되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면 또 보이지 않던 식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다음 기회에는 봄이나 가을에 다시 한 번 비양도를 찾아서 비양도의 식물상들을 더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배 시간에 쫓기어 여유 있게 둘러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안고 섬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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